명자꽃(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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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온 날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온 날 명자꽃 합천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왔구나 도시살이를 하더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농촌의 소중한 작물 시장 수급조절 하느라 어디선 무를 갈아엎는단 소식도 들려오니 서글픈 심정이건만 자식 챙기는 부모 마음 월동무에 담겼어라 겨울비 내린 오늘 저녁에는 무김치를 담가 소박한 밥상을 차렸네 자루쌀도 시래기도 양파도 된장도 챙겨다 주는 시인의 집에 쌍백 안계마을 황토밭 농사지어 거둔 그 손길이 둘도 없는 사랑이어라 사는 게 고달파도 무가 서로를 토닥거려라
2023.11.17 -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세월 속에 아련한 만남이 있다 저 80년 국보위 해직 이후 공립중에서 사립고로 공채를 통해 잠시 몸담았던 창신공고 국어교사 시절 그때 학생 하나가 인사를 하니 일순간 당혹스러웠지만 해직교사로 안기부 조회에서 다시 교단을 떠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왔다 그때 글쓰기를 통해 독해력을 높이려 2부 학생들이 쓴 사연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졸업 후 실업자 될 것 같다 공고출신 장래가 막막하다 노동조합도 없던 때니 그렇듯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국어수업 작문이었다 어느덧 50대 중반씩을 넘은 나이라니 벌써 그리됐나 오동동 밤거리 국화 앞에서 추억삼아 한컷 남겼다 지리산을 타기에도 예전같지 못한 내 몸이 서글퍼도 명자꽃이 찍어준 사진 한장 먼훗날 해당화 시인의 삶의 흔적삼아 남기련..
2023.10.27 -
다시 꽃피고 열매맺는 고추밭에서
다시 꽃피고 열매맺는 고추밭에서 올해 유독 실감나는 기후위기 폭염 폭우 태풍 다 견디고 다시 꽃피고 열매 맺는 고추밭에서 살아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명자꽃과 함께 한끼 밥 먹을 때 내가 찍어 먹는 고추 한 개가 만원이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네 별을 닮은 하얀 고추꽃 끈질기게 피어난 생명이어라 엄청 무더운 날씨에 수확한 유기농 빨간 건고추는 튼실하게 잘 컸고 잘 마르고 있다니 한살림 농사꾼의 손길이 둘도 없이 소중한 때이구나 작황이 좋다니 다행스러워라
2023.08.22 -
마산의료원 응급실 갔다 와서
마산의료원 응급실 갔다 와서 사노라면 아픈 날도 오구나 일요일 이른 아침에 약국에 가서 물파스 하고 알레르기약을 사서 명자꽃에게 먹였더니 웬걸 붓는 부작용이 생겼다 수많은 약들 중에 어찌 부작용이 없으랴만 비상금을 꺼내서 마산의료원 응급실로 갔다 항생제 약이 독해서 그렇단다 혈관링거액 꽃고 맞으니 부기가 좀 가라앉고 하루치 약을 짓고 왔다 장마철 무더위가 기승인데 골목길 담벼락 텃밭 챙기고 파김치 담아 저녁차렸다 없는 살림에 서민들이 아프면 갈 수 있는 공공병원 마산의료원이 좋단다
2023.07.10 -
수제비 한 그릇을 먹으며
수제비 한 그릇을 먹으며 간밤엔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올 장마가 심상찮다 비 그치니 또 폭염이다 낙동강 녹조는 발암물질 투성이라건만 왜 보 개방을 않나 이제 식수마저 위태로워라 부산경남 사람들 밥상도 안심하지 못하지 명자꽃은 아침녘에 골목길 텃밭을 살펴보고 추억의 수제비 차려서 늦은 끼니를 때운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24만명이라는데 편의점 도시락 라면은 싸도 나트륨 초과라건만 젊은 몸인들 건강하려나 노숙인 무료급식도 고물가에 찬이 준다지 점심시간 밥값이 만원대니 직장인도 울상이라지 쩐의 전쟁 못지 않은 밥의 전쟁이 시작됐는가 저 수제비 한 그릇 집밥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스러운 오늘이다
