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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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에 영원을 담아라
찰나의 순간에 영원을 담아라 멀리 움직일 수가 없구나머리에서 발끝까지몸이 예전같지 않은 탓인가산정에 홀로 선나무처럼 제 자리에서노동의 대지에 깊이뿌리내리고 버텨야 하나 저 한라에서 백두까지굽이쳐 가리라던 꿈마저버릴 수야 없거늘온몸으로 세파 맞으며뼈와 살에 새기듯추억을 시로 기록하는 날내 지나온 길을찬찬히 둘러보아라 시를 품고 살아온 세월다시 한번 날자대열 속에 뛰어들고 싶건만지금은 한발짝 물러서서현장 밖에 서 있구나기억하는 방식이어젯날과 달라졌을 뿐 그래도 우리 갈 길은 간다같은 방향을 바라보며만나는 사람들웃으며 인사나누어라이글거리는 태양도달아오르는 대지도뿌리깊은 나무를 꺾지 못하리길 위의 꽃들을 노래하리
13:19:25 -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었다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었다기후재난이 일상일 줄이야예전엔 미처 몰랐어라나락 한알 속 우주를 보았던무위당 장일순 선생그 심지를 알 것만 같아달이 나이고 해가 나이고분명 그대는 나일세 담담히 화두처럼 던진 말 속에 숨은 뜻은 무엇일까자연과 인간 사이뭇 생명의 공존이었을까벌써 1년 2년 세월이 갈수록지구촌이 위험해지건만무심했던 사람들 산들강 인명 재산도속수무책으로 당하는구나후세들에게 뭘 물려줄까핵 오염수까지 난리니삶의 터전 바다가언제까지 무사할 수 있나당장 나부터 급하지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2024.07.25 -
지나칠 수 없는 1인시위 앞에서
지나칠 수 없는 1인시위 앞에서 한 여성농민이 폭염 속에서1인시위를 펼치는구나장마철 농삿일도 바쁠 터인데수확한 배추 토마토손에 들고 인증샷 대신무엇이 사무쳤길래바위 위에 선 소나무처럼무더위도 아랑곳없이탄 얼굴로 버티고 서 있는가춤추며 싸우는 농사형제들농민가 그 노래가거리에 울려퍼지는 듯순간 내 가슴도 뛰는구나기나 긴 살농의 세월 속에서아스팔트농사 지은 지손꼽아 보면 몇몇 해이랴일손 부족한 농촌농업포기 농민말살 폭정에우리들 고향이 사라지고정광훈 의장 말처럼농민이 제 먹을 농사만 짓는그런 날이 올지도 몰라곳곳에서 펼쳐지는 민중농활우리농업을 살리고자진보당 농민회 힘을 모아구슬땀을 흘리는 농활 현장이강렬하게 와 닿듯한 여성농민의 손팻말 시위즐겁고 힘차게싸워나가는 오늘이어라손잡고 함께 가자생명의 젖줄인 농민의 길로
2024.07.23 -
그의 노래를 다시 불러본다
그의 노래를 다시 불러본다 떠나가는구나 하나 둘아침이슬 상록수공장의 불빛 김민기 가객우리의 70년대도이렇게 저물어 가는가최루탄 자욱한 거리목놓아 불렀던 노래여오월광주 '찢어진 기폭'을숨죽여 읽을 때처럼그의 노래 테이프를 듣고시상을 가다듬으며투쟁의 날을 기약하던젊은 날 한 시대가봉우리를 넘어가는구나죽어도 죽은 것이아닐지니 참사람이여어두운 시절희망을 안겨 주었던저항의 노래는타는 가슴 속에 거리에살아 불려지리니빛나는 별이 되소서노동의 대지 위에붉게 타오르는 태양처럼온누리를 비추소서구비구비 고개 넘어천리길 굽이쳐 가리라
2024.07.22 -
강정마을에 평화가 올 때까지
강정마을에 평화가 올 때까지 한 사제가 미사를 올린다생명평화 강정마을노란 깃발을 세워 놓고길바닥 농성장에서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미 해군기지 반대시국미사를 거행하는구나언젠가 경찰의 미사 침탈로성체가 짓밟히던 날문정현 신부가부서진 그리스도의 몸을보듬고 눈물흘리던그날 아픈 기억이 생생하다제주 구럼비 바위 습지해안 생태계를 지키려고철조망을 넘어 외치던활동가의 모습도 떠오른다사드반대 소성리처럼오래 된 끈질긴 싸움이다"교회 밖으로 나서라"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이내 귓가에 쟁쟁하다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주민 신자가 모여생명평화 미사를 거행하는천막성당은 빛나라묵주기도를 바치고 싶다
