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을에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2005. 9. 9. 03:42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문예의 바다

 

사람의 마을에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버려진 돌밭에 꽃을 피우는 것은 사람이다

쓰레기를 치우고 돌을 골라내 씨앗뿌리니

남새들 쑥쑥 자라고 봉숭아 곱게도 물드네

 

호박잎 피마자잎 돌나물 고추 상추 먹으며

땅의 작물들 고마운 마음 깨우치는 날들

풀벌레 소리 들리는 한밤중에 돌아보는가

 

한차례 태풍 지나고 성큼 다가온 가을이여

앞산 숲속엔 밤송이 도토리 영글어가고

텃밭엔 샛노란 호박꽃 오가는 이들 반기네

 

비바람에 쓰러진 벼들 일으켜 세우는 손들

햇볕 쨍쨍한 들녘에 구슬땀 흘리는 풍경

정겹게 떠오르는 열매맺는 달은 돌아왔는가

 

세상살이 아무리 고달파도 웃음 잃지 않고

가파른 땅에 꽃을 피우는 힘은 사람이다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어김없이 동터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