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이어지고

2005. 9. 17. 04:30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문예의 바다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이어지고

 

 

 

모처럼 야간산행을 준비하면서

비상식량 랜턴을 챙기다 보니

둥근 달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네

 

습기배인 등산복을 꺼내입으며

왼쪽 무릎 허리 보호대 차고

내가 오를 산길을 떠올려 보아라

 

고향처럼 포근히 품어주는 저 산

귀성길 못지 않게 가슴설레며

배낭메고 밤길 나서는 마음이여

 

야음을 틈타 산줄기를 타내렸던

그해 지리산의 전사들 생각나

단단히 채비를 갖추고 입산한다네

 

밤이슬 젖은 풀섶길 헤치며 가는

야간산행 또 하나의 추억이고

나를 추스르는 다짐의 시간이어라

 

스스로를 돌아보며 능선을 타고

어둠 속 뭇 생명들 그려보는

초가을 산행이여 못잊을 사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