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삶이란>(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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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시는 내게 무엇이었나
그 겨울의 시는 내게 무엇이었나 그 겨울의 시는 고행이었네 흰눈쌓인 철조망 산천 난 분단병을 앓고 있었지 창비 씨알의 소리 민족문학을 찾아 읽었던 젊은 문학도였더랬지 갈색잎 덮인 전방 진지에서 초병을 서야 했던 식민지 군대가 싫었지 그렇게 한 편의 시를 쓰고 헌병대로 남한산성으로 창살 속에 갇혔지 민주화와 통일을 노래한 게 과연 무슨 죄였던가 긴급조치 9호 반공법 악법도 내 가슴에 솟구쳐 오르던 남북통일 열망을 강제로 끌 수 없었지 부마항쟁 광주항쟁을 거쳐 6월항쟁 7,8월 노동자대투쟁 조국통일운동 그날까지 죽 이어져 타올랐지 교단에서 해직되었지만 난 민중시인으로 끝내 살아 못 다한 겨레사랑을 못다 이룬 투쟁의 길을 눈보라 헤쳐가듯 오늘도 전쟁을 치르는 거지 그 겨울의 시는 앞서 눈길을 걸어간 이들 고행..
2023.12.27 -
일본산 가리비는 안전한가요
일본산 가리비는 안전한가요 후쿠시마 방사능 핵 오염수 4차 방류가 2월이다 삼중수소 측정마저 생략한다니 중국에서 퇴짜맞은 일본산 가리비 들여오면 사 먹어도 탈없을까 작년에 1만 2천톤 수입 1위 그 많은 생가리비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원산지 표시는 잘 지켜졌는가 한국은 안전지대인가 생명의 바다 삶의 바다가 병들고 신음하기 전에 저 일본의 해양범죄를 막자고 규탄행동에 나섰건만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란 국민건강도 생명권도 무시해도 되는 양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노 저팬 불매운동이 불붙어야 제 정신을 차릴까 암유발 방사능에 오염되었거나 오염됐을 수 있는 해역에서 잡힌 가리비의 수입 소비자들은 불안해진다 중국처럼 우리도 퇴짜놓으라
2023.12.27 -
국밥 한 그릇 소소한 행복
국밥 한 그릇 소소한 행복 새벽 3시 국밥 한 그릇 둘이서 외식한다 학창때는 점심 건너뛰고 시집을 샀더랬지 장날엔 가마솥에 푹 끓인 돼지국밥을 먹었지 명자꽃 장삿일 마치고 모처럼 맛보는 추억어린 서민음식 시인이 좋아한다니까 합천돼지국밥 5천원 하는 식당을 차리겠단다 온몸이 다 아픈 노점상 오래 할 것 못되지 심야시간 불종거리에서 국밥 한 숟갈 뜨며 오늘 하룻일을 마치고 바람찬 집으로 간다
2023.12.25 -
오늘 예수가 온다면 그곳은 어디에
오늘 예수가 온다면 그곳은 어디에 성탄전야 주님 탄생 대축일에 아기 예수는 어디에 저 베들레헴 가자지구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속에 있는가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는가 서울의 어느 구청 앞 바닥에서 살아보려고 발버둥쳤던 85세 노점할머니의 한이 맺혀 있는 한 사람의 생계가 걸린 그 자리 그 춥고 낮은 곳에 있는가 구유광장 시장 거리 곳곳의 축하 행사도 취소되었다 유신독재 시대 간절히 노래하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민중가요가 내 가슴을 울린다 장사 못하게 대형화분을 갖다 놓고 노점상의 고사리를 바구니째 갖고 가 버린 구청의 몰인정에 그대로 주저앉아 우시는 할머니 곁에 주님은 와 계실까 성탄전야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아기예수 탄생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할 시간이다 오늘 예수가 온다면 그곳은 고통받는 ..
