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시인(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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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권에 바친 사랑이여
시집 한권에 바친 사랑이여 저물무렵 산은 어둡고낫같은 달은 빛나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네버스를 타고 가며머릿 속에 생각는 것은또 한권의 시집을펴낸다는 일이었어라폭정의 세월에시인 노릇하기 힘들건만나에겐 결단이었구나한 편의 시가고단한 삶을 지탱하는힘이 될 수 있거늘노동자 서민의 삶과겨레의 운명을내가 선 자리에서칼바람 부는 길 위에서땀흘리며 써내려 간없고> 14번째 시집을험한 세상 속으로떠나보낸 어젯날을호젓이 뒤돌아보는 심사여알아주지 않아도묵묵히 제 갈 길을가야만 했던해당화 시인이 부대껴 온생의 흔적 사랑이어라
2025.03.07 -
나는 나답게 다른 오늘을 살자
나는 나답게 다른 오늘을 살자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때까지첫 마음으로 달려가자유신독재 광주학살을 거쳐87년 6월항쟁 7,8월 노동자투쟁88년 조국통일투쟁 그날이내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네 강고한 90년대 노동해방 투쟁2천년대 민주정부 수립 투쟁까지거리의 시인으로 싸웠어라유신말기 긴급조치 9호 감옥도잊지 못할 80년 교사 해직도지난 세월 투쟁의 기억일 뿐나의 삶은 후회는 없어라 역사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도다시 촛불을 드는 민중들아우성은 멈출 줄을 모르는가세월은 쉴새없이 멀리 흘러어느새 희끗한 머리칼이 되어밤새워 쓰는 시 한 편으로성치 않은 몸을 버티고 있거늘 고난의 십자가에 기대기보다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며사람사는 세상을 외쳐부르는해당화 시인의 세상살이가앞서 걸은 전사들의 발자국을따라가는 그 한 사람일지니..
2025.02.24 -
파밭 가에서 시상을 떠올리며
파밭 가에서 시상을 떠올리며 김수영 시인은 파밭 가에서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라고 세번 되풀이하며노동의 대지를 뚫고 나온묵은 사랑을 벗겨내고새 사랑을 맞는 힘푸른 새싹을 노래했더랬지 해당화 시인은 파밭 가에서동네텃밭 가꾼 명자꽃쪽파를 무쳐 밥상 위에쑥국과 함께 반찬해서 먹으니어쩐지 힘이 솟더라고길러먹는 남새를 노래하네도시농부란 게 실감나데 언뜻 고향산천을 뒤돌아보니생산비 못 건진다는 농삿일썩은 농정을 갈아엎고세상을 바꾸자고농토 위에 진보의 깃발을 꽂고아스팔트농사 짓는 사람들그 맘이 예사롭지 않더라 언 땅을 녹인 키세스 응원봉들뜨거운 분노가 타는 거리낡은 것을 잃고 새것을 얻는파밭 가의 시상이오늘따라 예사롭지 않더라고새해 새 나라 만들고봄의 새싹들을 보아야겠다
2025.02.24 -
시노래 "그 꽃은 내 가슴에 핀다"
해당화 시인의 시노래 한 곡이 탄생했군요. "그 꽃은 내 가슴에 핀다"^^ https://www.facebook.com/share/p/1ACxdsJwoD/ 로그인 또는 가입하여 보기Facebook에서 게시물, 사진 등을 확인하세요.www.facebook.com 로그인 또는 가입하여 보기Facebook에서 게시물, 사진 등을 확인하세요.www.facebook.comhttps://www.youtube.com/watch?v=RnqAodTSaec
2025.01.30 -
어제가 그런 날 중에 하루였네
어제가 그런 날 중에 하루였네 길가의 민들레 제비꽃도폭염 속에 지치고기후재난은 끝을 모르는데집회에서 인사나누고꼽아보니 1년만에뒷풀이 소주 한잔 마셨네 예전같지 않은 몸 탓에투쟁이 부른다면 그 어디든달려갔던 지난 날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이들과밥 한끼 술 한잔 나눈기억이 새록새록하더라 진보연합 후원주점에도못가 미안했는데오동동 기림일 행사 마치고든든한 우리 편이병하 상임대표와 함께건강하시라 건배했네 돌아보면 유월에서 통일까지뜨겁게 젊은 시절을 바친해당화 시인에게좋은 사람들과 뒷풀이에서서로를 다독인 어제가그런 날 중에 하루였어라