2024.07.21 -
동자동 사랑방을 아시나요
동자동 사랑방을 아시나요 가장 낮은 곳으로길을 찾아가는 사람들노상 급식소이든쪽방촌이든사람이 하늘인 것처럼삶을 섬기는신부 목사 진보당그들이 있기에절망 속에 누워 지내는밑바닥 인생들에게동자동 사랑방에새싹이 움트듯공동체를 일구어 내고불평등을 넘어희망을 길어 올린다재난 고독사안타까운 죽음을얼마나 많이 보았던가가난한 이웃들이죽지 않고 살 권리를누려야 하거늘레미제라블은헬조선의 민낯 아니랴종교도 정치도가장 낮은 곳에서빛을 발하기를간절히 두손모은다
2024.07.20 -
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
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 비내리는 텃밭가에 피어난도라지꽃이 반가워라장마철 극한기후 다 이겨내고노동의 대지 위에보랏빛 꽃을 키워냈구나이른 아침에 문을 열면마주치는 환한 얼굴보기만 해도 좋은 텃밭 하나상추 깻잎 3배 오른물가고에 우린 길러 먹으니소소한 행복 아니랴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가난한 시인에게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심심산골 아니어도작은 텃밭에 뿌리내린 꽃오미란의 예술영화도라지꽃 노래가 들려오는 듯잘나도 못나도자기 고향이 제일인 것처럼억센 삶 도라지꽃이어라
2024.07.18 -
초복맞이 미숫가루에 깃든 마음
초복맞이 미숫가루에 깃든 마음 초복날 쿠팡 택배 캠프 앞눈물 마를 새 없는 땅반가운 소식은 어디 있는가배송일 나가는 노동자들에게초복맞이 미숫가루 나눔행사를 펼치는 이들송영주 사무총장의 귀한 시간 폭염 장마를 뚫고 출발하는택배노동자 힘내시라고"과로사 없는 세상을 만들어요"손 흔들어 주는 풍경 하나쨍하고 해뜰 날처럼모처럼 웃음짓게 하는구나 "모두 일할 만한 현장으로만들어야지요" 인사하는진보당의 노력이 인상깊어라수해 피해복구 봉사만큼소중한 땀방울 아니랴발걸음 가볍게 한주 여시라고응원을 보내주니 고마워라
2024.07.15 -
그렇지요 탄핵이 필요한 거죠
그렇지요 탄핵이 필요한 거죠 강물은 흘러서 어디로 가나대학가엔 대자보가거리엔 광장의 촛불이폭주를 막고 끌어내리자고온 나라가 아우성치는분노의 계절에너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또 거부한 특검고 채상병 특검 거부"거부한 자가 범인이다"민심의 강물은탄핵의 강으로 흘러 흘러새로운 시대를 열어갈민중의 바다로행진대오처럼 물결쳐 가리라전국비상시국회의도99% 노동자 서민들도야당 정치인들도더 이상 참을 수 없어연대의 손을 굳게 맞잡고투쟁의 길로 나서는피플파워 전국민항쟁의 날"이것이 민심이다 백만 촛불로윤석열을 탄핵하라!"구호가 폭풍처럼 몰아쳐라저 검찰독재 국정농단미래가 사라진 폭정의 세월에얼마나 많은 분노가가슴에 사무쳐 쌓였는가"민의를 외면하는대통령은 국민이 거부한다"거부권거부 범국민대회봉화여 온누리에 솟아오르라가파른 ..
2024.07.13 -
택배기사 그녀는 왜 실종되었나
택배기사 그녀는 왜 실종되었나 속절없이 사람들이 죽어간다어제는 화재 오늘은 수해하우스도 논밭도 물에 잠겨 버린극한호우에 무너지는 삶들온나라가 아우성이어라 폭우 속에서 불어난 하천을건너야 했던 택배기사작업중지권도 없는 노동자그만 물살에 휩쓸렸는가그녀는 왜 택배배송을중단하지 못한 채 실종되었나 “오늘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배송을 못할 것 같아.”동료에게 보낸 마지막 한마디가우리를 슬프게 하는구나특수고용노동자는 산안법도규정도 없는 신세였던가 그놈의 물류량이 줄지 않으면폭우 폭설 태풍이 올 때도로켓배송을 멈출 수 없다네폭우에 휩쓸려도 배송하라는악랄한 자본 잔인한 여름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소리쳐 봐도 응답없는헬조선의 노동일을 어찌하랴해마다 되풀이되는 재해여기저기 피해 소식이 아프다
202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