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집 <내일을 품은 오늘>(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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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은 누구를 위해 피는가
그 꽃은 누구를 위해 피는가 장마 끝나니 폭염이구나 여기저기 행사 집회 막 뛰어다닐 때는 내 눈에 띄지 않던 도라지꽃 힘든 나날을 버텨 가는 올여름 담벼락 아래 상자텃밭에 피어난 저 꽃 오래 눈길이 머무는가 두견산 넘고 옥사천 건너 벽계리 마지막 고개 눈물재에 남몰래 뿌리내린 그 꽃이 아니어도 오미란의 도라지꽃 노래는 내 가슴에 남아 있네 한 편 영화 속에 영원히 살아 잘나도 못나도 제 고향이 제일 아니요 당차게 대답하며 끝까지 제 고향을 일궈낸 도라지라 불리던 억센 여성이 생각나네 철조망을 넘어 바다를 건너 남북산야 도라지꽃은 하나의 핏줄 하나의 겨레 우리를 위해 피었어라
2023.07.27 -
한 초등교사의 죽음 앞에서
한 초등교사의 죽음 앞에서 20대 꽃다운 선생님이 학교에서 목숨을 끊었다 묻힐 뻔한 비극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그녀는 괴로워했다 "업무폭탄 학생난리가 겹쳐 모든 게 다 버거워진다 숨이 막혔다" 한 초등교사의 일기장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이들 사랑도 참교육 열정도 없는 무개념의 선생들 감시통제 교장 교감들 얼마나 많은데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새내기 선생님이 이리도 허망히 가시다니 지켜주지 못한 우리는 고통스럽다 오늘은 그 선생님이지만 내일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분노의 절규가 교문 밖에서 거리에서 쏟아져 나온다 악성민원에 시달렸다니 잠인들 제대로 잤을까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는 그 심정이 아려온다 행복한 학교는 언제쯤인가 죽음 이후에야 교사생존권 보호하라는 ..
2023.07.25 -
살아가는 동안 그날이 왔으면
살아가는 동안 그날이 왔으면 굽이치는 임진강은 오늘도 통일을 노래하고 있건만 내 사랑 한반도에 몰려오는 핵전쟁의 먹구름은 일촉즉발 대결을 부르는가 정전 70년 분단의 세월 서울 시가지를 행진하는 대열 749개 시민사회종교단체들 7대 종단과 70여개 국제 파트너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외쳐 부른다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 부산항에 들어온 미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호 동해 서해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며칠 내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를 강대강 전선이다 삼팔선을 넘어 서울 평양 미국 본토까지 전선은 가릴 것이 없다 이제 낡은 동맹에서 벗어나 국익과 평화를 위한 균형외교로 나아가야 하건만 전쟁불사가 해법인가 전후세대가 겪지 못했던 참상을 잊었단 말인가 민족대단결 평화협정 체결 깃발을 높이 들어라 금강산 평양..
2023.07.23 -
사람사는 세상은 어디에 있을까
사람사는 세상은 어디에 있을까 장마철 뉴스 보기가 겁난다 지옥의 아수라장이다 극한생존을 걱정해야 하는가 각자도생도 지쳐간다 괴담 탓하는 한심한 정부 무정부상태가 맞다 이게 나라냐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온다 억울한 죽음들이 이 땅에 차고 넘친다 폭우 속의 재난뿐이 아니다 노동자도 초등교사도 군인도 애꿎은 시민도 죽어간다 참사가 끝나지 않는 이 야만의 시대를 어찌 하랴 가난한 이들에게 더 혹독한 세상살이에 분노가 끓어오른다 추락하기 시작한 민생이란 좀체 살아날 줄 모르고 곳곳이 아우성이다 우린 공황상태에 빠져 버렸다 어제도 오늘도 검은 깃을 달고 사는 슬픈 날들이 두렵기만 하다
2023.07.21 -
청소노동자는 왜 파업을 하는가
