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네(9)
-
임항선 철쭉꽃이 아프더이다
임항선 철쭉꽃이 아프더이다 회산다리 철길가를 걸으며 옛 동네 기억이 어리는구나 하천변 노점 철길시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길거리 장삿일 노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더라 헐고 재개발 아파트 들어선 그 자리에 살던 사람들 어디에서 몸부비며 살까 밀려난 원주민들의 삶 남아 있던 논밭 사라지듯 종적을 찾을 길 없어라 토건족 부동산 배불린 세월 북마산 도시정비 개발 서민 살림은 나아졌는가 무학산 합포만을 잇는 임항선 철길가에 줄지어선 철쭉꽃이 아프더이다
2024.04.12 -
가시나무꽃에게 말을 걸다
가시나무꽃에게 말을 걸다 월요병인가 어깨통증에다 머리까지 어지러운 날 지역 행사 두 군데 사진찍을 일도 놓치고 무학산 둘레길 산길에서 가시나무 울타리를 만나 반가운 김에 가시나무꽃에게 말을 걸다 옛 동네 골목길 들어서면 지금은 사라진 풍경 아련히 떠오르건만 오래 된 논들 집들 밀고 도로 내고 아파트 들어선 내 살던 교원동 집터 오늘도 명자꽃과 함께 지나쳐 왔지만 임항선 철길 걷노라면 마음이야 가벼울까 꿀벌 하나 날아드는 하얀 가시나무꽃을 보며 남모를 추억에 젖는가 도시살이에서 보기 드문 가시나무 울타리가 코로나 블루를 달래는구나
2022.04.11 -
교원동 24번지를 아시나요
교원동 24번지를 아시나요 내겐 옛길 옛 동네였던 여기서 잠깐 멈춰 그 시절로 가자 임항선 신도로 울 부모 살던 터엔 아파트 들어서고 무학산 아래 흔적조차 지워졌어라 회산다리 윗쪽 하천 골목길 돌아서 올라오던 옛집 아직 못다 푼 한이 그 자리에 서려 있거늘 오가는 이들 뉘라서 억..
2018.04.17 -
먼훗날 흔적이라도 남겨둬야지
먼훗날 흔적이라도 남겨둬야지 완월동 옛 동네를 지나다 그 집을 찾아보았다 골목길은 그대로건만 지난 날 자취는 재건축 공사로 지워졌구나 빤듯한 건물 틈 사이로 허물어진 채 남은 그곳에 무슨 미련이 남았길래 남모르게 눈길 주는가 가쁜 숨 몰아쉬며 울어머니 돌아가신 방 아직 헐..
2014.01.27 -
때로 마을공동체가 그리워진다
때로 마을공동체가 그리워진다 빈집에서 매미가 운다 사람은 떠나고 크게 자란 나무만이 낡은 집을 지킨다 재개발지역엔 셋방 내놓은 데도 많고 빈땅 여기저기 텃밭을 일궈놓았다 작은 풀꽃들 피고 새소리 들리는 오래 된 동네 석전동 내 마음같아선 38층 아파트보다 이웃의 정이 살아 ..
2013.07.15 -
검은 고양이와 맺은 인연
검은 고양이와 맺은 인연 검은 고양이 가족들 시인의 벗 됐네 요즘 떨어져 지내건만 오늘도 먹이 주러 옛 동네 들르는 내 심사를 뉘 알랴 어둠 속 반짝거리는 야옹이의 저 눈빛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듯 무척 기다렸던 표정들이야 그냥 버려둬야 하는데 어미를 쏙 빼닮은 검은 고..
2012.11.18 -
쫓겨나는 사람들 여기도 있다
쫓겨나는 사람들 여기도 있다 나는 저 사진을 보면 제비산 꼬방동네 무등산타잔 생각이 절로 난다 허름한 판자집 슬레트집에서 부대낀 삶들에 얽힌 눈물 맺힌 사연들이 애달피 떠오른다 도시재생을 할라치면 철거만이 능사던가 고운 벽화만 남고 떠나간 사람들 보상금으로 더 싸..
2012.01.14 -
초승달을 벗삼은 밤길에서
초승달을 벗삼은 밤길에서 나의 꿈은 사실적이다 회산다리 붕어빵 노점아줌마들 보는 감기 몸살로 하루 꼬빡 깊은 잠에 빠졌다 기운을 차려 나오니 밤하늘에 뜬 초승달이 내 마음 아는 듯 반겨맞아 주는구나 연합고사 반대를 위한 희망버스 소식에 시심이 뒤척였던 밤 꿈 속에서 ..
2011.12.19 -
옛 선창가는 매립되었어도
옛 선창가는 매립되었어도 내 어릴 때 할머니 손잡고 어시장 선창가에 가서 팥죽 한 그릇 맛보았댔어 난장 선 그곳이 눈에 선해 구산면 심리가 고향인 울 할매는 바다를 그렸지 손주 대학 보내고 앓은 채 약 한첩 제대로 못 쓰고 긴 담뱃대 두고 떠나갔어 쌈짓돈 아끼고 아껴두었다 내게 사준 팥죽 한 ..
2008.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