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시인(74)
-
어제가 그런 날 중에 하루였네
어제가 그런 날 중에 하루였네 길가의 민들레 제비꽃도폭염 속에 지치고기후재난은 끝을 모르는데집회에서 인사나누고꼽아보니 1년만에뒷풀이 소주 한잔 마셨네 예전같지 않은 몸 탓에투쟁이 부른다면 그 어디든달려갔던 지난 날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이들과밥 한끼 술 한잔 나눈기억이 새록새록하더라 진보연합 후원주점에도못가 미안했는데오동동 기림일 행사 마치고든든한 우리 편이병하 상임대표와 함께건강하시라 건배했네 돌아보면 유월에서 통일까지뜨겁게 젊은 시절을 바친해당화 시인에게좋은 사람들과 뒷풀이에서서로를 다독인 어제가그런 날 중에 하루였어라
2024.08.18 -
내 가슴에 오월꽃은 피는가
내 가슴에 오월꽃은 피는가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사월 초파일 석탄일오월은 추모의 달이라축제도 삼가고조용히 둘이서 맞았다 80년 그해 금남로 충장로해당화 시인도교사 신분으로 싸웠다아슬하게 막차로섬마을로 돌아갔지만 철쭉꽃이 피는 오월이면학살의 기억 속에잠 못 이루는 밤이다트라우마에 시달린 이들소식이 들리면 아프다 광주 5.18항쟁 이후에도감시당했을 숱한 이들고통의 그 세월이총탄에 뚫린 흔적인 양상처꽃으로 남아 있다 윤상원 열사의 유지처럼그날 우리는 패배하였지만내일의 역사는승리자로 만들었다횃불은 다시 타오른다
2024.05.16 -
상자텃밭 봄동에 비는 내리고
상자텃밭 봄동에 비는 내리고 입춘 앞두고 사람의 마을에 겨울비가 내리는 주말 상자텃밭의 봄동도 젖고 해당화 시인도 젖는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여야 정권교체처럼 반복한 봄동 채소 반찬삼아 된장에 찍어 먹으니 달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 상자텃밭에서 길러 먹으니 찬거리로 요긴하다 요즘 농촌은 인구절벽 탓에 생필품 상점도 드물다지 자급자족할 수밖에 도시농업 텃밭 하나 소중한 고물가 시대가 아닌가 산전수전 겪는 세상살이도 봄동처럼 단맛 났으면 내 마음도 한결 가벼우리 소소한 행복도 함께 누리리
2024.02.03 -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세월 속에 아련한 만남이 있다 저 80년 국보위 해직 이후 공립중에서 사립고로 공채를 통해 잠시 몸담았던 창신공고 국어교사 시절 그때 학생 하나가 인사를 하니 일순간 당혹스러웠지만 해직교사로 안기부 조회에서 다시 교단을 떠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왔다 그때 글쓰기를 통해 독해력을 높이려 2부 학생들이 쓴 사연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졸업 후 실업자 될 것 같다 공고출신 장래가 막막하다 노동조합도 없던 때니 그렇듯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국어수업 작문이었다 어느덧 50대 중반씩을 넘은 나이라니 벌써 그리됐나 오동동 밤거리 국화 앞에서 추억삼아 한컷 남겼다 지리산을 타기에도 예전같지 못한 내 몸이 서글퍼도 명자꽃이 찍어준 사진 한장 먼훗날 해당화 시인의 삶의 흔적삼아 남기련..
