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사과에 눈길을 주며

2020. 10. 15. 22:17제4부·코로나 이후

 

 

못생긴 사과에 눈길을 주며

 

 

어떤 농약도 어떤 화학비료도

엄금하여 제 힘껏 자란

볼품없이 생긴 저 사과가

맛은 순하고 목이 시원하다

행복한 사과란 것도

수확량은 말이 아니지만

선택하기에 달렸다는

어느 농민의 자연농법에서

또 다른 삶의 지혜를

깨우치며 생각에 잠긴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도

기독교든 가톨릭이든 불교든

이슬람이든 결국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유신론 무신론도

종교관에 달렸을 테지

교회 안과 교회 밖

그  어디서라도

세상 속으로 한걸음 내딛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슬픔과 기쁨을 나눈다는 일

생의 한가운데가

우리시대 성전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렇게 나아갈 것

못생긴 사과가 고마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