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담쟁이열매 앞에서

2013. 12. 23. 03:14제1부· 길 위에서

 

 

 

겨울 담쟁이열매 앞에서

 

 

산다 내년을 기다려

하트모양 담쟁이잎을 피울

가을이 오기까지

머루를 닮은

담쟁이열매로 남아

이 겨울을 산다

악착스레

벽돌담에 부대껴

언젠가 찾아오고야 말

희망을 꿈꾼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들 많아도

마지막 잎새처럼

눈물겹게 남은

자줏빛 열매 앞에서

오늘 나의 삶을

견주어 본다

잎은 져도 뿌리는

덩굴과 더불어

끈질기게

생명을 지탱하리니

사랑으로 한몸이 되어

올 겨울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