청소노동자는 왜 파업을 하는가 아직 새들도 지저귀지 않고 길냥이들만 서성대는 이른 새벽녘에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노동자 민간위탁 업체는 혐오수당도 직접노무비도 주간근무도 지키지 않고 있다지 엊그제 생활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더니만 일반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가 그렇구나 잠시 불편한들 어쩌랴 잠든 시각에 궂은 일 묵묵히 도맡아 하던 환경미화원 어떻게 일하는가를 우린 알아야 하지 않겠나 노사합의도 사업장 교섭도 한걸음도 진전없다면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파업 투쟁이 필요하지 않나 창원시도 사측도 책임을 피할 수 없지 장맛비가 내리는 속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환경미화원 노동자들 파업유감이니 시민불편이니 반박하기 전에 우린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지내지 않았는지 한번쯤 뒤돌아볼 일이다
2023.07.20 -
노점상은 왜 어묵 피켓을 들었나
노점상은 왜 어묵 피켓을 들었나 폭우 속 범국민대회 대열 속에 노점 추억의 먹거리 어묵 피켓이 등장했다 길 위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노점상인들이 나섰다 저 사진 한장이 우릴 울린다 "어묵은 못 팔아요!" "어묵은 못 먹어요!" 핵 오염수가 방류되면 생명의 바다가 죽어가면 1개 7백원 서민음식 어묵마저 사라질 것이란 절박한 생존의 아우성이다 호우가 쏟아져도 멈추지 않고 타오르는 윤석열 정권 퇴진의 불꽃들이여 못살겠다! 갈아엎자!는 구호가 터져 나온다 빨간 앞치마를 두른 채 무대에 선 민주노점상연합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분들이 쏟아지는 빗 속에서 민중의 노래를 부른다 모두가 떨쳐 일어서 서울 도심을 쩡쩡 울렸다
2023.07.18 -
비오는 날의 낭만은 사라지고
비오는 날의 낭만은 사라지고 극한호우가 쏟아진다네 순하게 내리면 오죽 좋을까마는 하늘의 뜻인가 대자연의 역습이런가 목숨도 재산도 도로도 집어 삼키는 장맛비 무서운 재난이다 지구촌의 기후위기가 눈 앞에 닥쳐왔는가 아침 뉴스를 듣자니 온통 물난리 소식이다 곳곳에서 사태가 터지고 미처 피할 새 없이 휩쓸려간 뭇 생명들 참담한 날이 계속되는가 애지중지 농사일도 영세한 장삿일도 폭우가 그치지 않으니 장마철이 큰 위기다
2023.07.16 -
내 고장 마산은 안녕한가 묻자
내 고장 마산은 안녕한가 묻자 무학산 서마지기에서 바라본 내 고장 마산만 앞바다 오늘따라 아프게 다가오는구나 오래 된 노포 횟집도 점심때 안부 인사 드리며 요즘 장사 어떠냐 물어 보니 절딴나게 생겼단다 40년 역사를 가진 맛집이거늘 업종을 바꿀 수도 없단다 핵 오염수 방류 걱정에 어두운 얼굴색이 역력하더라 하늘엔 핵폭격기가 날고 땅엔 퇴진촛불이 타고 바다엔 방사능이 불안한데 강대강 대결은 끝이 없어라 민주성지 항구도시 내 고장 마산은 안녕한가 묻자 산천은 의구한데 먼저 떠나신 이들 꽃넋인들 어디 맘 편할 날 있으랴 지켜야 할 것은 지킬 일이다
2023.07.14 -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진 뒤 상자텃밭 담벼락에 산나리꽃이 피었어라 지리산 벽소령 가는 길에 숲속길에서 만났던 꽃 왠지 꽃넋들 같아 오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이 산하의 야생화 내 눈길을 사로잡는구나 잠시 시름도 잊고 바라보는 꽃 고와라 주택가 길에 내놓은 화분들 꽃을 키우는 그 마음을 새삼 깨우치는 날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아라
2023.07.11 -
마산의료원 응급실 갔다 와서
마산의료원 응급실 갔다 와서 사노라면 아픈 날도 오구나 일요일 이른 아침에 약국에 가서 물파스 하고 알레르기약을 사서 명자꽃에게 먹였더니 웬걸 붓는 부작용이 생겼다 수많은 약들 중에 어찌 부작용이 없으랴만 비상금을 꺼내서 마산의료원 응급실로 갔다 항생제 약이 독해서 그렇단다 혈관링거액 꽃고 맞으니 부기가 좀 가라앉고 하루치 약을 짓고 왔다 장마철 무더위가 기승인데 골목길 담벼락 텃밭 챙기고 파김치 담아 저녁차렸다 없는 살림에 서민들이 아프면 갈 수 있는 공공병원 마산의료원이 좋단다
2023.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