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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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벗들이여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벗들이여 사월 첫 날 단비를 맞으며 걸어라 팔용산 산행길에 만난 진달래여 한결같은 마음인 양 곱게 피었네 굵은 비는 줄곧 내려서 발길 돌려 지인들과 식당으로 걸음 옮기고 모처럼 웃음꽃 피우며 술 마셨네 살면서 오늘같이 봄 나들이 가는 주말 오후 시간을 소중히 여겨 ..
2006.04.02 -
수입쌀 한 톨도 이 땅에 들이지 말라
수입쌀 한 톨도 이 땅에 들이지 말라 망국의 수입쌀 항구로 들어오던 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농사꾼이여 짓밟힌 이 땅의 농업을 통곡하는가 부두에서 밤을 새워 눈부릅떠 지킨 농민회 사람들의 투쟁은 타오르고 한 톨의 쌀도 들이지 않겠다 벼르네 빼앗긴 들에 봄날은 오지 않았어라 아 삼천만 잠들..
2006.03.26 -
젊음같은 꽃사태로 그날은 오라
젊음같은 꽃사태로 그날은 오라 꽃망울 터뜨려 눈길 끄는 봄날 휴일 아침에 삼각지 공원으로 기꺼이 모여든 내 고장 사람들 하얀 티로 갈아입고 몸을 풀며 저마다 가슴에 새긴 3.15정신 오늘 항쟁의 도시에 빛을 뿜네 눈부신 햇살 속 꽃넋들을 기려 아우성처럼 내달리는 마라톤 그날 성난 민주의 대열 ..
2006.03.20 -
진달래 다시 피어나는 이 산하에
진달래 다시 피어나는 이 산하에 꽃샘바람 눈보라 지나간 하늘가 환하디 환하게 떠오른 달이여 남북산야를 고루 비추는 마음아 오늘밤 통일이 그리워 나왔는가 산 능선 골짝마다 흩뿌린 피는 꽃넋으로 살아 참된 봄을 부르네 백두에서 한라까지 타오른 염원 금강산 오가고 이산가족 만나 생이별의 세..
2006.03.14 -
문상가서 떠오른 아픈 얼굴들이여
문상가서 떠오른 아픈 얼굴들이여 빈소에 가면 낮은 곡소리 들려라 근조 봉투를 놓고 절을 올리며 영정을 보니 살아온 길 또렷하네 봄철이면 갑작스레 받는 부고장 오래 앓다 숨을 거두는 이웃들 슬프디 슬픈 소식 앞에 무릎꿇네 죽은 자와 산 자를 가르는 영안실 누구나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 오늘 ..
2006.03.11 -
언덕길에 핀 냉이를 생각하며
언덕길에 핀 냉이를 생각하며 봄날이 오도록 잘 버텨주었네 작디 작은 야생초인 냉이여 돌보지 않아도 되살아났어라 골목을 돌아나올 때 눈여겨 본 초록빛깔 잎사귀 억척스레 언덕길 아래 무리져 피었구나 눈쌓인 봄산을 오르며 따 놓은 목이버섯을 주전자에 끓이고 냉이는 씻어 물에 담가 놓아라 산..
2006.03.07 -
흰눈 쌓인 봄산에서 부르는 노래여
흰눈 쌓인 봄산에서 부르는 노래여 3월 첫날 흰눈 덮인 저 산을 보아라 배낭을 챙겨 봉화산 오르는 길에 어린 쑥 자라나고 찔레열매 고와라 숲에 들어서서 만난 봄날 눈꽃이여 갈색잎에도 덤불 위에도 피어나 손짓하며 반겨맞는 벗의 얼굴인가 텃밭에 매달아 놓은 허새비 정겹고 새 잎들 싹틔운 나뭇..
2006.03.01 -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독립의 길이여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독립의 길이여 이제 영혼마저 내놓으라 윽박지르나 스크린쿼터 축소하면 어찌 되는가 할리우드 영화 우리 땅을 유린한다네 민족과 운명을 미국놈한테 맡길 텐가 아니면 우리 힘으로 개척할 것인가 바람 앞의 등불같은 내 나라 영화여 굴욕적인 저 한미 FTA 협상을 막아낼 문화침..
2006.02.19 -
길 위에서 추억 속에 불러보는 이름
길 위에서 추억 속에 불러보는 이름 온종일 걷다 지쳐 잠들고 난 새벽녘 나뭇가지 위로 타는 둥근 달이여 정월 대보름이라 환한 얼굴 띠었네 해마다 이맘때면 옛 기억 더듬으며 달 보러 뒷산에 올라 소원 빌고 오곡밥에 나물 먹던 그리움 못 잊네 어시장 난장에 펼쳐 놓은 보름음식 길 가다 보기만 해..
2006.02.12 -
내가 걷는 이 길에 새벽별은 빛나라
내가 걷는 이 길에 새벽별은 빛나라 백두에서 한라까지 굽이치는 산줄기 저 산봉우리 능선 골짝을 비추며 한결같이 빛나는 새벽별은 나의 벗 고단한 삶들 몸누인 사람의 마을에 밤새 찾아와 머물렀다 길떠나는 반가운 손님처럼 가슴설레게 하는가 시련의 구비를 넘고 넘어 의연하게 온누리를 두루 비..
200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