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집 <내일을 품은 오늘>(37)
-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바닷가에 살면 고둥도 잡고 파래도 뜯어다 쓰련만 도시살이 흙 만지기가 어려워 담 아래 상자텃밭이라도 호미로 일구며 가꾸는 명자꽃 아낙 심사를 뉘 알랴 상추 머구 쪽파 고추 민들레 남새들 수확하니 찬거리가 쏠쏠하더라 곳곳에 빈집 빈땅이 보이건만 공동체텃밭은 귀하고 테두리만 쳐 놓았더구나 고물가에 장보기도 겁난다니 손수 길러서 먹겠다는 저 도시농업에 깃든 마음이 어디 찬거리뿐이랴 농사꾼의 딸 향수가 아니랴 더위를 식혀 주는 봄비 내리는 해당화 시인의 거처에 상자텃밭 남새들이 젖는다
2023.05.18 -
이대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
이대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 과연 누가 서민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는가 이러다간 등골이 휘겠구나 3고시대 전기 가스마저 또 올랐다니 어찌 살아갈까 애꿎은 서민들 쥐어짜고 재벌 특혜 퍼주는 거꾸로 가는 불평등 세상 소상공인들 장사하기도 공장들 가동하기도 더 힘겨워질 지경이건만 에너지를 펑펑 쓴 재벌기업 부유층에겐 왜 요금을 인상하질 않는가 빚더미 한전 공기업은 500억 저금리 사내대출에 상여금 잔치 벌이거늘 한전 적자 핑계로 서민 주머니 털어가지 말라 독촉장이라도 날라올까 벌써부터 걱정태산 서민들은 생계를 잇기도 위태로워라 지난 겨울엔 난방비 폭탄 올 여름엔 냉방비 폭탄 한숨과 분노가 터지는구나
2023.05.17 -
오월광주여 영원하라
오월 광주여 영원하라 해마다 오월이 오면 광주여 영원하라 목놓아 외쳐 부르노라 80년 분노의 거리 함께 싸웠던 금남로 내 젊은 날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총탄에 뚫린 자욱들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핏빛 꽃잎이 생각나 저 학살 원흉들을 난 용서할 수 없어라 교단에서 해직됐지만 시는 살아 남았다 지금도 망월동에 가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오월꽃 영전에 바치리 철쭉꽃이 붉게 핀 슬픈 이 산하여 사람사는 세상 그날까지 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3.05.15 -
아구축제에 띄우는 내 마음 하나
아구축제에 띄우는 내 마음 하나 항구도시 마산에 가면 아구가 있다 1960년 뱃사람이 잡아온 못생긴 아구를 술 안주로 요리해 내놓았던 아구찜이 일미라 해마다 아구데이가 오면 상인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구축제를 여니 얼쑤 좋다 문화관광 음식 테마거리 오동동 아구찜거리 신명났구나 코로나 3년 고생 끝에 모처럼 축제분위기였어라 3고시대 체감경기는 힘들어도 오늘만큼은 기를 살리고 상권도 활성화시켜 보리라 풍물소리와 함께 막을 올렸네 누구보다 상권을 실감할 김상수 오동동상인연합회 회장 개회사를 듣고 있자니 중소상인들이 발벗고 나서서 아구축제를 연 그 심정이 꼭 상권회복 내 마음 같더라 향토음식 한 가지가 우리 고장의 맛을 널리 알려내고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다면 민주성지 마산은 더욱 빛나리 아구찜이 좋아 노래..
2023.05.13 -
모심기 철 울 엄니들 그렇게 살았다
모심기 철 울 엄니들 그렇게 살았다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모심기 철 논뚝에서 젖먹이는 엄니 쌀농사가 그만큼 소중했기에 농삿일 앞에 당당히 일했다 북녘 농촌도 모심기가 한창이련만 통일농업 꿈은 아직도 먼가 우리농업 지키는 이 땅 농사꾼들 분통터지는 살농의 세월 농민에게 국가는 존재하는가 의무격리 양곡법도 거부 시장논리에 맡기자는 윤석열 정부 벼 말고 딴 작물을 심으란다 식량자급률 23%인데 쌀 빼고 나면 얼마나 될 것인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식량안보를 위협하거늘 한국인 밥상마저 내주자는 건가 수입개방이 과연 밥먹여 줄까 이러다간 모심기도 그리운 시절 추억이 될지 몰라라 농민가 울려퍼지는 들녘 또 아스팔트농사를 지어야 하는가 사돈이 와서 일 거들었다는 모심기 철 저 사진 한장에 깃..
2023.05.12 -
여수산단으로 희망버스여 달려가자
여수산단으로 희망버스여 달려가자 그들은 왜 고공으로 올라가야 했는가 난쏘공처럼 저 높은 곳으로 저장탱크 위에서 배수진을 친 채 마지막 싸움을 결의한 노동자 전라도 여수산단에서 들려온 속보여 검은 분진을 뒤집어 쓰고 일해도 10년차 일당이 7만원! 한달 초과근무 100시간! 얼마나 가슴에 사무친 세월이었을까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던 노예의 삶을 거부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고서야 종업원이 아닌 노동자가 되었다는 깨달음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투쟁이여 연매출 100조 최대 규모 여수산단 어찌하여 인도의 다국적 기업 비를라카본코리아 회사는 가장 열악한 환경 가장 낮은 임금으로 한국인들을 부려먹는단 말인가 3월3일 파업에 돌입한 하청지회 노동자들 수개월간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대체인력 고용 조롱만 할 뿐 자본의..
2023.05.10 -
한반도를 전쟁전야로 몰지 말라
한반도를 전쟁전야로 몰지 말라 해방 직후 민요가 살아났다 미국놈 믿지 말고 석열에 속지 말고 일본놈 일어나니 조선사람 조심해라 시대를 넘어 울려퍼진다 급기야 러시아한테 중국한테 경고를 받는 슬픈 내 나라 이러다 미사일이 언제 이곳에 날아올지 불안하거늘 줏대없는 윤석열 정부 평화외교는 커녕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약소국의 설움인가 미국놈 일본놈 장단맞추느라 겨레의 운명을 내팽개치는 굴욕외교가 웬말이냐 내 사랑 한반도는 전쟁보다 평화를 원하건만 강대강 핵전쟁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이런가 영화처럼 자고 일어나 보니 전쟁이 터져 버린 비극을 기어코 봐야 하는가 3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드리운 지구는 무사할 것인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이 산하여 경제위기는 심해져 갈 뿐 자칫 생존마저 위태로워라..
2023.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