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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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치며
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치며 장맛비 속에 사람들은무심히 흘러가지만어머니는 매일 피켓을 들고분향소 천막을 지키며19살 청년노동자자식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진상을 밝히라고처절히 울부짖는구나서울 마포대교를 행진하던특성화고 학생들깃발이 되살아오건만열악한 일터 결국 터질 게터졌다는 말인가근무 시작한 지 2시간만에유독가스 사고라니그러고도 증거인멸하는 사측우리를 분노케 하는구나고인의 일기장을 보니오호라 먹먹합니다공장 위로 장마는 몰려오고청년의 힘든 삶은나아질 줄을 모르는가마른 잎 다시 살아나듯이함께 세상을 바꾸는그날이 어서 찾아오기를간절히 두손 모으며19살 청년노동자의 영전에하얀 국화꽃 바치노라
2024.06.30 -
그렇게 너는 가고 말았구나
그렇게 너는 가고 말았구나 예기치 못했던 죽음들이 숱하게 스쳐간다 이내 가슴 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슬픔은 쌓여만 가는데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에서 20대 하청노동자가 폭발사고로 숨졌단다 한창 일하고 사랑할 나이 짧은 생이 안타까워라 산재공화국 죽음의 행렬은 오늘도 계속된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는가 이름도 없이 쓰러져 갔던 노동자 그 얼마인가 중대재해법 솜방망이 처벌 유족들은 통곡한다 어디 조선소 일터뿐이랴 모두가 산재 속에 산다 간다는 말도 없이 그렇게 너는 가고 말았구나 이제는 산재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시라 비노라
2024.01.12 -
한 자영업자의 죽음을 외면말라
한 자영업자의 죽음을 외면말라 도시의 그늘은 어디 쪽방촌 폐지줍는 노인 노숙자들 노점상만이 아니다 한해를 마무리할 해넘이에 오늘도 슬픈 소식이 뜬다 커피전문점 카페 사업하다가 빚에 내몰린 한 자영업자 일가족의 죽음 앞에서 참담한 심정이 절로 든다 코로나때보다 더하다는 체감경기 탓인가 시내의 빈 점포들 마주치면 왠지 가슴아픈 거리 650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쓸쓸한 얼굴이 떠오른다 올해가 저물어가건만 물가고 가계부채 민생파탄에 노동자 서민들 삶이란 비극이 끊이지 않는구나 벼랑 끝에 선 사람들 희망조차 아득하여라 전북 익산 일가족 사망 사건 어찌 도시의 그늘 아니랴 더불어삶이 각박해져 가는 각자도생 경쟁의 땅 내일은 슬픔이 다시는 없기를 두손모아 기도하며 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친다
2023.12.16 -
좋았던 순간들은 낙엽처럼 떠나는가
좋았던 순간들은 낙엽처럼 떠나는가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온갖 식구와 온갖 친구와 온갖 적들과 함께 적들의 적들과 함께 무한한 연습과 함께 가자고 김수영 시인은 노래하였건만 오늘 아침 슬픈 부고가 페이스북을 타고 전해왔다 우리 건강한 몸으로 아픈 마음들을 보듬으며 들꽃처럼 강인하게 살아가자는 박노해의 걷는 독서가 내 가슴을 울린다 평소 찾아보지 못한 벗들 오래 병고에 시달렸다는데 뒤늦게 소식을 접하니 일상의 회한이 밀려온다 녹색시민 민주시민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어제는 뉴스를 접하니 단칸방에서 쓸쓸히 숨져 간 고독사 어르신 아프더라 돌봄도 없는 사람들 얼마인가 사각지대 비극이 끝나는 날은 언제쯤일까 은행잎 노랗게 물드는 마산에서 일찍 떠난 두 사람 영전에 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치며 이제 ..
