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문예의 바다(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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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폭설로 변한 다음 날에
첫 눈이 폭설로 변한 다음 날에 첫 눈 내리고 산천은 얼어붙는데 재난 소식들 끝없는 지구촌에 폭설로 고통받는 이들 돌아보라 도로도 비닐하우스도 마을길도 온통 눈무더기에 묻힌 광경을 착잡한 심정으로 보고만 있는가 태풍에 상처받은 기억 생생한데 겨울 칼바람 불고 흰눈 쏟아져 무너지는 살림..
2005.12.07 -
배낭 속에 담아온 추억어린 숲이여
배낭 속에 담아온 추억어린 숲이여 단풍든 숲속길을 마냥 올랐습니다 늦은 가을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능선길 신나게 탄 일요일 산행이여 서리 녹은 진흙길 진달래 울타리도 반가운 얼굴인 양 인사를 나누고 억새꽃 피어난 풍경 담아 왔습니다 여럿이 함께 대열 이루어 굽이쳐간 내 고향의 산 무학산..
2005.11.20 -
보라 역사의 산 증인이 여기 있지 않나
보라 역사의 산 증인이 여기 있지 않나 붉은 댕기 곱게 맨 조선의 누이들이여 저 잔혹한 일제의 성노예로 끌려가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치욕을 겪은 피눈물 통한의 세월을 어찌 잊으리요 외동딸 꽃다운 나이에 머나먼 상해로 종군위안부 사슬에 묶인 채 끌려가 전쟁의 불구덩이 갖은 고초를 당하고..
2005.11.05 -
숲속에서 내가 만난 것들
숲속에서 내가 만난 것들 설악에 첫 눈 내린 주말 아침 일찍 배낭을 챙겨 굽이진 산골길을 달려라 40년 동안 편백나무숲을 자식들 위해 가꿨다는 진북 학동으로 가 보았네 산림욕 삼아 숲속길 걷다 마주치는 들국화 곱고 놀란 뱀들 자리를 옮기네 60만평 드넓은 산을 가꿔 곧은 나무들 키운 마음 짚어보..
2005.10.23 -
사람은 천만 심장은 하나
사람은 천만 심장은 하나 우리 민족은 강하다 단군조선 세운 날 이후 외세와 강고히 맞선 오천년 역사의 숨결이 아리랑에 배여있구나 적의 총검보다 드세게 십만의 공연단이 펼치는 군무여 통일염원이여 평양의 예지 번뜩이는 대집단체조 예술이여 우리 민족은 강하다 가슴깊이 새겨보는 삼천리 강..
2005.10.17 -
내 다시 불러보는 시월의 노래여
내 다시 불러보는 시월의 노래여 억새꽃 바람결에 휘날리는 시월이여 이 산하에 이슬처럼 맺혀 영롱한 피어린 항쟁의 발자취를 전해주려마 기나긴 폭정의 세월을 박차고 일어선 부마항쟁의 투혼은 강산이 바뀌어도 의연히 살아 참된 세상을 찾아간다네 유신의 총검으로 꺾지 못한 민주주의 온누리에..
2005.10.12 -
비 개인 아침에 더덕을 보며
비 개인 아침에 더덕을 보며 방문 앞 화분에 더덕이 자라 꽃잎은 밤새 이슬 머금고 꿀벌 하나 날아와 드나드네 하늘로 오르다 못해 땅으로 뻗어가는 줄기의 힘이여 모질게 살아 씨방울 맺는가 선 자리에서 깊이 뿌리내려 곱디 고운 꽃들 피워내는 저 더덕의 질긴 생명력이여 피었다 지고 또 피었다 져..
2005.10.01 -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이어지고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이어지고 모처럼 야간산행을 준비하면서 비상식량 랜턴을 챙기다 보니 둥근 달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네 습기배인 등산복을 꺼내입으며 왼쪽 무릎 허리 보호대 차고 내가 오를 산길을 떠올려 보아라 고향처럼 포근히 품어주는 저 산 귀성길 못지 않게 가슴설레며 배낭메고 밤..
2005.09.17 -
사람의 마을에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사람의 마을에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버려진 돌밭에 꽃을 피우는 것은 사람이다 쓰레기를 치우고 돌을 골라내 씨앗뿌리니 남새들 쑥쑥 자라고 봉숭아 곱게도 물드네 호박잎 피마자잎 돌나물 고추 상추 먹으며 땅의 작물들 고마운 마음 깨우치는 날들 풀벌레 소리 들리는 한밤중에 돌아보는가 한..
2005.09.09 -
오직 노동자들만이 진실을 외친다
오직 노동자들만이 진실을 외친다 밤새 두산일가 형제의 난을 찾아서 인터넷을 뒤적여보다 분통터지네 소액주주 노동자 돈 횡령해 쳐먹고 1700억 비자금 만들어 뭔 짓 했나 배달호 열사가 왜 죽어가야 했는지 노조탄압에 왜 그리 환장하는지 다시금 똑똑히 확인하는 시간이여 온갖 특혜 추악한 비리 ..
200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