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에 깃들인 추억에 젖어

2013. 11. 14. 19:44◆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4부 관계

 

 

 

시래기에 깃들인 추억에 젖어
 
 
무청 시래기를 다듬는
사람들이 정겹네
인정 듬뿍 담긴 시락국을
만들어 먹으면
추운 겨울도 넘기지
반찬가게를 하던
옛집 처마기둥에도
매달려 있던
내 추억 속의 남새
무청 시래기에
오래 눈길이 머물고
지금은 없는
어머니의 숨결이
오롯이 배여 나오는구나
어제 문학행사에서
오랫만에 맛보았던 시락국
하 많은 사연들
스며 있을 줄이야
예전엔 미처 몰랐어라
언제 산촌으로 가서
흙내음 풀향기가
폴폴 나는
시인의 거처에서
텃밭을 일구고
몸살림을 하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내 심사를 뉘 알랴
저 무청 시래기가
잊고 지냈던
향수를 일깨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