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살이(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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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동 골목 빈집을 지나며
오동동 골목 빈집을 지나며 저 빈집 담벼락 위에 핀 한송이 장미꽃이 내겐 자못 애처로워라 도로든 아파트든 재개발로 철거되는 오래 된 집들 오동동 통술거리 점포들이 장맛비에 젖고 있구나 부대낀 삶의 흔적 담쟁이덩굴로 남았는가 회원동 재개발구역도 지나칠라치면 가슴이 짠하던..
2019.06.29 -
냉이캐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냉이캐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찬거리가 떨어져서 아침에 배낭을 메고 나섰다 앵지밭골 둘레길에도 아직 늦겨울이라 텃밭가에 흔하던 냉이가 보이지 않길래 쑥만 캐고 내려오다가 시장에서 냉이 달래 조금씩 구해 왔다 바닷가에 살면 조개라도 캐 보련만 도시살이는 영 고달프다 들려..
2019.02.22 -
아무도 찾지 않던 오두막집에서
아무도 찾지 않던 오두막집에서 오두막집 길목에 들어서면 나를 반겨주는 듯 나뭇잎들이 춤을 추지 농장 계곡가에 쓸쓸히 폐가가 된 작은 암자같은 해당화 시인의 거처에서 나는 원초적 삶을 언뜻언뜻 느끼곤 하지 새벽 닭이 울고 멧새들 지저귀는 숲속 댓잎은 바람결에 우수수 날리는 ..
2017.06.24 -
텃밭 있는 동네서 가 살자고? ^^
예전 석전동에서 지낼 때의 텃밭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느라니 정감이 새롭다 명자꽃과 함께 양덕으로 이사온 지 3월이면 1년이 된다. 다세대 주택이라 화분만 수풀마냥 무성한 오래된 동네인데, 어느날 텃밭이 있고 야옹이도 같이 사는 산기슭 허름한 집을 찾아보고 가 살자는 얘기가 나..
2017.02.21 -
때로 저 까치집이 부러운 날에
때로 저 까치집이 부러운 날에 꽃보러 야외로 나갈 주말 겨울에도 그 자리이던 자그만 까치집을 내 카메라에 담는다 거리의 가로수에는 봄빛이 파릇하지 않았건만 올봄엔 세든 방을 비워주고 또 어딘가로 떠나야 할 처지가 된 시인의 거처는 절벽 위 또는 절벽 아래 어느 아슬한 터일까 ..
2016.03.26 -
그 산은 오래 우리를 기다렸는가
그 산은 오래 우리를 기다렸는가 주말 도시재생 힐링캠프에서 대구시 근대화거리를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고 팔공산에 올랐어라 가을걷이가 끝난 벌판을 지나며 마산에서 달려간 그곳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 생가도 보고 오래된 계산성당에서 성수찍고 성호경을 그었네..
2015.11.01 -
그 산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날
그 산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날 비는 내리고 낙엽은 지는데 그 산에 난 가질 못했네 단풍 고운 북한산 지리산 추억의 풍경들만 눈 앞에 새록새록하구나 늦깎이 사랑 명자꽃과 함께 가고 싶은 아릿따운 산 첫 눈 올 때쯤이면 홀가분하게 떠나볼까 민족의 비원서린 자취를 두 사람의 가슴에..
2014.11.24 -
아픈 몸이 내게 알으켜 줬네
아픈 몸이 내게 알으켜 줬네 사과 반쪽 챙겨 먹다 누웠다가 나와서 걸으니 몸이 나아간다 이제 먹거리도 마실 물조차 위험한 도시살이 골목길에서도 차와 마주칠 뻔했다 그리고 온 거리가 악취를 풍긴다 식중독 앓고 보니 내가 바뀐다 술 고기 담배를 끊게 되고 주변 먹거리 환경에 민감..
2013.10.16 -
무지개는 누구의 가슴에 뜨는가
무지개는 누구의 가슴에 뜨는가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졌다 올 여름 장마 끝 마산에 쏟아진 세찬 비 퇴근 무렵에 그치자 앗 무지개 오랫만에 떴구나 헛헛한 가슴을 채워 줄 무슨 기쁜 일이라도 생기려는가 괜스레 설레이는 마음이란 숨길 수 없거늘 아스라이 떠오르는 바..
2013.08.05 -
때로 마을공동체가 그리워진다
때로 마을공동체가 그리워진다 빈집에서 매미가 운다 사람은 떠나고 크게 자란 나무만이 낡은 집을 지킨다 재개발지역엔 셋방 내놓은 데도 많고 빈땅 여기저기 텃밭을 일궈놓았다 작은 풀꽃들 피고 새소리 들리는 오래 된 동네 석전동 내 마음같아선 38층 아파트보다 이웃의 정이 살아 ..
201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