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문예의 바다(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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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다시 피어나는 이 산하에
진달래 다시 피어나는 이 산하에 꽃샘바람 눈보라 지나간 하늘가 환하디 환하게 떠오른 달이여 남북산야를 고루 비추는 마음아 오늘밤 통일이 그리워 나왔는가 산 능선 골짝마다 흩뿌린 피는 꽃넋으로 살아 참된 봄을 부르네 백두에서 한라까지 타오른 염원 금강산 오가고 이산가족 만나 생이별의 세..
2006.03.14 -
문상가서 떠오른 아픈 얼굴들이여
문상가서 떠오른 아픈 얼굴들이여 빈소에 가면 낮은 곡소리 들려라 근조 봉투를 놓고 절을 올리며 영정을 보니 살아온 길 또렷하네 봄철이면 갑작스레 받는 부고장 오래 앓다 숨을 거두는 이웃들 슬프디 슬픈 소식 앞에 무릎꿇네 죽은 자와 산 자를 가르는 영안실 누구나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 오늘 ..
2006.03.11 -
언덕길에 핀 냉이를 생각하며
언덕길에 핀 냉이를 생각하며 봄날이 오도록 잘 버텨주었네 작디 작은 야생초인 냉이여 돌보지 않아도 되살아났어라 골목을 돌아나올 때 눈여겨 본 초록빛깔 잎사귀 억척스레 언덕길 아래 무리져 피었구나 눈쌓인 봄산을 오르며 따 놓은 목이버섯을 주전자에 끓이고 냉이는 씻어 물에 담가 놓아라 산..
2006.03.07 -
흰눈 쌓인 봄산에서 부르는 노래여
흰눈 쌓인 봄산에서 부르는 노래여 3월 첫날 흰눈 덮인 저 산을 보아라 배낭을 챙겨 봉화산 오르는 길에 어린 쑥 자라나고 찔레열매 고와라 숲에 들어서서 만난 봄날 눈꽃이여 갈색잎에도 덤불 위에도 피어나 손짓하며 반겨맞는 벗의 얼굴인가 텃밭에 매달아 놓은 허새비 정겹고 새 잎들 싹틔운 나뭇..
2006.03.01 -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독립의 길이여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독립의 길이여 이제 영혼마저 내놓으라 윽박지르나 스크린쿼터 축소하면 어찌 되는가 할리우드 영화 우리 땅을 유린한다네 민족과 운명을 미국놈한테 맡길 텐가 아니면 우리 힘으로 개척할 것인가 바람 앞의 등불같은 내 나라 영화여 굴욕적인 저 한미 FTA 협상을 막아낼 문화침..
2006.02.19 -
길 위에서 추억 속에 불러보는 이름
길 위에서 추억 속에 불러보는 이름 온종일 걷다 지쳐 잠들고 난 새벽녘 나뭇가지 위로 타는 둥근 달이여 정월 대보름이라 환한 얼굴 띠었네 해마다 이맘때면 옛 기억 더듬으며 달 보러 뒷산에 올라 소원 빌고 오곡밥에 나물 먹던 그리움 못 잊네 어시장 난장에 펼쳐 놓은 보름음식 길 가다 보기만 해..
2006.02.12 -
내가 걷는 이 길에 새벽별은 빛나라
내가 걷는 이 길에 새벽별은 빛나라 백두에서 한라까지 굽이치는 산줄기 저 산봉우리 능선 골짝을 비추며 한결같이 빛나는 새벽별은 나의 벗 고단한 삶들 몸누인 사람의 마을에 밤새 찾아와 머물렀다 길떠나는 반가운 손님처럼 가슴설레게 하는가 시련의 구비를 넘고 넘어 의연하게 온누리를 두루 비..
2006.02.03 -
고향생각에 잠 못 드는 이들
고향생각에 잠 못 드는 이들 달은 비수처럼 빛을 뿜는가 골목길 에돌아 나오면서 문득 바라본 설밑의 달이여 갈수록 골 깊어지는 양극화 언 땅에서도 꽃은 피련만 평등의 산은 높고 험하여라 잇따른 자살 누구의 탓인가 재난 끝없는 슬픈 나날들 고향길 못가는 사람 많아라 오붓이 형제들 한데 모여서..
2006.01.27 -
산이라면 넘어주고 바다라면 건너주자
산이라면 넘어주고 바다라면 건너주자 한 해가 저물고 새 해가 동터오는가 삶의 산마루에서 되돌아본 길이여 가파르고 위태한 벼랑길 넘어왔구나 제야의 종소리 울리고 함성이 일면 다시 숨가쁘게 달려야 할 병술년 저마다 가슴 속에 소망 하나 품어라 못 다한 일 잠시 접어두고 맞이하는 창동 타종..
2005.12.31 -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언 땅을 딛으며 성탄전야 돌아보아라 모세 예수 마호메트 선지자를 보낸 크나큰 뜻을 미사 끝난 후 되새긴다네 하늘에 영광 땅에 평화를 기도드리며 겨우살이 힘겹게 맞는 내 이웃들의 고단한 삶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리니 말구유 가장 낮은 곳에서 첫 울음 운 아..
200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