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2023. 10. 27. 20:54ㆍ<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삶이란>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세월 속에 아련한 만남이 있다
저 80년 국보위 해직 이후
공립중에서 사립고로
공채를 통해 잠시 몸담았던
창신공고 국어교사 시절
그때 학생 하나가 인사를 하니
일순간 당혹스러웠지만
해직교사로 안기부 조회에서
다시 교단을 떠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왔다
그때 글쓰기를 통해 독해력을
높이려 2부 학생들이 쓴
사연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졸업 후 실업자 될 것 같다
공고출신 장래가 막막하다
노동조합도 없던 때니
그렇듯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국어수업 작문이었다
어느덧 50대 중반씩을 넘은
나이라니 벌써 그리됐나
오동동 밤거리 국화 앞에서
추억삼아 한컷 남겼다
지리산을 타기에도 예전같지
못한 내 몸이 서글퍼도
명자꽃이 찍어준 사진 한장
먼훗날 해당화 시인의
삶의 흔적삼아 남기련다
잠깐 만나고 흘러간 시간들
어디서 무얼하고 지내든
사라지는 추억은 없다
오래 전 경남도청 앞 나락적재
농성장 갔다가 한 농민이
잃어버린 교단 유시인을 보고
선생님! 나직이 불러주던
그 마음이 애달피 떠오른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얼만큼
노력했는가에 달렸거늘
유신독재 긴급조치 9호 구속
광주학살 국보위 해직
우리 젊은 날 고난의 시대
돌아보면 난 후회없이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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