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코로나 이후(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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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그 누구도 차별말라
학교 안 그 누구도 차별말라 학교가 참 많이 변했지 민족 민주 인간화 참교육 덕분일테지만 독재를 끝장낸 피어린 민주화투쟁 그 길에서 권력의 시녀였던 죽은 학교가 살아났지 전교조 이후 옛 것은 가고 새 것은 학비노조이려니 "학교 안 모든 것이 교육이다"고 선언하는 외침을 새겨 들으라 "비정규직 법제화! 복지차별 철폐! 집단교섭 승리!" 드라이브 스루 행진 총궐기 공동행동 이제 또다시 학교는 바뀌어야 한다 평등을 실현하라 교사 학부모 학생과 함께 학교비정규직을 교육현장 주체로 세우는 그날에 우린 행복한 교육을 누리리
2020.10.28 -
코로나시대 빛의 거리 점등식
코로나시대 빛의 거리 점등식 드라이브 스루 국화전시회 앞두고 열린 빛의 거리 점등식에 민들레 장미가 마산 중심상권을 살려보리라 국화꽃과 함께 피었네 사람중심 창원의 하늘도 작은 별들 반짝거리며 떴네 저 빛과 꽃이 코로나를 비껴가게 하였으면 하는 바램 간절해지던 밤 합성동 자산동 확진 재난문자에 걱정이 앞서네 창동 오동동 부림시장 어시장도 가까운 거리라 행여 재난이 덮칠까 독감 백신처럼 불안해하는 표정을 감출 수 없더라 가뜩이나 힘든 상인들에게 많이들 찾아주시라고 포토존 사진도 찍으시라고 야심찬 빛의 거리가 힘이 되고 희망이 되기를 기원하는 자리이거늘 마스크 쓴 얼굴들에 어둔 그늘이 드리우는 것은 혼자만의 기우일 것인가 단풍철 국화철 못말릴 인파 창원시도 확진 속출 방역수칙을 재촉할 때네
2020.10.28 -
불종거리 밤거리에 서서
불종거리 밤거리에 서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 주말이라 단풍객 산들에 가득하고 한라산엔 상고대가 피었다는데 불종거리는 은행잎도 노랗게 물들지 않았어라 슬픈 부고를 접하고 고 박순경 신학자 진보의 가치를 강조했던 평화통일운동가 당 고문의 명복을 비네 몸도 마음도 늘 깨어 있어야 하거늘 코로나 블루는 내게도 예외없어라 첫눈이 내릴 때쯤이면 한 권의 시집을 출간해야 되겠건만 사느라고 팍팍하구나 찬바람 부는 밤거리에서 남몰래 시를 쓰노라
2020.10.24 -
소성리 산길 철조망을 열어라
소성리 산길 철조망을 열어라 메말랐던 땅과 채소들에가을비는 내리는데소성리는 반가운 소식 대신사드기지 설치한다고농사짓던 옛길은미군기지 철조망에 막혀달마산 자락 너른 들판쌈짓돈 곳간 진밭에둥글레 약초 나물 캐러도못가게 하다니이 땅이 뉘 땅이더냐가파른 비탈길 바위 절벽지날 수가 없어곤욕을 치른 지 몇해던가도와달라던 요청에대한민국 검찰은예순 넘은 마을 부녀회장을'둥굴레를 캐러 간 죄'로법정에 세웠다니미국의 안보를 위해사드를 지키기 위해군대가 경찰이한 여인을 한 국민을범죄자로 낙인찍었다니나라주권을 잃은설움과 분노가 사무쳐라사드 가고 평화 오라끝내 이기리 소성리여
2020.10.22 -
잊지 못할 부마항쟁 그날에
잊지 못할 부마항쟁 그날에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니그 전과라는 것이부마항쟁 때도 따라다녔다아들 집에 왔소?형사들이 잡으러 왔지전라도 학교에 가 있는데오긴 어떻게 와요?79년 10월 17일 그날밤재치있게 엄마가따돌린 덕분에 무사했다긴급조치 9호 사상범요시찰 명단 갖고예비검속 하던 참이었지창동사거리에서남성동파출소 MBC세무서 마산경찰서까지밤늦도록 데모하고북마산파출소 회원파출소타격하고 공수부대가투입될 무렵 집으로돌아왔던 내 젊은 시절이후 광주학살국보위 해직 때도남북통일 시 한 편 썼던감옥살이 전과가 사유였다세월은 멀리 왔어도유신적폐는 곳곳에 도사려반격을 노리고 있건만한맺힌 과거사 청산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국가기념일 기념식도미완의 과제를 풀지 못하면촛불항쟁은 계속될 터적폐청산에 힘을 모으자