2023.06.28 -
상자텃밭 찬거리로 한끼 때우고
상자텃밭 찬거리로 한끼 때우고 명자꽃이 가꾼 상자텃밭에서 상추 깻잎 고추 가져다 아침 한끼 밥상을 차리고 폭염 속에 하루를 시작한다 간밤은 열대야 탓에 깻잎도 오그라들었더니 살아 있어 줘 고맙다 넉넉한 들엔 옥수수꽃이 피고 흘린 땀만큼 수확하며 땅과 말하는 농사형제들 살농의 긴 세월에 우리농산물 지켜내기도 식량자급률도 더 힘들어질 판이건만 방사능 오염수까지 저 난리니 생명의 신비가 깃든 농삿일 그 공을 뉘라서 알랴 도시의 빈 땅 놀리느니 공동체텃밭이라도 일궜으면 오죽 좋으련만 온통 투기판이 돼 버렸다 중성동 골목길 대문 담벼락에 놓여진 상자텃밭 여나믄 개 다행히 모두 살아 있다 유일한 낙이란 텃밭가꾸기에 깃들인 고향마을 향수 남새들마다 짙게 배였다 그래 끈질기게 한번 살아보자
2023.06.19 -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바닷가에 살면 고둥도 잡고 파래도 뜯어다 쓰련만 도시살이 흙 만지기가 어려워 담 아래 상자텃밭이라도 호미로 일구며 가꾸는 명자꽃 아낙 심사를 뉘 알랴 상추 머구 쪽파 고추 민들레 남새들 수확하니 찬거리가 쏠쏠하더라 곳곳에 빈집 빈땅이 보이건만 공동체텃밭은 귀하고 테두리만 쳐 놓았더구나 고물가에 장보기도 겁난다니 손수 길러서 먹겠다는 저 도시농업에 깃든 마음이 어디 찬거리뿐이랴 농사꾼의 딸 향수가 아니랴 더위를 식혀 주는 봄비 내리는 해당화 시인의 거처에 상자텃밭 남새들이 젖는다
2023.05.18 -
집에서 차린 밥상에 마주앉아
집에서 차린 밥상에 마주앉아 명자꽃 집밥이 보약이더라 상자텃밭에 기른 상추 고향집에서 담근 조선된장 동치미 국물 동태찌개 버섯볶음 시금치무침 해서 둘이서 함께 밥 먹으니 맛집투어 먹방 못지 않아라 어느샌가 외국음식이 점령한 한국인의 밥상이 언뜻 떠올라 서글프더마는 신토불이가 역시나 우리 입맛에 딱 맞구나 외식 물가 껑충 뛴 3고시대 밥 한끼 사먹기도 부담스러워진 오늘 소박한 집밥이 소중한 줄 새삼스럽게 느껴지더라
2023.05.02 -
민생은 비상구가 안보이건만
민생은 비상구가 안보이건만 한밤중에 스크랩을 한다 모아둔 신문을 읽으며 먹고 사는 일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오려 넣어둔다 맛집투어 상가임대차보호법 상권활성화 소식들 거리의 작은 점포들을 지나치지 않는 3고시대 체감경기는 죽을 맛이건만 폐업과 창업이 반복되는 슬픈 자영업자들의 삶들이 애틋하게 와 닿는 오늘 길거리 장삿일 명자꽃도 비싼 임대료 탓에 빚내서 음식업 차렸다 치자 월세 내고 수익이 날까 부동산공화국이 돼 버린 양극화 사회 그늘이다 가계부채는 한계치라 하고 소상공인 대출도 막히니 비상구를 어디서 찾을까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650만 자영업자들 생존이 바람 앞의 등불이어라
2023.04.14 -
오동동 한우일번지 점심때 갔더니^^
오동동 "한우일번지"가 지역민들의 명소는 물론 마산을 찾는 이들의 맛집 술집이 되기를 항구도시 마산의 전통시장 오동동은 통술, 아구찜, 노래주점, 식당 등 술집거리로 예전의 7대도시 명성이 자자했다. 시내 중심가로 지인들과 나오면 "역시 오동동이야!"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상권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코로나 3년을 거치며 소비패턴도 바뀌고 3고시대 경기침체기에 체감경기는 심각할 정도이지만. 최근 들어 오동동 사거리쪽에 특색있는 술집들이 들어서면서 상권의 변화를 실감케도 된다. 코아 뒷편으로 오래 된 주점, 식당이 추억의 거리 마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소녀상 옆 "한우일번지" 는 고물가시대에 맞춘 7천원대 한우국밥을 선보여 점심때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명자꽃이 한우일번지 개업 ..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