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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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실종 소식을 접하고
여름날 실종 소식을 접하고 완도로 농촌살이 떠났던 그 일가족은 어디에 아우디 몰고 갔다는데 신지도에서 행적이 끊겼단다 내 젊은 날 교사시절 국어를 가르쳤던 섬마을 개구리 울음소리가 캄캄한 밤을 울리던 곳 어장 논밭 장삿일로 고단한 삶을 일구던 학부모들 그새 세월은 흐르고 육지와 도로가 연결됐다지 오래 못 가 봤지만 기억 속에 생생한 명사십리 해당화는 붉게 피겠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벼논이 물에 잠겨 길이 사라져 버린 논두렁길을 손잡고 빠져나온 적도 있지 차타고 한바퀴 돌면 바닷길도 위험치 않을텐데 언론 기사 댓글을 보니 웬 전라도 비하며 범죄표적 섬 탓인가 지역감정 차별이 어이없어라 완도군의 명예가 달렸거늘 어느 맘씨 고운 민박집 산 아래 텃밭에서 농촌체험하랴 연락두절이라면 실종 소식에 안심하련만 남..
2022.06.25 -
능소화는 다시 피었건만
능소화는 다시 피었건만 한여름 길가에서 마주치는 꽃 기다림이 꽃말이라는 상처꽃이 아니던가 붉은 담장 너머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날아올까 설레이던 내 젊은 날 옥살이도 악법도 강제해직도 간절했던 적폐청산은 미완성인 채로 어제 오늘도 하 기다리는 세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는가 시대의 과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세상을 갈아엎자는 나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2.06.18 -
배움중심 공동체를 돌아보며
배움중심 공동체를 돌아보며 배움의 길은 끝이 없어라 수업이 바뀌면 과연 학교가 바뀔까 교육이 바뀌면 과연 세상이 바뀔까 중학 국어 수업세미나에서 뉴스에서 진실 읽기 미디어 교육 인상깊구나 교과서를 거꾸로 읽고 가르치고 싶었던 내 젊은 날의 국어수업이 새삼 떠오르는 배움의 공동체가 부러워라 변하는 세태에 교단도 명퇴바람 분다는데 젊은 교사들 눈빛은 타고 서로 연대하고 배우는 공동체를 만드는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유초중고특수학교 수업현장 사례들을 발표하며 머리맞대는 교사들의 열정 미래교육의 길 아닐까 여전히 입시지옥인 우리교육의 오늘을 곱씹으며 참교육의 소중함 일깨워라
2022.06.13 -
삶의 원칙을 생각하며
삶의 원칙을 생각하며 어느 시인의 방에 써 붙인 글귀 "생각이 밥이다"란 말 적어도 나에겐 선문답이 아니라 깨우침이네 그 시절 그랬더라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을 걸 여럿이보다 혼자 행동하기 앞서 생각을 한번 더 했더라면 더디 가도 이루었을 걸 지금 돌아보니 조급한 마음 탓에 불나비처럼 뛰어든 지난 날들이 언뜻 스쳐가네 생각을 토론하라 "더불어삶"이란 원칙이 서면 준비하고 실천하라 젊은 날 후회는 없다만 교훈으로 새겨두자
2021.08.13 -
해당화는 왜 붉게 피는가
해당화는 왜 붉게 피는가 전라도 완도 신지도 그 섬에 가면 명사십리 해당화가 붉게 피어 있겠지 부마에서 광주로 항쟁의 불길이 타올랐던 내 젊은 날 중학교 국어교사때 강제징용 끌려갔다가 돌아온 노인들 막걸리 한잔 나누며 이야기를 듣곤 했지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소식은 엊그제야 들었네 여수 순천 말고도 작은 섬마을에 불어닥친 핏빛 바람 행여 명사십리를 찾거든 그날의 비극을 길손이여 기억해 다오 학살에 가담한 자들 나주부대든 CIC든 이제는 밝혀야 한다네 역사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할 때이네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빼앗긴 교단에서 진실을 가르치려 했던 국어선생의 후일담 명사십리 해당화가 왜 붉게 피는지 알겠네
2021.03.17 -
잃어버린 주머니칼을 찾아서
잃어버린 주머니칼을 찾아서 주말 봄빛구경하러 갔다가 개구쟁이 길냥이에게 생선썰어 밥주다 애지중지 30년 정든 주머니칼을 잃어버렸다 손가락만하지만 냉이 쑥도 캐곤 하였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없다 무학산 둘레길을 되짚어가 회원골 약수터 가는 길 산중텃밭 가에서 앗차 놓아둔 칼을 찾았다 누구는 담배파이프 때문에 적들에게 목숨을 앗기고 누구는 약첩을 찾으러 백두산 수림을 뒤졌다는데 작은 주머니칼이 뭐라고 다시 걸어 올랐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다니 내 잃어버린 젊은 날 심정은 어떠할까 빼앗긴 교단 후회는 없다만 아쉬워지는 마음은 차마 숨길 수가 없더라 참된 봄을 기다리며 산길을 오르내린 오늘이네
2021.02.20 -
그해 겨울 까치집이 생각나서
그해 겨울 까치집이 생각나서 무학산 숲속엔 뻐꾸기가 옛 중성동 골목길 작은 방 방충망 창 너머엔 이른 아침 텃새가 울어 젊은 날 붉은 담 위 창살 속 그리움인 양 우짖던 까치 소리가 생각나네 세월은 흘렀어도 통일을 노래한 양심수는 아직 갇혀 있는가 그해 긴급조치 9호 재심도 명예..
2018.06.22 -
열다섯번째 시집 <불가능한 꿈을 위하여> 서문^^
서문/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부대낀 삶의 흔적들이자 시련의 날들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이 미니점포 <시인의 집>은 적자운영이지만, 열다섯번째 시집 문재인정부 전후 장편시집인 <불가능한 꿈을 위하여> 한 권은 건졌다. 문학이란 삶의 팍팍한 현실에서 자신을 추스르며 희망을 ..
2018.03.18 -
빗 속의 창동 거리를 거닐며
빗 속의 창동 거리를 거닐며 오랫만에 봄비가 내리는 날 창동 상상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르는 풍경 하나 구사대 폭력에 맞서 여기서 선전전을 펼쳤던 수출자유지역 여성노동자 대학생들과 연대해 모금활동도 벌였던 곳 투쟁의 거리가 창동이다 요즘 미투 열풍보다 문학을 철학을 다방에..
2018.02.28 -
가 버린 세월이라 탓하지 말라
가 버린 세월이라 탓하지 말라 산중에 뜬 초승달을 보며 일 마치고 들어와 문득 드는 생각 이런 밤에는 혁명을 논하기 좋지 아직 못다 이룬 꿈을 위하여 인터넷혁명이든 촛불혁명이든 나서야 할 때거늘 하룻일의 노동에 지쳐 그냥 잠들기엔 빼앗겨 버린 우리 젊은 날이 죽어간 열사들이 ..
201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