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부모 따신 밥 한끼 차려 놓고

2024. 2. 11. 02:05<산다는 것 정말 많이 춥네요>

 

울 부모 따신 밥 한끼 차려 놓고
 
 
그렇게 바다를 끼고 살았다
아비는 고기잡이배 타고
어미는 어시장에서 장을 봐
반찬가게를 꾸렸다
구산면 옥계 바닷가에서
마산으로 거처를 옮겨
자식들 키우며 늙어갔다
나이들어 우리 부모는
병고에 시달리다 떠났다
지금은 선산이 없고
내서 논도 교원동 집도
다 없어져 버렸다
"돈을 모른다"고 타박하던
그 말이 아프게 울린다
명자꽃 아내와 함께
설 명절 제사를 지내며
모처럼 부모 이름을
지방에 쓰고 추억하면서
오늘의 나를 돌아본다
서민들 살아가는 게
그때와 다를 바 없는
고단한 노동의 세월에
변치 않는 사랑이란
자식 걱정 부모 마음이다
시국사건 구속 해직이
없었더라면 맘 편했을 터
해당화 시인의 인생역정
후회일랑 없지만
따신 밥 한끼 올려 지냈던
설 제사가 내내 씁쓸해
남모를 회한에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