2020.10.17 -
못생긴 사과에 눈길을 주며
못생긴 사과에 눈길을 주며 어떤 농약도 어떤 화학비료도 엄금하여 제 힘껏 자란 볼품없이 생긴 저 사과가 맛은 순하고 목이 시원하다 행복한 사과란 것도 수확량은 말이 아니지만 선택하기에 달렸다는 어느 농민의 자연농법에서 또 다른 삶의 지혜를 깨우치며 생각에 잠긴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도 기독교든 가톨릭이든 불교든 이슬람이든 결국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유신론 무신론도 종교관에 달렸을 테지 교회 안과 교회 밖 그 어디서라도 세상 속으로 한걸음 내딛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슬픔과 기쁨을 나눈다는 일 생의 한가운데가 우리시대 성전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렇게 나아갈 것 못생긴 사과가 고마운 날이다
2020.10.15 -
택배노동자 슬픈 죽음 앞에서
택배노동자 슬픈 죽음 앞에서 산에 들에 구절초 필 무렵 가을풍경 볼 새도 없이 하루 15시간 노동 일하다가 분류작업 지원도 산재적용조차 없이 또 한 사람 고 김원종 택배노동자가 심정지로 우리 곁을 떠났다 이윤만 쫒는 CJ대한통운 벌써 8명이 숨졌다 "어제보다 더 늦어" 그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산 자들을 울리고 과로사회 비극 앞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노라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 눈물 훔치는 팔순 아버지의 한을 어찌 푼단 말이냐 사과도 없고 무책임한 택배자본에 맞서 공짜노동 분류거부 토요일 배송 중단하고 더이상 죽지 않고 과로사없이 일하게 하라
2020.10.14 -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며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며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 한국언론이 대서특필한 열병식 경축사 메시지 "북과 남이 두손을 맞잡게 되길 바란다 사랑하는 남녁 동포에게 이 마음을 전한다" 진심이 내 가슴을 울려라 고난의 세월을 이겨온 사랑하는 북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우리 마음을 저 휴전선 철조망을 넘어 띄워보내고 싶어라 얼굴을 타고 흐르던 눈물들 어디 북한 동포뿐이랴
2020.10.12 -
격리해제 축하일에 부치는 시
격리해제 축하일에 부치는 시 바라보기만 해도 포근한 산 지리산에 놀러오란다 한때 저 산을 보면 피가 끓고 분노가 일었던 통일전사들의 싸움터 의신마을 지나 벽소령으로 올랐던 날 산나리꽃 산죽이 왠지 꽃넋들만 같아 그날의 총성이 들리던 산 지금은 산청에서 함양에서 위령제를 열고 피아간 화해하고 평화통일을 기리건만 아픈 상처들 남아 있어라 영국에서 고국을 찾은 페친 문최님의 14일간 격리 내일이면 끝난다는데 초청에 응하지 못하지만 등나무 화관처럼 창 밖 감나무 홍시처럼 내 마음의 고향 지리산을 조금이라도 가져가라고 그리운 이들을 만나 추억 속에 영원할 휴가를 밀월처럼 보내라고 명자꽃과 함께 안부인사를 전하고 싶어라
2020.10.09 -
새벽 산길에서 만난 풍경
새벽 산길에서 만난 풍경 회원골 산중 텃밭 위로 새벽노을 빛나라 가을기운이 서늘한 무학산 산길에서 만나는 풍경이 고와라 배추싹은 더디지만 가꾸는 마음이 소중한 뙈기밭에 정붙여 남들 등산갈 시간에 한바퀴 둘러보는구나 저 아래 합포만은 작은 섬들을 두르고 푸른 파도 물결치겠지 깨어나는 마산 도심 어시장 노점도 난전을 펴고 있겠지 약수터 물 한잔 마시고 개구쟁이 밥주고 미러리스 카메라에 담는 새벽노을이 반가워라
202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