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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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민들레꽃에게
내 마음의 민들레꽃에게 길모퉁이 담벼락 아래노랗게 핀 민들레다시 봄을 맞았구나 모진 겨울 다 이기고인간의 대지에솟아오른 꽃이여 빛고을 그날 이후처럼끝내 살아남아희망을 노래하는가 수천 수만의 민들레온누리에 퍼져참된 봄을 부르라
2025.02.04 -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내 마음은 거기 있네탄핵의 밤이여국회 앞 항쟁의 대열 속에초승달도 날이 서고별도 파르르 떠는구나 표결이 부결되었다고끝난 게 아니어라춤추고 노래하며 외치는백만 촛불을 보아라끝이 없는 대열끝이 없는 함성이여 서울의 밤을 잊지 않으며민중의 바다에서피끓는 청춘들도뜨거운 중장년들도다시 만나리라 내란범 끌어내리는 일이쉽지 않을지라도오직 투쟁만이국민주권을 되찾고사람사는 세상 그날을맞이할 것이니 민주공화국 명운을 걸고제2의 6월항쟁 그 길에함께 떨쳐 나서리라이제 분노의 크기만큼넓은 광장으로 가자
2024.12.07 -
예측할 수 없는 세월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세월 속에서 버섯구름이 도시를 휩쓸고한송이 꽃도 사라진폐허를 상상해 보았는가이제 일어날 전쟁은피난할 곳이 없는핵재앙 천지가 될 것이니남북산야가 불타고우크라이나 중동 중국미국 러시아까지전선은 가릴 곳이 없어라한반도에 먹구름이폭풍처럼 밀려오건만비극을 막을 길은과연 어디에 있단 말인가깊이 숨은 방공호가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서울 어느 곳에 떨어져도120만 사상자라니가공할 핵폭탄 어쩌랴공포 속에 흔들리는 것이어디 내 마음뿐이랴전운이 휘몰아쳐도우린 가야 할 길이 있다백만 촛불의 바다처럼민주주의 광장을 탈환하라승자가 없는 전쟁이 온다
2024.11.22 -
슬플 때면 더 그리운 세상
슬플 때면 더 그리운 세상 비 내린 다음날 아침에추수하는 들녘엔한들한들 코스모스파란 하늘엔 기러기떼날아오르는 풍경산천은 황홀하건만이제 겨울을 준비해야 할계절은 돌아오고이 땅에 발붙이는 삶은여전히 벼랑 끝인가살아남기 위하여우리는 슬픔은 슬픔끼리서로 부대끼며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오늘을 외쳐 부른다가을비 그치고 볕 든 날끼륵끼륵 울며 날으는기러기는 내 마음 아는지멀고도 긴 길을웃으며 가자 하는가내일은 가을 하늘같은사람이 먼저인 세상행복한 노동이동녘 해처럼 떠오르기를가슴 깊이 새겨보아라
2024.10.19 -
새벽노을에 띄우는 내 마음
새벽노을에 띄우는 내 마음 밤새 열대야에 뒤척이다새벽길 나섰더니동녘 하늘에분홍빛 노을이 타네맘 같아선 산에서일출을 봤으면오죽 좋았겠나 싶지만휴가도 없는 신세라길 위에서새벽노을을 촬영하다 보니동트는 새벽에가열찬 투쟁정신 으쌰노래하던 그날들이문득 그리워졌네세월도 사람도변해가기 마련이거니이제는 추억으로아로새겨야 하는가젊은 날처럼투쟁의 격랑 속으로뛰어들고 싶건만아직도 투사의 노래는내 가슴에 울리건만하루의 삶에그만 발이 묶여 버렸다시인노릇도 힘겹네올 가을까지라도별탈없이 버텨야겠거늘내일을 위한 오늘에살기 위하여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2024.08.04 -
추분 절기를 맞는 내 마음은
추분 절기를 맞는 내 마음은 기후위기 여파에 절기마저 맞지 않다 하건만 오늘은 추분이라 선선하구나 과일은 늦장마에 물러지고 꼬막 전어는 핵 오염수 불안에 출하를 못해 걱정이라지 노조법 2,3조 개정 미룬 탓에 조선소 하청노동자는 손배소송에 시달린다지 창동 커피점은 문닫고 자영업자 경기는 바닥이라지 가을걷이 철 한숨뿐이네 수확의 계절이란 말이 부끄러운 슬픈 현실이어라 이래 갖고 추석 쇠겠나 서글픈 분노가 이는 내 마음에 가을은 멀구나 땅과 바다에서 나는 것 함께 누릴 그날이 애타게 기다려지는 오늘 노동자 서민의 삶은 시름 걷힐 날이 없는가 해가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 잠 못 이루는 이들 많아라
2023.09.22 -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진 뒤 상자텃밭 담벼락에 산나리꽃이 피었어라 지리산 벽소령 가는 길에 숲속길에서 만났던 꽃 왠지 꽃넋들 같아 오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이 산하의 야생화 내 눈길을 사로잡는구나 잠시 시름도 잊고 바라보는 꽃 고와라 주택가 길에 내놓은 화분들 꽃을 키우는 그 마음을 새삼 깨우치는 날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아라
2023.07.11 -
동백꽃은 마음 속에 핀다네
동백꽃은 마음 속에 핀다네 산에 들에 꽃잎 터지는 소리 내 마음의 동백꽃도 저리 장엄하게 피었구나 흰눈 머리에 인 채 혹독한 겨울에 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거늘 봄길 나서니 반겨맞는 오랜 벗같은 사랑이어라 한번은 나무에서 두번은 땅에서 세번은 마음에서 핀다는 저 붉은 상처꽃에 깃든 한들을 어찌 하랴 꽃샘바람에 떨어져도 첫 마음을 잃지 않는 신념의 꽃이거늘 다시 항쟁의 봄을 부르며 타는 노여움으로 떨쳐 나서 대열 이루는 광장의 촛불행동이 마음 속에 피는 수천수만의 동백꽃 아니랴
2023.03.17 -
한해를 보내는 내 마음
한해를 보내는 내 마음 한해가 저무는 세밑 오늘도 길 위에서 또다시 새해를 맞겠구나 못 다한 일일랑 남겨둔 채 보내는 올해는 유독 예기치 않은 죽음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생정리를 챙겨야 할 때이더라 시인이 품고 사는 세상을 바꾸자는 열망은 시대가 거꾸로 가도 변치 않는 첫마음 해넘이 해맞이 겨울 속의 봄을 부르며 함께 가는 길이어라
2022.12.30 -
한 고교생의 죽음 앞에서
한 고교생의 죽음 앞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먼저 간 친구들 끔찍한 악몽을 겪으며 이태원 참사 그날이 소스라치게 떠올라 몇 번이고 시달렸을 트라우마가 끝내 한 고교생을 죽음으로 내몰았구나 전쟁 후유증처럼 깊숙히 박힌 상처를 어찌 치유할까 사상자 303명 중 생존자들을 외면말라 더 늦기 전에 별이 된 자식이 보고파 피울음 흘리는 유족들도 살펴라 살아서 진실을 밝혀 다시 서야겠건만 유서조차 없이 이리 허망히 떠나다니 너의 영전에 국화꽃 한송이 놓는 내 마음에도 슬픈 거리에도 함박눈 내리는구나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