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시인(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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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로 만추의 낙엽 밟으며
중앙대로 만추의 낙엽 밟으며 시인의 건강을 걱정해 주며 카톡을 보내온 이도 있고 울산 상영 독립영화를 보라고 안부를 전하는 이도 있어 만추의 낙엽을 밟고 가는 내 발걸음은 가벼워라 돌아보면 이 길은 마창지역 어느 곳이든 투쟁의 추억이 살아 외롭지 않은 길이어라 부마에서 광주로 유월에서 칠월 팔월로 명박근혜에서 촛불로 타올랐던 거리거리 돈을 모른다는 부모 말처럼 집도 땅도 머물다 갈 뿐 하얗게 밤을 지새워 써 내려간 시편들만 남고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남모르게 인생정리를 하며 막바지 시집을 준비하는 해당화 시인의 심사는 자못 비장하기도 하건만 뉘 있어 알아주려나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지인들 부고장을 접하던 슬픔 아직 가슴에 맺혀 있거늘 앞으로 10년쯤 보고 올 한해 못 다한 일 챙겨라
2022.11.18 -
판화 한점에 깃든 추억을 부르며
판화 한점에 깃든 추억을 부르며 이철수의 나뭇잎편지를 읽으며 저 80년대 판화가 생각나 홍성담의 오월이야기 달력을 난 마산에서 보급했더랬지 빛고을 항쟁에 참여했던 젊은 날 섬마을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이오덕 선생의 책 열독했던 그날처럼 판화를 무척 사랑했더랬다 창원대 강연에서 만난 신영복 선생의 서화 글씨체를 접하곤 하던 기쁜 날도 세월 속에 추억만 남았는가 오늘은 이철수 선생의 목판화가 헛헛한 내 가슴을 채워주는가 뜨거웠던 민중문화운동 탈춤 판소리 판화 민노래에 열정을 태웠던 격동기 광주항쟁의 불길 속에서 탄생한 민중의 문화예술은 빛나라 늘 고맙게 읽고 있지만 나뭇잎편지에 답장 한번 못보낸 해당화 시인이 인사드린다
2022.11.08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노래하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노래하라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때까지 첫 마음으로 달려가자 유신독재 광주학살을 거쳐 87년 6월항쟁 7,8월 노동자투쟁 88년 조국통일투쟁 그날이 내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네 강고한 90년대 노동해방 투쟁 2천년대 민주정부 수립 투쟁까지 거리의 시인으로 싸웠어라 유신말기 긴급조치 9호 감옥도 잊지 못할 80년 교사 해직도 지난 세월 투쟁의 기억일 뿐 나의 삶은 후회는 없어라 역사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도 다시 촛불을 드는 민중들 아우성은 멈출 줄을 모르는가 세월은 쉴새없이 멀리 흘러 어느새 희끗한 머리칼이 되어 밤새워 쓰는 시 한 편으로 성치 않은 몸을 버티고 있거늘 고난의 십자가에 기대기보다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며 사람사는 세상을 외쳐부르는 해당화 시인의 세상살이가 앞서 걸은 전사들..
2022.08.15 -
고 유장근 사학자의 영전에
고 유장근 사학자의 영전에 그저께만 해도 페북으로 소식을 접했더랬는데 슬픈 부고가 올라왔구나 민주화교수협 1세대 유장근 경남대 사학과 교수 지역사 연구에 열정을 쏟은 마산을 사랑한 사학자 그가 우리 곁을 떠나다니 가쁜 숨 몰아쉬며 올랐던 뒷산에서 바라본 진동바다 비오는 날 생선 과일을 샀다던 신마산 번개시장 그의 발자취는 또렷하건만 세월의 흔적 배인 흰머리 미소 머금은 그 얼굴 두번 다시 찾을 길이 없는가 폭압의 정치가 미쳐 날뛰던 저 70년대 80년대를 거쳐 새천년 들어 마산YMCA 시민운동에도 활약하셨고 도시탐방대를 운영하며 지역사회 행사에서 자주 뵜던 듬직한 지역 어르신을 서럽게 이별하는 밤이어라 마산의료원 빈소에 들러 향을 피우고 한잔 술 따르고 그의 영전에 절올리다 눈물이 왈칵 솟구치더라 그와의..