2023.12.24 -
더 나아진 공간으로 돌아올께요
더 나아진 공간으로 돌아올께요 창원 소답동 상가에 들어섰던 고양이 테마 복합문화공간 동네책방 이 문을 닫았다 책과 고양이를 사랑한 자매가 1년 9개월 운영한 곳 문화수업 북토크 진행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고 다양한 손님들이 없는 탓일까 경남도민일보 인터뷰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안녕 아쉬운 막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하긴 책방 자영업이 요즘같은 세태에 쉽지 않겠지 도시재생 한답시고 겉장식은 멋들어져 보이고 문화예술 공연 줄이어도 정작 동네서점을 살릴 구상은 무심하지 않았는가 말이야 동네책방 하나 살리면 마을공동체가 튼튼해지겠건만 나부터 소홀하였구나 함께 소식지라도 만들고 지역사회와 교감하며 SNS로 소통이 활발했다면 소중한 공간을 지키지 않았을까 슬픈 마음이 절로 든다 취재해 준 신문기자가 고맙다
2023.12.23 -
이 겨울 하루라도 느껴 보시라
이 겨울 하루라도 느껴 보시라 동짓날 팥죽 한 그릇 먹고 눈보라 휘몰아치는 전라도 강진 백련사 한 스님이 성탄 트리 꾸미는 모습에 오래 눈길이 머문다 겨울꽃 동백꽃도 빨간 열매도 흰눈 속에서 아름다운 다산초당 가는 길 문화유산답사 갔던 그날이 기억 속에 생생하여라 절집도 교회 성당도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건네는 아기예수 탄생은 이 땅에서 무슨 의미일까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난 구세주의 메시지는 생명 정의 평화 아니랴 자비도 사랑도 한몸이 아니랴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노래부르는 참뜻을 헤아려 본다 올해도 몰래산타가 찾아다닐까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희망보따리 하나 전해줄까 이 겨울 하루라도 성탄절을 맞이해 보시라
2023.12.22 -
한파주의보 내린 불종거리에서
한파주의보 내린 불종거리에서 겨울나무야 은행잎 다 떨구고 이제 동면에 들어갔구나 거센 바람이 불고 눈비가 내려도 까치집 머리에 얹은 채 자식들 키우는 어미 마음처럼 꿋꿋이 버텨 서 있구나 이상기후 탓에 제주 경남이 경제타격이 젤 크다는데 노동자 서민 살기가 더 팍팍해져 가는 오늘이어라 길 위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가는 도시빈민들 올겨울 무사히 넘기를 너와 내가 함께 응원해 주려마 한파 속에서 바라보는 겨울나무가 꼭 내 맘 같아라
2023.12.21 -
고독한 저항이여 오체투지여
고독한 저항이여 오체투지여 얼마나 간절한 기원인가 겨울 언 땅에 엎드려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하는 이태원 참사 유족들 시대의 빛 최헌국 목사 히말라야 순례의 길처럼 고행을 마다않는 이들 내일은 국회에서 특별법이 꼭 통과되기를 한파 속에서 몸을 땅바닥에 기며 이어가는 159시간 비상행동 보는 이들 숙연하여라 거리에서 울부짖는 자식잃은 부모들의 한이 하늘에 땅에 사무쳐라 억울한 죽음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대열이여 국회는 의무를 다하라 생명안전사회를 이루라
2023.12.19 -
올겨울 한파를 어찌 넘을까
올겨울 한파를 어찌 넘을까 어젯밤에는 참 추웠지 골목길 상자텃밭 김장배추도 이불을 덮고 아기냥이 둘도 방 안에 들여 잤지 낡은 집이라 웃풍세고 홑이불 갖곤 한파를 못 피하겠더라 영하 7도 체감 영하 14도 두터운 잠바를 입어도 강추위에 떨리더라 거리엔 오가는 사람들 드물어진 상가들 집집마다 난방비 부담에 한숨부터 나오겠네 얼어붙은 노동의 대지 올겨울 가장 힘든 이웃들을 돌아보자 이상기후 북극한파 닥친 이곳도 별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네
2023.12.18 -
한 자영업자의 죽음을 외면말라
한 자영업자의 죽음을 외면말라 도시의 그늘은 어디 쪽방촌 폐지줍는 노인 노숙자들 노점상만이 아니다 한해를 마무리할 해넘이에 오늘도 슬픈 소식이 뜬다 커피전문점 카페 사업하다가 빚에 내몰린 한 자영업자 일가족의 죽음 앞에서 참담한 심정이 절로 든다 코로나때보다 더하다는 체감경기 탓인가 시내의 빈 점포들 마주치면 왠지 가슴아픈 거리 650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쓸쓸한 얼굴이 떠오른다 올해가 저물어가건만 물가고 가계부채 민생파탄에 노동자 서민들 삶이란 비극이 끊이지 않는구나 벼랑 끝에 선 사람들 희망조차 아득하여라 전북 익산 일가족 사망 사건 어찌 도시의 그늘 아니랴 더불어삶이 각박해져 가는 각자도생 경쟁의 땅 내일은 슬픔이 다시는 없기를 두손모아 기도하며 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친다
202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