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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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남이란 없습니다
세상에 남이란 없습니다나는 왜 잊혀지지 않지송홧가루 날리는 봄날에 울산대교 난간 위모녀의 슬픈 풍경이"사는 게 힘들다"그 말만을 되풀이하며뛰어내리려 하였던우리시대의 자화상이대못처럼 가슴에 박힌다꽃 한 조각 떨어져도봄빛이 줄거늘30대 10대 모녀에게과연 그 누가 헬조선을 떠안겼나가난을 빚의 굴레를벗어날 길 없는불평등한 이 세상을바꾸지 않는 한죽음의 행렬은 끝없다5시간 설득 끝에목숨은 구했다지만여운은 길게 남았어라어떻게 할 것인가더불어삶을 위하여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
2025.05.02 -
상처깊은 곳에 빛이 있다
상처깊은 곳에 빛이 있다 난 젊으니까 이 말이갑자기 떠오를까국군포로도 돌아오는데45년 전 해직 그날짧았던 교단으로끝내 돌아가지 못했다난 실력이 있으니까무얼 해도 살겠지산전수전 부대끼며민중시인의 꿈은이루어왔건만세상을 바꾸자는오랜 염원은 통일만큼아직 멀고 험하다난 젊으니까 그 말이무척 궁금하다던집사람 명자꽃에게80년 광주 이후불어 닥친 칼바람 속에짤린 아픔을 쉽사리 얘기 못했다나이가 들어가는 걸까왜 교사시절이짐 꾸리던 신지도가문득 나를 부를까후회는 없거늘난 여전히 젊으니까
2025.05.02 -
오월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오월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첫 발령지 산골중학교에서수업마치고 광양에서광주행 버스를 타고 간 곳분단 철조망같았던레이더기지에 빨간 불만반짝거리던 무등산12.12 군사쿠데타 터지고서울의 봄 100만 대오회군은 뼈아픈 실책이었다5.18 항쟁은 폭발했지만핏빛으로 물든 빛고을전사들은 쓰러져 갔다13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영화 한 편가슴아프게 다가왔다아직도 학살 배후 미국도학살자 부역자들도제대로 단죄하지 못했건만대동세상의 꿈을 그리며그날을 기억하는 이들어떤 심정일 것인가국보위 해직 이후산 자들과 다시 찾아갔던무등산은 하얀 억새가깃발처럼 휘날리고 있었다45년 세월이 흐르고서울의 봄은 내란청산을새 나라 민주정부를어깨걸고 외쳐 부른다백만 촛불이 다시 타오른다
2025.05.01 -
저기 한 점 꽃잎이 지고
저기 한 점 꽃잎이 지고꽃잎, 봄비에 젖다오월의 철쭉핏빛 붉은 꽃이불현듯 떠올랐던80년 빛고을내가 본 핏자욱꽃잎, 영화 속에서미친 소녀가울부짖던 그해항쟁이 끝난 이후나의 인생도바뀌어 버렸다 세월은 흘렀어도첫 마음이란시들지 않았다다시 오월이 오면되살아나는꽃잎, 사랑이다
2025.05.01 -
상자텃밭에 밥정이 흐르고
상자텃밭에 밥정이 흐르고명자꽃이 가꾼 상자텃밭상추 깻잎 가져다아침 한끼를 때우고하루를 시작한다이른 더위 탓에깻잎도 오그라들더니살아 있어 줘 고맙다들녘에서 모심기를 하며땅과 말하는 농사꾼들살농의 긴 세월에 우리농업을 지켜내기도농사지어 살기도더 힘들어질 판이건만쌀값 폭락에 수입개방에생명의 신비가 깃든 농삿일 공을 뉘라서 알랴도시의 빈 땅에텃밭이라도 일궜으면오죽 좋으련만온통 투기판이 돼 버렸다중성동 골목 담벼락 아래상자텃밭 여나믄 개다행히 모두 무사하다유일한 낙이란 텃밭가꾸기방랑식객 밥정이파릇한 남새들에 흐른다
2025.05.01 -
내 안의 빛 선한 힘으로
내 안의 빛 선한 힘으로이른 아침 하늘을 보라은행나무 숲 위로기후변화 위기에도맑고 푸른 저 빛세상사도 이처럼아비규환이 사라졌으면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독재든 민주주의든사람이 변하지 않으면공동선이 없다면피 흘려 바꾼들 투쟁은 헛될 것이니산길을 오르다가끔 하늘을 바라보자사람의 마을은더불어 살고 아끼며같은 방향을바라보며 함께일구어 나가는 것이리니늦봄의 산길에서작은 지혜를 깨우쳐라
2025.04.30 -
메이데이! 당신이 그립습니다
메이데이! 당신이 그립습니다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외치며산화한 전태일 열사가신 지 어언 몇몇 해던가노동존중 사회는아직도 멀기만 한데다시 메이데이 노동절에우린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정규직 비정규직 골깊은 차별을 넘어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목소리높여 외칠까노동자에게 권력을 구호가더 이상 낯설지 않은민중의 직접정치 시대오늘은 진보장미 한 송이일하는 사람들에게건네며 손잡고 싶다네노동조합을 할 권리도ILO 기준 준수도노동악법 날치기 저지도진보의 가치를 훼손치 않는진정 노동중심 정당이아니면 누가 이루어낼까가족과 함께 소풍가듯이날만큼은 즐겁게마음 편히 쉴 수 있다면야오죽 좋으련만 안녕들 하지 못한 일터안전수칙도 내팽개쳐진 채속절없이 죽어간 이들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슬픈 현실 앞에서어찌 단결투쟁의 머리띠를질끈 동여매지 않..