2023.11.23 -
국화축제 밤바다를 둘러보고
국화축제 밤바다를 둘러보고 공공근로 계약직들이 가꾼 마산의 국화 축제날 모처럼 둘이서 바닷가로 야경을 보러 외출했다 밤바다는 괭이울음소리도 없이 침묵에 빠졌지만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한국전쟁 전후 자행된 민간인학살 집단수장지 아픈 세월의 기억을 남몰래 떠올리게 되더라 해양누리공원이야 곱지만 생명의 바다를 매립한 곳 창원시로 통합된 마산 지나온 발자취를 못잊지 무슨 애타는 그리움이기에 이 가을 마산 앞바다에 국화꽃이 저리도 피었나 행사장 천막 부스에 들러 국화비누 구입하고 아구주먹밥 사 먹으며 밤바다를 배경으로 국화꽃 옆에서 사진 한장 남기고 임항선 길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 둘러본 내 마음 같아선 천만송이 국화꽃이 촛불이라면 축제의 계절에 우린 해방춤을 덩실 추겠다
2023.11.02 -
국화꽃을 든 평화의 소녀상
국화꽃을 든 평화의 소녀상 한 송이 국화꽃을 든 소녀상 오늘도 꿋꿋이 서 있다 고향산천에서 뛰어 놀던 소녀 적 모습 그대로 조선의 누이는 가을을 맞는가 평화나비들이 밤새 지키고 국화꽃 화분들이 놓인 오동동 평화의 소녀상에 깃든 인권 자주 평화의 다짐 이 나라는 여전히 슬픈 땅 민요를 나직이 노래부르네 미국놈 믿지 말고 석열에 속지 말고 일본놈 일어나니 조선사람 조심해라 독도를 넘보는 전범 일제는 강제동원도 위안부도 죄다 책임을 회피하건만 줏대없는 정부의 해결책이란 분노만 일으키고 있다 지금도 원혼이 되어 떠도는 할머니들을 위하여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든 평화의 소녀상이여 끝까지 함께 싸워 이기리라
2023.10.29 -
안전한 일터 그날은 언제쯤일까
안전한 일터 그날은 언제쯤일까 김씨는 일용직 건설노동자였다 70대 나이라면 한창 손자들 재롱 볼 때인데도 노가다 일을 멈출 수 없었던 한 가정의 가장인 그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상가 외벽 작업하다 사다리에서 추락사했다는 슬픈 소식 앞에서 비통한 심정이 솟구친다 어제는 아버지가 떨어지고 오늘은 아들이 떨어지는 참담한 건설 현장은 왜 안전불감증에 빠져 버렸나 산안법 재해법 있으면 뭐하나 사람이 죽고 나서 꽃도 십자가도 없이 쓸쓸히 우리 곁을 떠나간 건설노동자들 그 얼마였던가 안전장비만 착용했어도 막을 수 있었을 산업재해들 토건족의 탐욕 탓인가 돈보다 생명 안전한 일터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이다지도 멀기만 하단 말인가 한번쯤 마주쳤을 이웃인 한 일용직 노동자의 영전에 국화꽃 한송이 바치며 절하노라
2023.10.25 -
한 초등교사의 죽음 앞에서
한 초등교사의 죽음 앞에서 20대 꽃다운 선생님이 학교에서 목숨을 끊었다 묻힐 뻔한 비극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그녀는 괴로워했다 "업무폭탄 학생난리가 겹쳐 모든 게 다 버거워진다 숨이 막혔다" 한 초등교사의 일기장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이들 사랑도 참교육 열정도 없는 무개념의 선생들 감시통제 교장 교감들 얼마나 많은데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새내기 선생님이 이리도 허망히 가시다니 지켜주지 못한 우리는 고통스럽다 오늘은 그 선생님이지만 내일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분노의 절규가 교문 밖에서 거리에서 쏟아져 나온다 악성민원에 시달렸다니 잠인들 제대로 잤을까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는 그 심정이 아려온다 행복한 학교는 언제쯤인가 죽음 이후에야 교사생존권 보호하라는 ..
2023.07.25 -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20층 아파트 건설 아찔한 작업장에서 지하 2층으로 추락해 목숨을 앗겼다 왜 아무도 몰랐을까 왜 아무도 찾지 않았나 그 시각 공장에선 철판에 깔려 한 노동자가 숨졌다 안전장비는 어디 갔나 중대재해처벌법 무용지물인가 어제도 오늘도 들려오는 슬픈 소식들이여 산재공화국이란 오명을 언제쯤 벗을까 돈보다 생명이거늘 일하다 다치고 죽는 전쟁같은 노동판 목숨 걸고 일해야 했던 어느 건설노동자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국화꽃 한송이 바치며 절 올린다
2023.06.04 -
한 고교생의 죽음 앞에서
한 고교생의 죽음 앞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먼저 간 친구들 끔찍한 악몽을 겪으며 이태원 참사 그날이 소스라치게 떠올라 몇 번이고 시달렸을 트라우마가 끝내 한 고교생을 죽음으로 내몰았구나 전쟁 후유증처럼 깊숙히 박힌 상처를 어찌 치유할까 사상자 303명 중 생존자들을 외면말라 더 늦기 전에 별이 된 자식이 보고파 피울음 흘리는 유족들도 살펴라 살아서 진실을 밝혀 다시 서야겠건만 유서조차 없이 이리 허망히 떠나다니 너의 영전에 국화꽃 한송이 놓는 내 마음에도 슬픈 거리에도 함박눈 내리는구나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