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다시 봄을 부르며(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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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촛불은 타는데
내 마음의 촛불은 타는데 거친 세월을 탓할까 섬마을선생 송별식도 안한 채 홀홀이 떠나온 80년 여름이 생각나 저 국보위 해직도 중등교사자격증박탈도 위법인 것을 악랄한 유신독재 긴급조치 9호 구속도 위헌인 것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시인은 시를 쓰고 민주화 투쟁에 내 한몸을 바쳐 ..
2019.01.11 -
지금은 겨울나무로 살아
지금은 겨울나무로 살아 나는 저 나무를 알지 회원골 가로수인 벚꽃나무 겨울이라 앙상히 볼품없을지라도 한때 눈부신 기억이 생생하고 말고 어쩌면 세상살이도 뿌리 하나로만 버텨가는 겨울나무처럼 힘든 시절이 있지 거리에 꽃비가 내려 오가는 이 눈길을 사로잡던 봄날의 풍경 내 마..
2019.01.10 -
새해 오동동 밤거리에서
새해 오동동 밤거리에서 달도 없는 겨울밤 텅 빈 광장 빛의 거리는 한산하다 내 머릿 속엔 파인텍 굴뚝농성장 생명줄을 놓은 앙상한 노동자가 줄곧 맴돌고 술집도 노래방도 인적이 드물다 재심은 해결책일까 일제 단죄도 유신 청산도 이루어지지 않은 분단의 땅에 국정농단 부역자들은 ..
2019.01.08 -
묵주반지란 새로운 길이다
묵주반지란 새로운 길이다 갈라지고 터진 저 손에 명자꽃의 손에 낀 묵주반지가 서러워라 이제 이겨낼 수 있을까 불황의 그늘 속에 빚만 떠안게 된 살림살이 신앙의 힘으로 다시 설 수 있을까 경남도민일보 칼럼에서 읽었던 백남해 신부 묵주반지 선물할까요 란 그 말이 생각나 긴 냉담 ..
2019.01.05 -
저 산은 나를 일으켜 주고
저 산은 나를 일으켜 주고 바라보면 정겨운 저 산 무학산 자락에서 몸부비며 살아온 지 어언 몇몇 해던가 더러 객지생활도 했지만 내 부모형제 민주항쟁 노동항쟁 열사의 숨결이 오롯이 배여 있는 곳 황금돼지해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노동자 서민들 고단한 삶은 오늘도 억척스레 이어지..
2019.01.03 -
불종거리에서 띄우는 신년사
불종거리에서 띄우는 신년사 길 위에서 묵은 해 보내고 길 위에서 타종소리 들으며 새해를 맞는가 진도 바닷길 열리듯 불종거리 차없는 그곳에 보통시민들 모여 한 해의 소망을 비는가 북측 신년사는 북미정상회담이고 남측 신년사는 민생경제 부흥이구나 경남도 창원시 신년사도 경제..
2019.01.01 -
평양 노점상에 가고 싶은 날
평양 노점상에 가고 싶은 날 해넘이의 오동동 거리에서 나는 평양 노점상을 머릿 속에 그리며 언제 그곳으로 가고 싶다 지금은 영하 15도인 평양의 거리에서 파는 길거리간식들을 맛보고 싶다 과일도 군고구마도 패스트푸드도 북녘음식이라 어떤지 남북이 오가는 그날이 오면 나들이나..
2018.12.30 -
올겨울을 함께 넘자면
올겨울을 함께 넘자면 세밑 한파 마산도 영하 8도까지 떨어져 유난히 춥다 더 추운 것은 몰아치는 생활고인가 경제난인가 얼어붙는 것은 몸도 마음도 아닌 희망인 것인가 함께 살자던 외침도 아득해지는 올겨울을 어찌 넘어갈까 고단한 하룻일은 쉴 수가 없고 까치가 울 때처럼 반가운 ..
2018.12.28 -
더불어숲이 나를 일깨우고
더불어숲이 나를 일깨우고 겨울 산길을 걸으니 얼굴을 스치는 시린 바람조차 반가워라 따스한 햇살도 포근히 안겨오는가 갈색 나뭇잎들이 나뭇가지들이 서로 몸부비는 소리 귓가에 들려오고 저 까치집은 청한 하늘 아래 아름다워라 보도블록을 뚫고 솟은 민들레 홀씨만큼 억척스럽게 ..
2018.12.27 -
겨울, 소녀상은 안녕한가
겨울, 소녀상은 안녕한가 누군가 꽃 한송이 놓고 가는 그 마음이 소중하다 마른 국화꽃 자그만 꽃바구니 소녀상이 외롭지 않게 슬프지 않게 지켜주니 고맙다 성탄절 밤에 오동동에 나왔다가 만난 다짐비 조선의 누이들 사무친 한이 풀리는 그날까지 꽃넋이라도 함께 외치리니 누군가 두..
2018.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