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넋들(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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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꽃으로 다시 살아나
한송이 꽃으로 다시 살아나 핏빛 광주항쟁 그해에도명사십리 바닷가에해당화는 피었더랬지포성 울려대는서해5도 해안가에도갯바람 받으며저 멀리 피어 있겠지 강산이 몇 차례나 바뀌고오늘은 텃밭가에나를 반겨 인사하는 듯활짝 피어났는가젊은 날 잠시 몸담은섬마을 그곳에 핀해당화는 아픔이었어라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운그날 총칼에 쓰러져 간오월 전사들이한송이 꽃으로 살아나옛 기억을 부르는가못다 부른 오월의 노래는내 가슴을 울리는구나
2024.08.02 -
남도의 4.3꽃을 기억하시나요
남도의 4.3꽃을 기억하시나요 오늘 아침에 저 꽃 보았네 핏빛 붉은 꽃 동백꽃 제주 4.3 76주년 못 다한 항쟁인 양 봄바람에 피어났는가 한라산 유채꽃도 아픈 상처를 보듬고 이 산하에 솟아났는가 풀지 못한 한들이 조국통일의 비원이 알알이 맺혀 내 가슴에 사무치는가 억울한 죽음들 비명소리 끝없어라 이제 잊지 말라는 듯 한데 어우러져 핀 고운 꽃넋들 동백꽃이여 통일세상 그날에 활짝 웃으며 돌아오라
2024.04.03 -
이슬에 맺힌 눈물 한방울
이슬에 맺힌 눈물 한방울 온통 흰눈 세상이더니 홍매화 가지에 이슬이 맺혀 봄이로구나 풀지 못한 한들이 가슴에 사무친 이 산하 어머니의 마지막 눈물처럼 말라붙어 있는가 눈쌓인 길을 헤치며 올랐던 태백산 풀 하나 돌 하나에도 피어린 자욱들 산행길은 역사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 있더라 간밤에 몰아친 눈보라 아우성소리인 양 새 세상을 꿈꾸며 싸웠던 민중의 꽃넋들이 빼앗긴 들에 봄이 오듯 꽃망울 이슬로 살아 노동의 대지를 적셔라
2024.02.24 -
지리산에 차례상을 올리며
지리산에 차례상을 올리며 지리산 아흔아홉 구비 저 능선 저 골짜기 꽃도 십자가도 없이 찢겨진 이 산하에 잠들어 있을 꽃넋들이여 술 한잔 붓고 절 올리는 성묘길 억울한 죽음들 그 얼마나 많았던가 동학혁명부터 일제하 해방정국 한국전쟁 전후까지 격동의 현대사 피어린 산맥이었어라 떠도는 원혼들 눈 못 감은 전사들이여 해방구는 녹슬고 세월은 멀리 흘러도 그날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으리니 잊지 말 일이다 저 흰눈 쌓인 천왕봉에게 안부인사 전하며 차례상을 올리노라 반란의 산 지리산이여
2024.02.10 -
우는 자와 함께 울어라
우는 자와 함께 울어라 낼 모레가 입춘인데 어머니의 얼굴에 봄은 올 것인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우리 아들딸 이 산천을 떠도는 꽃넋들이 되어 서글피 울고 있을까 세월호 이태원 참사도 왜 죽었는지 진상규명조차 없이 얼어붙은 땅 오체투지도 단식농성도 응답없이 특별법 통과마저 또 거부권이냐 죽음으로 내몰린 이들 어찌 위로하랴 우리는 "미안할 뿐이다!" 어머니의 눈물은 간절한 기도다
2024.02.02 -
우리는 어차피 한배의 운명이니
우리는 어차피 한배의 운명이니 살면서 어느 순간 만나는구나 10여년 전부터 페북으로 소통하던 박금란 시인 어느새 세월이 멀리 흘러 민족 민중 자주를 지향하는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가 되어 오늘 대구갔다가 부산 들르고 문기훈 노동자시인과 함께 마산 시인의 집까지 먼 길을 달려와 주니 반가워라 누군가 이렇게 뛰어야 여럿이 함께 가는 이 길이 험난하지 않고 웃으며 민족의 운명을 헤쳐나갈지니 어언 칠순의 동갑내기 당당한 자주의 민족시인 그 한 사람이 소중스러워라 몸은 못 따라가도 내 마음은 언제나 곁에서 이 산하의 꽃넋들 못다 이룬 염원을 안고 산자여 따르라! 그날 맹세처럼 저 민중의 바다로 우리 강물되어 흘러 가리라
2024.01.08 -
지리산에 눈꽃은 피었는데
지리산에 눈꽃은 피었는데 붉은 단풍잎이 지고 흰옷으로 갈아입는 산 잠 못 드는 꽃넋들이 나에게 묻는다 전쟁은 끝났는가 못 다 이뤘던 염원은 고사목처럼 남아 이 산하에 사무쳤건만 평화의 길은 멀고 대결은 첨예하여라 무기팔아 먹고 사는 미국의 수상쩍은 행보들 유사시 대비책이란 전쟁하겠다는 것 핵폭풍이 일겠구나 어디 피할 곳도 없이 이 강산 곳곳이 아수라장이 되는 날이면 생존배낭 꾸린다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지리산에 핀 눈꽃들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내 사랑을 지키자는 타는 마음이어라
2023.11.15 -
꿈속에라도 기어이 가고야 만다
꿈속에라도 기어이 가고야 만다 민노래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오만원 외쳐 부르던 그 시절이 훅 끼쳐 오는 날 잊지 못할 얼굴들 있네 신념에 가득찬 목소리로 통일은 됐어! 일갈하던 문익환 목사 꿈을 비는 마음이 내 가슴에 살아 있어 이 산하에 산화해 간 꽃넋들 못다 이룬 염원도 남북통일 시를 쓴 죄 내 젊은 날도 헛된 세월 아니었어라 한겨레가 손맞잡는 그날 자유로이 출퇴근할 분단선 판문각이 역사박물관으로 될 통일세상이여 꼭 오리라 정전 70년 냉전의 섬에 포화소리 가득하여도 언젠가 평화가 깃들 내 사랑 한반도여 부강한 조국 이루리라
2023.08.25 -
내 고장 마산은 안녕한가 묻자
내 고장 마산은 안녕한가 묻자 무학산 서마지기에서 바라본 내 고장 마산만 앞바다 오늘따라 아프게 다가오는구나 오래 된 노포 횟집도 점심때 안부 인사 드리며 요즘 장사 어떠냐 물어 보니 절딴나게 생겼단다 40년 역사를 가진 맛집이거늘 업종을 바꿀 수도 없단다 핵 오염수 방류 걱정에 어두운 얼굴색이 역력하더라 하늘엔 핵폭격기가 날고 땅엔 퇴진촛불이 타고 바다엔 방사능이 불안한데 강대강 대결은 끝이 없어라 민주성지 항구도시 내 고장 마산은 안녕한가 묻자 산천은 의구한데 먼저 떠나신 이들 꽃넋인들 어디 맘 편할 날 있으랴 지켜야 할 것은 지킬 일이다
2023.07.14 -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진 뒤 상자텃밭 담벼락에 산나리꽃이 피었어라 지리산 벽소령 가는 길에 숲속길에서 만났던 꽃 왠지 꽃넋들 같아 오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이 산하의 야생화 내 눈길을 사로잡는구나 잠시 시름도 잊고 바라보는 꽃 고와라 주택가 길에 내놓은 화분들 꽃을 키우는 그 마음을 새삼 깨우치는 날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아라
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