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골(24)
-
장맛비 내리는 빈집 위에
장맛비 내리는 빈집 위에 끈질기게도 피었구나 빈집 대문 위에 홀로 장맛비를 맞고 있는 저 강아지풀 하나 봉화산 자락 회원초등 메뚜기 잡던 시절 옛 추억을 부르는가 교원동 집을 나서서 학교가는 길에 물결치던 황금빛 벼들이 눈에 어른거리건만 세월이 흐르고 아파트로 변해 버린 회원골의 재개발 지금 그곳으로 가노라면 땅값 집값 투기광풍에 등골이 휠 지경 창원시 오래 된 빈집들 정비한다길래 없이 사는 이들에게 거처라도 마련해 주라 강아지풀 하나도 저렇게 부대끼며 살거늘 지상의 방 한칸 땅 한뼘 차지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발편잠이라도 이루게끔 마을공동체를 가꾸라
2022.07.21 -
앞으로의 날들 평화로울까
앞으로의 날들 평화로울까 정권이 자리바꿈한 날 산중텃밭에 가서 열무를 수확해다가 겉절이 김치로 명자꽃과 아침을 먹었네 개발제한구역인 무학산 자락 회원골 뙈기텃밭일망정 흙만지며 텃밭 일구니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집사람 덕분에 매운 고추 들어간 열무김치를 맛보았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 경기침체 공포 백약이 무효일까 살림은 더 쪼들릴 터 웬 지성주의 등장 누구를 겨냥한 것일까 취임식도 퇴임식도 작은 텃밭 하나 가꾸는 풍경보다 성에 안차 살며 사랑하며 투쟁할 날만 남았구나
2022.05.11 -
약수터 은행나무 숲속에서
약수터 은행나무 숲속에서 회원골 은행나무 위에는 까치가 둥지를 틀고 무학산 둘레길 약수터에는 작은 계곡가에 은행알들 수북하구나 폐질환 혈액순환에 좋다 해서 약술을 담궈 한두잔 마시곤 했지 무학농장 가는 길에는 샛노란 탱자알들이 떨어져 한움큼 주워 왔더랬고 산중텃밭 가꾸며 개구쟁이 길냥이 밥주고 계곡에 손담그면 도롱뇽 알도 보이던 기억이 새록새록하여라 이제 개발제한구역마저 부동산 투기판이 돼 버려 임야를 사서 나무숲들 싹 밀어버리고 농장을 만드는 사람들 행여 몇 년 후면 사라질 풍경이 될까 봐 내 카메라에 담아두어라
2021.10.13 -
더불어숲이 왠지 그리워
더불어숲이 왠지 그리워 초록빛깔 숲속엔 뻐꾸기가 아련한 향수를 부르고 호두나무 위엔 청설모가 오랫만에 보이는구나 입하 지나고 이맘때면 만날고개에서 서원곡으로 무학산 둘레길 한바퀴 산행길 나서곤 했더랬지 회원골 산중에도 그린벨트 나무들 베고 농장 만드느라 칡꽃도 동백꽃도 보리수열매도 사라져 씁슬한 기분이더라 대나무숲 은행나무숲 우거진 작은 계곡가에도 미니골프장 들어서면 저 다람쥐도 길냥이도 다시 거처를 옮겨야 할 판 텃새도 까마귀도 딴곳으로 날아들 가겠지 오래 된 호두나문들 제 자리를 지켜낼려나 개발제한구역마저 임야를 사고팔고 투기판이 된 오늘에사 초록빛깔 숲속의 뭇 생명 소중한 줄 새삼 깨우치노라
2021.05.28 -
새벽 산길에서 만난 풍경
새벽 산길에서 만난 풍경 회원골 산중 텃밭 위로 새벽노을 빛나라 가을기운이 서늘한 무학산 산길에서 만나는 풍경이 고와라 배추싹은 더디지만 가꾸는 마음이 소중한 뙈기밭에 정붙여 남들 등산갈 시간에 한바퀴 둘러보는구나 저 아래 합포만은 작은 섬들을 두르고 푸른 파도 물결치겠지 깨어나는 마산 도심 어시장 노점도 난전을 펴고 있겠지 약수터 물 한잔 마시고 개구쟁이 밥주고 미러리스 카메라에 담는 새벽노을이 반가워라
2020.10.07 -
가을 살사리꽃은 피었는데
가을 살사리꽃은 피었는데 임항선 길 저 살사리꽃 옛 추억을 부르는가 회산다리 철길시장 난장 억척스럽게 꾸려가는 장삿일 삶들이 어제 오늘도 이어지는가 임항선 철길에 깃든 보따리상 통학생들 기적소리 아련하여라 회원초등 주변은 온통 아파트숲이 되어 그 시절 흔적조차 찾아볼 길이 없어라 서울 아파트 한채 10억 미친 부동산 집값들 이곳도 투기바람 공사중단 분양저조 꼴사나운 모습이구나 한낮 코스모스 살사리꽃이 피어난 내 살던 동네길을 걸으며 남모를 상념에 젖는가
2020.10.02 -
회원골 산중 달빛 산책길에서
회원골 산중 달빛 산책길에서 때로 호젓이 달빛 산책 풀벌레소리 들으며 작은 계곡가 약수터에 들러 물 한모금 마시고 산중 대나무숲 속에 사는 검은 고양이 개구쟁이 먹을 것 챙겨주고 둘레길 아래 산길 한바퀴 올 추석은 맘 편히 환한 보름달 볼 수 있을까 찾아볼 곳 적잖은데 고마운 이들도 장기농성 사업장도 성당 미사도 지역사회 문화행사도 몸이 따르질 않으니 늘 미안한 심정뿐이어라 부지런한 명자꽃 덕에 차례상은 차리고 조상제사 지낼 수 있을까 별 하나 달 하나 오늘밤 벗삼아 걷자니 지난 겨울 멧돼지 고라니 살아들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더라
2020.09.26 -
저 풀꽃들에게 말을 걸다
저 풀꽃들에게 말을 걸다 회원골 산중 텃밭가 작은 풀꽃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암자 석불상보다 약수터 산신각보다 내 눈길을 끄는 지구별의 여린 생명들 새봄에 깨어났다 냉이 쑥 엉겅퀴 돌나물 민들레 질경이 노동의 대지 위에 기지개를 켰다 그 누가 돌보지 않아도 흙 속에서 ..
2019.03.05 -
더불어숲이 나를 일깨우고
더불어숲이 나를 일깨우고 겨울 산길을 걸으니 얼굴을 스치는 시린 바람조차 반가워라 따스한 햇살도 포근히 안겨오는가 갈색 나뭇잎들이 나뭇가지들이 서로 몸부비는 소리 귓가에 들려오고 저 까치집은 청한 하늘 아래 아름다워라 보도블록을 뚫고 솟은 민들레 홀씨만큼 억척스럽게 ..
2018.12.27 -
겨울나무에 눈길이 머물고
겨울나무에 눈길이 머물고 두고온 산중 텃밭을 지켜 선 저 거무스레한 고목이 까치집만큼 인상깊어라 정든 개구쟁이도 그 아래 잠들어 있고 앵지밭골 둘레길 걸을 때 만나는 풀꽃인 양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고향의 산 무학산 자락은 언제든 찾고 싶거늘 한파가 닥친 회원골 약수터 길냥..
201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