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교사의 죽음 앞에서

2023. 7. 25. 01:16소시집 <내일을 품은 오늘>

한 초등교사의 죽음 앞에서
 
 
20대 꽃다운 선생님이
학교에서 목숨을 끊었다
묻힐 뻔한 비극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그녀는 괴로워했다
"업무폭탄 학생난리가 겹쳐
모든 게 다 버거워진다
숨이 막혔다"
한 초등교사의 일기장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이들 사랑도
참교육 열정도 없는
무개념의 선생들
감시통제 교장 교감들
얼마나 많은데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새내기 선생님이
이리도 허망히 가시다니
지켜주지 못한
우리는 고통스럽다
오늘은 그 선생님이지만
내일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분노의 절규가
교문 밖에서 거리에서
쏟아져 나온다
악성민원에 시달렸다니
잠인들 제대로 잤을까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는
그 심정이 아려온다
행복한 학교는 언제쯤인가
죽음 이후에야
교사생존권 보호하라는
애끓는 호소가
우리 가슴을 때린다
국화꽃 한 송이 두손모아
그녀의 영전에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