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시는 내게 무엇이었나

2023. 12. 27. 21:50<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삶이란>

 

그 겨울의 시는 내게 무엇이었나
 
 
그 겨울의 시는 고행이었네
흰눈쌓인 철조망 산천
난 분단병을 앓고 있었지
창비 씨알의 소리
민족문학을 찾아 읽었던
젊은 문학도였더랬지
갈색잎 덮인 전방 진지에서
초병을 서야 했던
식민지 군대가 싫었지
그렇게 한 편의 시를 쓰고
헌병대로 남한산성으로
창살 속에 갇혔지
민주화와 통일을 노래한 게
과연 무슨 죄였던가
긴급조치 9호 반공법 악법도
내 가슴에 솟구쳐 오르던
남북통일 열망을
강제로 끌 수 없었지
부마항쟁 광주항쟁을 거쳐
6월항쟁 7,8월 노동자대투쟁
조국통일운동 그날까지
죽 이어져 타올랐지
교단에서 해직되었지만
난 민중시인으로 끝내 살아
못 다한 겨레사랑을
못다 이룬 투쟁의 길을
눈보라 헤쳐가듯
오늘도 전쟁을 치르는 거지
그 겨울의 시는
앞서 눈길을 걸어간 이들
고행의 발자취를 딛고 갔던
내 생의 흔적이었지
돌아보면 아득한 추억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