2022.07.07 -
장맛비가 야속한 여름날에
장맛비가 야속한 여름날에 상자텃밭에 빗물 머금은 도라지꽃은 곱건만 야속한 장맛비에 일주일째 장사 못하는 명자꽃 민생3법 노점상 특별법 국회 소식은 감감하고 합천 엄마 걱정에 보살피러 가고 싶다는데 떠날 형편이 안되구나 해당화 시인은 산연 폐업철회 장기투쟁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처절한 철장 안 농성 투쟁속보에 분노가 일고 나토 정상회의 뉴스는 열불이 나서 못보겠더라 3고시대 걱정 태산이어도 국짐당 정부는 정치보복 독재회귀 칼날만 벼르고 있지 않는가 강대강은 여기저기에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부르고야 말지 않는가 장맛비 속에서 씁쓸한 하루를 보내며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평등세상은 언제랴 중성동 골목길에서 마주친 보랏빛 도라지꽃 하나 휑한 가슴을 어루만져라
2022.06.29 -
다시 DSLR 카메라를 구하고
다시 DSLR 카메라를 구하고 내 눈 속에 담는 풍경들이 남부럽지 않겠건만 어쩌랴 카메라가 필요한 때가 생기거늘 어제 저녁 태양카메라에서 니콘 D5500 DSLR 중고카메라를 구했어라 행사 사진 블로그에 올리고 시도 쓸 겸 해서 잊지 못할 순간 추억으로 기록으로 남기는 고독한 작업을 위하여 없는 살림에 길거리장사 명자꽃 당신이 처음 만난 그날처럼 해당화 시인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어라 4.11 민주항쟁의 도화선 김주열 열사 동상 제막식 행사까지 찍고 그만 고장나 버린 캐논 미러리스 EOS 10D 수리하기보다 다시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니게 되었어라 반가운 사람 만나면 스냅 사진 한컷 찍어두는 것도 좋겠고 내 목에 걸고 다니니 한결 마음이 안정돼 보여 그새 카메라 중독인가 이것도 인연인가 하노라
2021.10.31 -
내가 걷는 길을 돌아보라
내가 걷는 길을 돌아보라 내가 걷는 이 길을 오늘 내일도 걸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노라 남은 시간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자각이 언뜻 떠오르는 날에 한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며 뛰는 젊은 벗들이 있기에 내게 주어진 길 쉼없이 가면 될까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인 것을 새로이 일깨우고 해당화 시인도 다시 한 편의 시를 써내려 가며 지나온 흔적을 발자욱처럼 남길까 명자꽃과 함께 내일 위한 오늘을 노래하자
2021.10.02 -
부부의 연
부부의 연 성당 달력을 보니 5.21 오늘이 부부의 날이네 우리 부모는 전쟁 직후 만나 옥계 바닷가에서 연을 맺고 해당화 시인은 오동동에서 시집을 권했다가 명자꽃을 만나 연을 맺었네 같은 곳을 향하여 세파를 헤쳐 좋은 세상 볼까 사별한 이들 심정은 어떨까 부부의 길은 힘든 세월 아리랑고개를 함께 넘자는 것 한생의 동반자네
2021.05.21 -
파밭 가에서 무엇을 노래할까
파밭 가에서 무엇을 노래할까 김수영 시인은 파밭 가에서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라고 세번 되풀이하며 노동의 대지를 뚫고 나온 묵은 사랑을 벗겨내고 새 사랑을 맞는 힘 푸른 새싹을 노래했더랬지 해당화 시인은 파밭 가에서 동네텃밭 가꾼 명자꽃 쪽파를 무쳐 밥상 위에 쑥국과 함께 반찬해서 먹으니 어쩐지 힘이 솟더라고 길러먹는 남새를 노래하네 도시농사란 게 실감나데 생산비 못 건진다는 고향산천 우리 농사꾼들 심정을 헤아려보기도 농민없는 농정의 세월을 떨쳐버리고 바꾸자고 농토 위에 진보의 깃발을 꽂고 아스팔트농사를 지은 지 몇몇 해가 흘렀던가 농민수당도 재난지원금도 여전히 사각지대 아닌가 낡은 것을 잃고 새것을 얻는 파밭 가의 시상이 내게도 예사롭지 않더라고
2021.03.05 -
뭘 했냐고 누가 내게 묻거든
뭘 했냐고 누가 내게 묻거든 무학산에 흰눈 쌓인 날 맺힌 빗방울 하나 괜스레 눈물 한방울 같아 편히 눈감지 못하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식걱정 떠날 날 없던 어미의 한이 내 가슴에 사무치더라 "우리 아들 어찌 살꼬" "돈을 몰라서 큰일이다 장사를 할래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 한마디도 흘려들었던 해당화 시인은 끝내 복직되지 못했다 민중시를 무기로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 투쟁으로 보냈던 격동의 시절 지나고 지금 돌이켜 보느라면 거침없이 갔던 80년 해직교사의 민주화 한길이더라 나의 분신같은 시집들 생의 흔적으로 남아 후회없는 세월 뉘라서 알아줄까마는 어미의 눈물 한방울 잊을 수 없어 이 산하에 잠들지 못하는 꽃넋들이 애달프구나
202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