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김수영의 풀을 읽으며

2013. 11. 18. 08:48◆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4부 관계

 

아침에 김수영의 풀을 읽으며

 

 

요즘같이 추운 날엔

김수영의 풀

시가 문득 떠올라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읊어보는 심사여

내 마음 속의 그녀도

좋아하는 시 속의

풀은 민중이고

간절한 108배이고

국회 현관 앞 

매서운 단식농성이고

눈물의 삭발식이고

토요행진이고

국정원 18대 대선개입  

특검 요구 촛불이고

진보당이 아니런가

타는 노여움으로

민주주의를 위하여 싸우는

이 땅 민초들의 저항은

끈질기게 계속되리니

그의 시에 담긴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이 뜻은 무엇이랴

칼바람 휘몰아치는

겨울날에도

승리의 새봄을 기약하는

풀의 마음이 아닌가

팍팍한 내 가슴에

새기고 싶은

희망의 노래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