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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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꽃으로 피어나기를
언젠가 꽃으로 피어나기를 머리 염색하는 그 순간서편 하늘에저녁노을이 물들어 간다젊은 날은 가고남은 세월은 얼마일까 압제에 맞서 싸웠던그 한 사람도병마를 이기지 못했구나70년대 유신세대가이제 저물어간다 훗날 결코 헛되지 않을생의 흔적이여만인을 위해일할 때 몸부림칠 때나는 자유였는가 불꽃처럼 타올랐던열정의 삶이 뿌린 씨앗이푸르른 나무로 자라날그날이 오면길은 외롭지 않으리
2024.09.19 -
새벽노을에 띄우는 내 마음
새벽노을에 띄우는 내 마음 밤새 열대야에 뒤척이다새벽길 나섰더니동녘 하늘에분홍빛 노을이 타네맘 같아선 산에서일출을 봤으면오죽 좋았겠나 싶지만휴가도 없는 신세라길 위에서새벽노을을 촬영하다 보니동트는 새벽에가열찬 투쟁정신 으쌰노래하던 그날들이문득 그리워졌네세월도 사람도변해가기 마련이거니이제는 추억으로아로새겨야 하는가젊은 날처럼투쟁의 격랑 속으로뛰어들고 싶건만아직도 투사의 노래는내 가슴에 울리건만하루의 삶에그만 발이 묶여 버렸다시인노릇도 힘겹네올 가을까지라도별탈없이 버텨야겠거늘내일을 위한 오늘에살기 위하여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2024.08.04 -
한송이 꽃으로 다시 살아나
한송이 꽃으로 다시 살아나 핏빛 광주항쟁 그해에도명사십리 바닷가에해당화는 피었더랬지포성 울려대는서해5도 해안가에도갯바람 받으며저 멀리 피어 있겠지 강산이 몇 차례나 바뀌고오늘은 텃밭가에나를 반겨 인사하는 듯활짝 피어났는가젊은 날 잠시 몸담은섬마을 그곳에 핀해당화는 아픔이었어라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운그날 총칼에 쓰러져 간오월 전사들이한송이 꽃으로 살아나옛 기억을 부르는가못다 부른 오월의 노래는내 가슴을 울리는구나
2024.08.02 -
그의 노래를 다시 불러본다
그의 노래를 다시 불러본다 떠나가는구나 하나 둘아침이슬 상록수공장의 불빛 김민기 가객우리의 70년대도이렇게 저물어 가는가최루탄 자욱한 거리목놓아 불렀던 노래여오월광주 '찢어진 기폭'을숨죽여 읽을 때처럼그의 노래 테이프를 듣고시상을 가다듬으며투쟁의 날을 기약하던젊은 날 한 시대가봉우리를 넘어가는구나죽어도 죽은 것이아닐지니 참사람이여어두운 시절희망을 안겨 주었던저항의 노래는타는 가슴 속에 거리에살아 불려지리니빛나는 별이 되소서노동의 대지 위에붉게 타오르는 태양처럼온누리를 비추소서구비구비 고개 넘어천리길 굽이쳐 가리라
2024.07.22 -
난생 처음 시를 쓴 할매 할배들
난생 처음 시를 쓴 할매 할배들 할매 할배들이 시집을 냈다한글을 깨치고 쓴 가내겐 자못 경이로워라젊은 날 섬마을 국어교사 시절이오덕 선생이 펴낸책을 읽고 길을 찾았다 대학 강단의 모더니즘 문학허상이 부서지고 말았다독해를 하려면 써 봐야 한다고그 이후 작문을 가르쳤다경산의 '은빛나루 문해교실'이문맹이 된 어르신들맺혔던 한을 풀어 주었어라 "낙엽이 떨어져 바람인가했더니/ 세월이란다/세월 따라 눈물 흘렸더니/어느새 늙어 있더라/말로 우째 다 하노/눈물이 날라 칸다/마음에 구멍이 날라 칸다"- 윤복순 할머니 '낙엽' 늦깍이 시인이 여기 있구나삶의 노래가 시 아니랴이제 가슴 속에 오래 심어뒀던마음의 언어들이 살아새로운 꿈이 열리게 됐구나꾸밈없이 시로 함축된세상에 둘도 없는 시집 출간에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져라
2024.04.29 -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세월 속에 아련한 만남이 있다 저 80년 국보위 해직 이후 공립중에서 사립고로 공채를 통해 잠시 몸담았던 창신공고 국어교사 시절 그때 학생 하나가 인사를 하니 일순간 당혹스러웠지만 해직교사로 안기부 조회에서 다시 교단을 떠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왔다 그때 글쓰기를 통해 독해력을 높이려 2부 학생들이 쓴 사연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졸업 후 실업자 될 것 같다 공고출신 장래가 막막하다 노동조합도 없던 때니 그렇듯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국어수업 작문이었다 어느덧 50대 중반씩을 넘은 나이라니 벌써 그리됐나 오동동 밤거리 국화 앞에서 추억삼아 한컷 남겼다 지리산을 타기에도 예전같지 못한 내 몸이 서글퍼도 명자꽃이 찍어준 사진 한장 먼훗날 해당화 시인의 삶의 흔적삼아 남기련..
