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꽃(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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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텃밭과 대화하는 명자꽃
작은 텃밭과 대화하는 명자꽃 국회의원 후보 평균 재산이 28억 9823만원이라니 담벼락 아래 공터에 뙈기텃밭 하나 일구는 마음을 지들이 어찌 알겠는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이해할 수도 없겠지 오락가락하는 기후 탓에 이래저래 장사 못하고 공치는 영세상인 노점상인들 쓰린 심정을 누가 헤아리랴 텃밭에서 호미질하며 답답한 가슴일랑 달래보려는 우리네 서민들에게 거대양당 독식을 넘어 노동의 땀방울이 아름답고 사회가 평등한 정치를 이루는 진보의 가치여 빛나라 열무를 심고 돌보는 저 작은 텃밭이 사랑이어라
2024.03.23 -
둘이서 소박한 밥상 앞에서
둘이서 소박한 밥상 앞에서 입맛없을 때 쑥국 끓여서 초벌부추 겉절이에 정구지찌짐 쪽파무침 텃밭 상추쌈을 차려 놓고 봄향기를 맡으며 둘이서 먹는 늦은 아침 고단한 몸이 한결 가뿐해라 우리 이렇게 산다오 제철 남새가 보약이지요 국밥 한 그릇 할까 하다가도 주저하는 물가고 외식 한번 못해도 명자꽃이 합천 고향집에 갔다가 캐 온 봄나물 없는 살림에 찬거리삼으니 소소한 행복이구나 생명의 봄을 맛보는 밥상이 하루를 버티는 힘이어라
2024.03.18 -
울 부모 따신 밥 한끼 차려 놓고
울 부모 따신 밥 한끼 차려 놓고 그렇게 바다를 끼고 살았다 아비는 고기잡이배 타고 어미는 어시장에서 장을 봐 반찬가게를 꾸렸다 구산면 옥계 바닷가에서 마산으로 거처를 옮겨 자식들 키우며 늙어갔다 나이들어 우리 부모는 병고에 시달리다 떠났다 지금은 선산이 없고 내서 논도 교원동 집도 다 없어져 버렸다 "돈을 모른다"고 타박하던 그 말이 아프게 울린다 명자꽃 아내와 함께 설 명절 제사를 지내며 모처럼 부모 이름을 지방에 쓰고 추억하면서 오늘의 나를 돌아본다 서민들 살아가는 게 그때와 다를 바 없는 고단한 노동의 세월에 변치 않는 사랑이란 자식 걱정 부모 마음이다 시국사건 구속 해직이 없었더라면 맘 편했을 터 해당화 시인의 인생역정 후회일랑 없지만 따신 밥 한끼 올려 지냈던 설 제사가 내내 씁쓸해 남모를 회..
2024.02.11 -
국밥 한 그릇 소소한 행복
국밥 한 그릇 소소한 행복 새벽 3시 국밥 한 그릇 둘이서 외식한다 학창때는 점심 건너뛰고 시집을 샀더랬지 장날엔 가마솥에 푹 끓인 돼지국밥을 먹었지 명자꽃 장삿일 마치고 모처럼 맛보는 추억어린 서민음식 시인이 좋아한다니까 합천돼지국밥 5천원 하는 식당을 차리겠단다 온몸이 다 아픈 노점상 오래 할 것 못되지 심야시간 불종거리에서 국밥 한 숟갈 뜨며 오늘 하룻일을 마치고 바람찬 집으로 간다
2023.12.25 -
마산에 첫눈 내린 아침에
마산에 첫눈 내린 아침에 어제는 초승달이 뜨고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만 오늘은 새벽녘에 첫눈이 내려 쌓였네 오동동 명자꽃 노점일이 안쓰러운 듯 그기 장사가 됩니까고 백신부가 묻길래 전쟁 아입니꺼 전쟁 살아 남아나지예 라고 답해주고 싶었다 물가가 높아서 다들 경기가 어렵다는데 그래도 싼 값에 사 먹는 길거리 간식에 정성을 들이는 노점상 생계보호특별법 민생3법은 계류중이고 영세상인 빈민은 생존이 위태로운 판 그래도 마산에 첫눈이 다 내리니 반가워라 빈터에 가꾼 상추 배추 파가 얼게 됐지만 동심이 살아 있는가 해당화 시인은 흰눈쌓인 무학산으로 산행길 떠나볼꺼나
