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기게(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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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꽃피고 열매맺는 고추밭에서
다시 꽃피고 열매맺는 고추밭에서 올해 유독 실감나는 기후위기 폭염 폭우 태풍 다 견디고 다시 꽃피고 열매 맺는 고추밭에서 살아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명자꽃과 함께 한끼 밥 먹을 때 내가 찍어 먹는 고추 한 개가 만원이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네 별을 닮은 하얀 고추꽃 끈질기게 피어난 생명이어라 엄청 무더운 날씨에 수확한 유기농 빨간 건고추는 튼실하게 잘 컸고 잘 마르고 있다니 한살림 농사꾼의 손길이 둘도 없이 소중한 때이구나 작황이 좋다니 다행스러워라
2023.08.22 -
고목에도 꽃은 피어나건만
고목에도 꽃은 피어나건만 고목에 핀 저 연분홍 꽃 왠지 내 마음같아 오래 눈길 머물러라 고향의 산 무학산 둘레길 가는 길이면 만나는 이끼덮인 벚꽃나무 긴 세월 버티고 서서 잿더미를 뚫고 솟아나는 봄의 새순들처럼 고목에도 꽃은 피네 폐허같은 삶들 위에도 끈질기게 움트는 새 잎 ..
2019.03.26 -
저 풀꽃들에게 말을 걸다
저 풀꽃들에게 말을 걸다 회원골 산중 텃밭가 작은 풀꽃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암자 석불상보다 약수터 산신각보다 내 눈길을 끄는 지구별의 여린 생명들 새봄에 깨어났다 냉이 쑥 엉겅퀴 돌나물 민들레 질경이 노동의 대지 위에 기지개를 켰다 그 누가 돌보지 않아도 흙 속에서 ..
2019.03.05 -
저 풀꽃과 대화를 나누며
저 풀꽃과 대화를 나누며 저 갈라진 벽 틈사이에 뿌리내린 풀꽃 작디 작은 생명이여 히말라야 짐꾼 소년처럼 고공농성 노동자처럼 길거리 노점처럼 억척스런 삶이런가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한파 속에서 꽃피는 날을 기다려 끈질기게 피었나 어쩐지 내 마음같은 여린 풀꽃을 지나치지 ..
2019.01.26 -
겨울 담쟁이열매 앞에서
겨울 담쟁이열매 앞에서 산다 내년을 기다려 하트모양 담쟁이잎을 피울 가을이 오기까지 머루를 닮은 담쟁이열매로 남아 이 겨울을 산다 악착스레 벽돌담에 부대껴 언젠가 찾아오고야 말 희망을 꿈꾼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들 많아도 마지막 잎새처럼 눈물겹게 남은 자줏빛 열매 앞에..
2013.12.23 -
어쩐지 내 마음같은 풍경
어쩐지 내 마음같은 풍경 길 위에서 마주치는 빈집 대추나무 겨울을 맞는구나 주인장은 간데 없는데 홀로 그 자리를 지켜선 모습이 아프게 와 닿아라 빚에 내몰려 팔려고 내놓았거나 재개발 보상을 기대했다 떠났거나 사연이 있겠거니 생각해 보며 왠지 씁쓸한 심정을 감출 수 없구나 언..
2013.11.28 -
아침에 김수영의 풀을 읽으며
아침에 김수영의 풀을 읽으며 요즘같이 추운 날엔 김수영의 풀 시가 문득 떠올라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읊어보는 심사여 내 마음 속의 그녀도 좋아하는 시 속의 풀은 민중이고 간절한 108배이고 국회 현관 앞 매서운 단..
2013.11.18 -
블로그북 시집 <순례>를 펴내며^^
순례 유동렬 시집 순례.pdf 최근작을 묶어 <순례> 블로그북 시집을 포스팅한다. 1부 유랑, 2부 새벽달에 이어 3부가 순례이다. 이로써 또 한 권의 시집, 나로서는 13번째 시집 분량이 완성되었다. 지금 주머니 형편에선 4부까지 쓰면서 조만간 몫돈이 들어올 때 시집을 출간하고 술 한잔 ..
2013.09.13 -
바다에 부치는 편지
바다에 부치는 편지 내 고장 마산에는 푸른 바다가 파도치고 있지 갈매기들 노닐고 숭어떼 찾아 낚시질도 하네 밀물때 물결치면 내 마음까지 적셔주는 바다 울 어머니 뼛가루 고이 뿌려진 넉넉한 품이여 오염되고 매립돼 안쓰러워도 끈질기게 살아 내 고장 항구도시 마산을 지켜 오래 푸르거라
2011.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