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의 창동 거리를 거닐며

2018. 2. 28. 22:296부·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빗 속의 창동 거리를 거닐며



오랫만에 봄비가 내리는 날

창동 상상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르는 풍경 하나

구사대 폭력에 맞서

여기서 선전전을 펼쳤던

수출자유지역 여성노동자

대학생들과 연대해

모금활동도 벌였던 곳

투쟁의 거리가 창동이다

요즘 미투 열풍보다

문학을 철학을

다방에서 술집에서

얼굴 붉히며 토론하고

우산 속 연인들이 거닐던

청춘의 길이 창동이다

최루탄을 맞으며 

열정을 불태우던 거리가

옛 마산의 창동이다

지금은 어디서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가 궁금해진다

우리가 촛불을 들었던 그날

아이를 안고 행진하며

물결쳐 흘러갔을까

젊은 날 그 모습대로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

억세게 살고 있을까

함께 비를 맞으며

참된 봄을 부르는 거리가

내 마음 속의 창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