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밭 가에서 시상을 떠올리며

2025. 2. 24. 17:21<사람 사이에도 꽃이 핀다>

 

파밭 가에서 시상을 떠올리며
 
김수영 시인은 파밭 가에서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라고 세번 되풀이하며
노동의 대지를 뚫고 나온
묵은 사랑을 벗겨내고
새 사랑을 맞는 힘
푸른 새싹을 노래했더랬지
 
해당화 시인은 파밭 가에서
동네텃밭 가꾼 명자꽃
쪽파를 무쳐 밥상 위에
쑥국과 함께 반찬해서 먹으니
어쩐지 힘이 솟더라고
길러먹는 남새를 노래하네
도시농부란 게 실감나데
 
언뜻 고향산천을 뒤돌아보니
생산비 못 건진다는 농삿일
썩은 농정을 갈아엎고
세상을 바꾸자고
농토 위에 진보의 깃발을 꽂고
아스팔트농사 짓는 사람들
그 맘이 예사롭지 않더라
 
언 땅을 녹인 키세스 응원봉들
뜨거운 분노가 타는 거리
낡은 것을 잃고 새것을 얻는
파밭 가의 시상이
오늘따라 예사롭지 않더라고
새해 새 나라 만들고
봄의 새싹들을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