2023.10.27 -
꿈속에라도 기어이 가고야 만다
꿈속에라도 기어이 가고야 만다 민노래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오만원 외쳐 부르던 그 시절이 훅 끼쳐 오는 날 잊지 못할 얼굴들 있네 신념에 가득찬 목소리로 통일은 됐어! 일갈하던 문익환 목사 꿈을 비는 마음이 내 가슴에 살아 있어 이 산하에 산화해 간 꽃넋들 못다 이룬 염원도 남북통일 시를 쓴 죄 내 젊은 날도 헛된 세월 아니었어라 한겨레가 손맞잡는 그날 자유로이 출퇴근할 분단선 판문각이 역사박물관으로 될 통일세상이여 꼭 오리라 정전 70년 냉전의 섬에 포화소리 가득하여도 언젠가 평화가 깃들 내 사랑 한반도여 부강한 조국 이루리라
2023.08.25 -
능소화가 필 무렵이면
능소화가 필 무렵이면 새들도 잠든 한밤중 비는 내리는데 담벼락 위에 능소화가 그리움처럼 피었네 눈에 선한 옥계 바닷가 고향길 황톳빛이 꽃잎 속에 어렸구나 어젯날 까치가 울고 행여나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까 기다린 석전동 글감옥 시절 골목길 어귀에 능소화가 피었댔지 내겐 상처꽃이네 찢겨진 이 산하에 철망 앞에서 붉은 담장 하얀 방 창살에 갇혔던 내 젊은 날도 해직의 세월도 이제는 추억이건만 풀지 못한 한들이 되살아 오는 검찰독재 시대 저 능소화 꽃말처럼 사무친 기다림은 끝나지 않는가 버티고 이겨내어라
2023.06.21 -
오월광주여 영원하라
오월 광주여 영원하라 해마다 오월이 오면 광주여 영원하라 목놓아 외쳐 부르노라 80년 분노의 거리 함께 싸웠던 금남로 내 젊은 날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총탄에 뚫린 자욱들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핏빛 꽃잎이 생각나 저 학살 원흉들을 난 용서할 수 없어라 교단에서 해직됐지만 시는 살아 남았다 지금도 망월동에 가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오월꽃 영전에 바치리 철쭉꽃이 붉게 핀 슬픈 이 산하여 사람사는 세상 그날까지 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3.05.15 -
함평고구마 사건을 알고 나서
함평고구마 사건을 알고 나서 내 젊은 날 완도 섬마을에서 국어선생 하던 그때 광주 녹두서점에서 구한 함평고구마 사건 책자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어렴풋이 이해하는 계기였다 저 박정희 군사정권 시대 저곡가에 수입개방에 농사꾼은 신음하고 있었다 농협의 약속이었던 고구마 전량수매 파기에 중간상인들 농간에 분노한 2년간 피해보상 투쟁 YH사태와 함께 유신독재를 뒤흔들었던 최초 농민투쟁이었다 농민없는 농정은 계속되고 FTA에 이은 CPTTP 가입으로 추가 수입개방할 판이다 식량주권도 생산비도 아랑곳않는 살농의 세월은 함평고구마 사건처럼 아스팔트농사를 부른다 한파 폭설 속에서 쌀값보장 농민기본법 제정을 외치는 땅의 사람들 우리농업의 최후 보루이다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