2025.04.30 -
그 해 철쭉은 겨울에 피었지
그 해 철쭉은 겨울에 피었지빗점골에 철쭉이 필 때면 지리산평화제를노고단에서 함께 열자깊은 골짝을 끼고가파른 산들을 두른그곳에 제사상을 차리고그해 녹슬은 해방구못다 이룬 꿈을 기리며위령제를 치르자눈보라 매섭게 몰아치던 밤한 빨치산 여전사가얼어죽은 채로산 아래 마을을 바라보며 책을 손에 꼭 쥐고 있던 모습이내겐 잊혀지지 않아라산신제를 올리고 이제는 화해를 이야기하는이들은 무슨 맘일까조국통일 비원을 그리며지리산 아흔아홉골에꽃넋으로 산화한그들이 가슴에 품은 세상을기억하고나 있을까찢겨진 산하를온몸으로 거부하고 싸운그날 전사들의 혼은자본의 착취를 넘어 평등한사회를 꿈꾸었거늘그 해 철쭉은 겨울에 피었지조정래의 권운상의 대하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겨레의 염원은 멀리 있고반란의 저 산은 꽃사태지고무리져 솟은 산죽은 칼바람..
2025.04.29 -
진달래산천은 내 마음 아는가
진달래산천은 내 마음 아는가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나는 저 산을 바라본다진달래산천으로 물드는 봄학봉 서마지기 정상고향의 너른 품같은 풍경추억 속에 또렷한 산무학산 자락에서 보낸유신독재 5공독재명박근혜 윤석열과 맞섰던 강고한 투쟁의 세월하지만 청산하지 못한적폐들 내란세력들 파쇼의 잔재는 남았어라가만히 살펴보면 나에게도오랜 사상문화 관념들길들여졌던 습관들우리는 과연 떨쳐 버렸는가성찰해야 하지 않을까고교 대학교 군대 직장을거쳐오면서 굳어버린낡은 것들을 뒤늦게나마깨부수고 싶어지는 날이제 생활 속 민주주의가화두처럼 던져졌어라오늘도 농성투쟁에 돌입한이 땅의 노동자 농민 빈민 상인 청년학생 여성아우성은 끝이 없건만나로부터 결단하고사람사는 세상을 찾아서여럿이 함께 가자 우리
2025.04.28 -
그 논에다가 모를 심어 상사디여
그 논에다가 모를 심어 상사디여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모심기 철논뚝에서 젖먹이던 엄니쌀농사가 그만큼 소중했기에농삿일 앞에 당당히 일했다북녘 농촌도 모심기가 한창이련만통일농업 꿈은 아직도 먼가우리농업 지키는 이 땅 농사꾼들분통터지는 살농의 세월농민에게 국가는 존재하는가의무격리 양곡법도 거부시장논리에 맡기자는 거꾸로 농정벼 말고 딴 작물을 심으란다식량자급률 23%인데쌀 빼고 나면 얼마나 될 것인가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식량안보를 위협하거늘한국인 밥상마저 내주자는 건가수입개방이 과연 밥먹여 줄까이러다간 모심기마저그리운 시절 추억이 될지 몰라라농민가 울려퍼지는 들녘또 아스팔트농사를 지어야 하는가사돈이 와서 일 거들었다는모심기 철 저 사진 한장에 깃든땅의 사람들 땀방울 값져라
202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