2023.10.27 -
꽃처럼 연인처럼 아껴주리라
꽃처럼 연인처럼 아껴주리라 사월 초파일 내 생일에 맞춰서 둘도 없는 선물이 왔다 민중가수 우위영 애지중지할 음반이 해당화 시인에게로 안겼다 국회에서 자전거 타던 명랑한 그녀가 생각난다 고난의 시간 이후 더 강해져 봄바람처럼 우리 곁으로 돌아와 콘서트를 연다 희망의 파랑새를 목놓아 부르며 굽이치는 임진강을 절절히 소리쳐 부르던 노래꾼 지금 우위영 바람이 불고 있다 투쟁의 거리에서 숱하게 불려졌던 민중가요 항쟁의 봄 촛불항쟁 그 간절한 소망과 분노가 그녀의 애틋한 목소리 속에 알알이 맺혀 있다 민중이 부른다면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달려가는 우리시대의 가수를 꽃처럼 연인처럼 아껴주리라
2023.05.23 -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바닷가에 살면 고둥도 잡고 파래도 뜯어다 쓰련만 도시살이 흙 만지기가 어려워 담 아래 상자텃밭이라도 호미로 일구며 가꾸는 명자꽃 아낙 심사를 뉘 알랴 상추 머구 쪽파 고추 민들레 남새들 수확하니 찬거리가 쏠쏠하더라 곳곳에 빈집 빈땅이 보이건만 공동체텃밭은 귀하고 테두리만 쳐 놓았더구나 고물가에 장보기도 겁난다니 손수 길러서 먹겠다는 저 도시농업에 깃든 마음이 어디 찬거리뿐이랴 농사꾼의 딸 향수가 아니랴 더위를 식혀 주는 봄비 내리는 해당화 시인의 거처에 상자텃밭 남새들이 젖는다
2023.05.18 -
오동동 한우일번지 점심때 갔더니^^
오동동 "한우일번지"가 지역민들의 명소는 물론 마산을 찾는 이들의 맛집 술집이 되기를 항구도시 마산의 전통시장 오동동은 통술, 아구찜, 노래주점, 식당 등 술집거리로 예전의 7대도시 명성이 자자했다. 시내 중심가로 지인들과 나오면 "역시 오동동이야!"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상권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코로나 3년을 거치며 소비패턴도 바뀌고 3고시대 경기침체기에 체감경기는 심각할 정도이지만. 최근 들어 오동동 사거리쪽에 특색있는 술집들이 들어서면서 상권의 변화를 실감케도 된다. 코아 뒷편으로 오래 된 주점, 식당이 추억의 거리 마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소녀상 옆 "한우일번지" 는 고물가시대에 맞춘 7천원대 한우국밥을 선보여 점심때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명자꽃이 한우일번지 개업 ..
2023.03.23 -
중앙대로 만추의 낙엽 밟으며
중앙대로 만추의 낙엽 밟으며 시인의 건강을 걱정해 주며 카톡을 보내온 이도 있고 울산 상영 독립영화를 보라고 안부를 전하는 이도 있어 만추의 낙엽을 밟고 가는 내 발걸음은 가벼워라 돌아보면 이 길은 마창지역 어느 곳이든 투쟁의 추억이 살아 외롭지 않은 길이어라 부마에서 광주로 유월에서 칠월 팔월로 명박근혜에서 촛불로 타올랐던 거리거리 돈을 모른다는 부모 말처럼 집도 땅도 머물다 갈 뿐 하얗게 밤을 지새워 써 내려간 시편들만 남고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남모르게 인생정리를 하며 막바지 시집을 준비하는 해당화 시인의 심사는 자못 비장하기도 하건만 뉘 있어 알아주려나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지인들 부고장을 접하던 슬픔 아직 가슴에 맺혀 있거늘 앞으로 10년쯤 보고 올 한해 못 다한 일 챙겨라
2022.11.18 -
판화 한점에 깃든 추억을 부르며
판화 한점에 깃든 추억을 부르며 이철수의 나뭇잎편지를 읽으며 저 80년대 판화가 생각나 홍성담의 오월이야기 달력을 난 마산에서 보급했더랬지 빛고을 항쟁에 참여했던 젊은 날 섬마을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이오덕 선생의 책 열독했던 그날처럼 판화를 무척 사랑했더랬다 창원대 강연에서 만난 신영복 선생의 서화 글씨체를 접하곤 하던 기쁜 날도 세월 속에 추억만 남았는가 오늘은 이철수 선생의 목판화가 헛헛한 내 가슴을 채워주는가 뜨거웠던 민중문화운동 탈춤 판소리 판화 민노래에 열정을 태웠던 격동기 광주항쟁의 불길 속에서 탄생한 민중의 문화예술은 빛나라 늘 고맙게 읽고 있지만 나뭇잎편지에 답장 한번 못보낸 해당화 시인이 인사드린다
2022.11.08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노래하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노래하라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때까지 첫 마음으로 달려가자 유신독재 광주학살을 거쳐 87년 6월항쟁 7,8월 노동자투쟁 88년 조국통일투쟁 그날이 내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네 강고한 90년대 노동해방 투쟁 2천년대 민주정부 수립 투쟁까지 거리의 시인으로 싸웠어라 유신말기 긴급조치 9호 감옥도 잊지 못할 80년 교사 해직도 지난 세월 투쟁의 기억일 뿐 나의 삶은 후회는 없어라 역사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도 다시 촛불을 드는 민중들 아우성은 멈출 줄을 모르는가 세월은 쉴새없이 멀리 흘러 어느새 희끗한 머리칼이 되어 밤새워 쓰는 시 한 편으로 성치 않은 몸을 버티고 있거늘 고난의 십자가에 기대기보다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며 사람사는 세상을 외쳐부르는 해당화 시인의 세상살이가 앞서 걸은 전사들..
2022.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