2023.11.18 -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온 날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온 날 명자꽃 합천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왔구나 도시살이를 하더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농촌의 소중한 작물 시장 수급조절 하느라 어디선 무를 갈아엎는단 소식도 들려오니 서글픈 심정이건만 자식 챙기는 부모 마음 월동무에 담겼어라 겨울비 내린 오늘 저녁에는 무김치를 담가 소박한 밥상을 차렸네 자루쌀도 시래기도 양파도 된장도 챙겨다 주는 시인의 집에 쌍백 안계마을 황토밭 농사지어 거둔 그 손길이 둘도 없는 사랑이어라 사는 게 고달파도 무가 서로를 토닥거려라
2023.11.17 -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세월 속에 아련한 만남이 있다 저 80년 국보위 해직 이후 공립중에서 사립고로 공채를 통해 잠시 몸담았던 창신공고 국어교사 시절 그때 학생 하나가 인사를 하니 일순간 당혹스러웠지만 해직교사로 안기부 조회에서 다시 교단을 떠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왔다 그때 글쓰기를 통해 독해력을 높이려 2부 학생들이 쓴 사연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졸업 후 실업자 될 것 같다 공고출신 장래가 막막하다 노동조합도 없던 때니 그렇듯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국어수업 작문이었다 어느덧 50대 중반씩을 넘은 나이라니 벌써 그리됐나 오동동 밤거리 국화 앞에서 추억삼아 한컷 남겼다 지리산을 타기에도 예전같지 못한 내 몸이 서글퍼도 명자꽃이 찍어준 사진 한장 먼훗날 해당화 시인의 삶의 흔적삼아 남기련..
2023.10.27 -
다시 꽃피고 열매맺는 고추밭에서
다시 꽃피고 열매맺는 고추밭에서 올해 유독 실감나는 기후위기 폭염 폭우 태풍 다 견디고 다시 꽃피고 열매 맺는 고추밭에서 살아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명자꽃과 함께 한끼 밥 먹을 때 내가 찍어 먹는 고추 한 개가 만원이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네 별을 닮은 하얀 고추꽃 끈질기게 피어난 생명이어라 엄청 무더운 날씨에 수확한 유기농 빨간 건고추는 튼실하게 잘 컸고 잘 마르고 있다니 한살림 농사꾼의 손길이 둘도 없이 소중한 때이구나 작황이 좋다니 다행스러워라
2023.08.22 -
마산의료원 응급실 갔다 와서
마산의료원 응급실 갔다 와서 사노라면 아픈 날도 오구나 일요일 이른 아침에 약국에 가서 물파스 하고 알레르기약을 사서 명자꽃에게 먹였더니 웬걸 붓는 부작용이 생겼다 수많은 약들 중에 어찌 부작용이 없으랴만 비상금을 꺼내서 마산의료원 응급실로 갔다 항생제 약이 독해서 그렇단다 혈관링거액 꽃고 맞으니 부기가 좀 가라앉고 하루치 약을 짓고 왔다 장마철 무더위가 기승인데 골목길 담벼락 텃밭 챙기고 파김치 담아 저녁차렸다 없는 살림에 서민들이 아프면 갈 수 있는 공공병원 마산의료원이 좋단다
2023.07.10 -
수제비 한 그릇을 먹으며
수제비 한 그릇을 먹으며 간밤엔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올 장마가 심상찮다 비 그치니 또 폭염이다 낙동강 녹조는 발암물질 투성이라건만 왜 보 개방을 않나 이제 식수마저 위태로워라 부산경남 사람들 밥상도 안심하지 못하지 명자꽃은 아침녘에 골목길 텃밭을 살펴보고 추억의 수제비 차려서 늦은 끼니를 때운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24만명이라는데 편의점 도시락 라면은 싸도 나트륨 초과라건만 젊은 몸인들 건강하려나 노숙인 무료급식도 고물가에 찬이 준다지 점심시간 밥값이 만원대니 직장인도 울상이라지 쩐의 전쟁 못지 않은 밥의 전쟁이 시작됐는가 저 수제비 한 그릇 집밥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스러운 오늘이다
2023.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