2024.08.18 -
내 가슴에 오월꽃은 피는가
내 가슴에 오월꽃은 피는가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사월 초파일 석탄일오월은 추모의 달이라축제도 삼가고조용히 둘이서 맞았다 80년 그해 금남로 충장로해당화 시인도교사 신분으로 싸웠다아슬하게 막차로섬마을로 돌아갔지만 철쭉꽃이 피는 오월이면학살의 기억 속에잠 못 이루는 밤이다트라우마에 시달린 이들소식이 들리면 아프다 광주 5.18항쟁 이후에도감시당했을 숱한 이들고통의 그 세월이총탄에 뚫린 흔적인 양상처꽃으로 남아 있다 윤상원 열사의 유지처럼그날 우리는 패배하였지만내일의 역사는승리자로 만들었다횃불은 다시 타오른다
2024.05.16 -
상자텃밭 봄동에 비는 내리고
상자텃밭 봄동에 비는 내리고 입춘 앞두고 사람의 마을에 겨울비가 내리는 주말 상자텃밭의 봄동도 젖고 해당화 시인도 젖는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여야 정권교체처럼 반복한 봄동 채소 반찬삼아 된장에 찍어 먹으니 달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 상자텃밭에서 길러 먹으니 찬거리로 요긴하다 요즘 농촌은 인구절벽 탓에 생필품 상점도 드물다지 자급자족할 수밖에 도시농업 텃밭 하나 소중한 고물가 시대가 아닌가 산전수전 겪는 세상살이도 봄동처럼 단맛 났으면 내 마음도 한결 가벼우리 소소한 행복도 함께 누리리
2024.02.03 -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세월 속에 아련한 만남이 있다 저 80년 국보위 해직 이후 공립중에서 사립고로 공채를 통해 잠시 몸담았던 창신공고 국어교사 시절 그때 학생 하나가 인사를 하니 일순간 당혹스러웠지만 해직교사로 안기부 조회에서 다시 교단을 떠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왔다 그때 글쓰기를 통해 독해력을 높이려 2부 학생들이 쓴 사연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졸업 후 실업자 될 것 같다 공고출신 장래가 막막하다 노동조합도 없던 때니 그렇듯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국어수업 작문이었다 어느덧 50대 중반씩을 넘은 나이라니 벌써 그리됐나 오동동 밤거리 국화 앞에서 추억삼아 한컷 남겼다 지리산을 타기에도 예전같지 못한 내 몸이 서글퍼도 명자꽃이 찍어준 사진 한장 먼훗날 해당화 시인의 삶의 흔적삼아 남기련..
2023.10.27 -
꽃처럼 연인처럼 아껴주리라
꽃처럼 연인처럼 아껴주리라 사월 초파일 내 생일에 맞춰서 둘도 없는 선물이 왔다 민중가수 우위영 애지중지할 음반이 해당화 시인에게로 안겼다 국회에서 자전거 타던 명랑한 그녀가 생각난다 고난의 시간 이후 더 강해져 봄바람처럼 우리 곁으로 돌아와 콘서트를 연다 희망의 파랑새를 목놓아 부르며 굽이치는 임진강을 절절히 소리쳐 부르던 노래꾼 지금 우위영 바람이 불고 있다 투쟁의 거리에서 숱하게 불려졌던 민중가요 항쟁의 봄 촛불항쟁 그 간절한 소망과 분노가 그녀의 애틋한 목소리 속에 알알이 맺혀 있다 민중이 부른다면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달려가는 우리시대의 가수를 꽃처럼 연인처럼 아껴주리라
2023.05.23 -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바닷가에 살면 고둥도 잡고 파래도 뜯어다 쓰련만 도시살이 흙 만지기가 어려워 담 아래 상자텃밭이라도 호미로 일구며 가꾸는 명자꽃 아낙 심사를 뉘 알랴 상추 머구 쪽파 고추 민들레 남새들 수확하니 찬거리가 쏠쏠하더라 곳곳에 빈집 빈땅이 보이건만 공동체텃밭은 귀하고 테두리만 쳐 놓았더구나 고물가에 장보기도 겁난다니 손수 길러서 먹겠다는 저 도시농업에 깃든 마음이 어디 찬거리뿐이랴 농사꾼의 딸 향수가 아니랴 더위를 식혀 주는 봄비 내리는 해당화 시인의 거처에 상자텃밭 남새들이 젖는다
2023.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