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여럿이 함께(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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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리는 날 밤거리에서
첫눈 내리는 날 밤거리에서 마산에 첫눈이 내린다 창동 불종거리에도 오동동 소녀상에도 김명시장군 학교길에도 창동예술촌 골목길에도 못잊을 추억처럼 겨울비 오다가 싸락눈이 날리는구나 난 첫눈 내리는 날에 해당화 시집 한권 세상 속으로 보내랬는데 그만 해를 넘기지만 연말 특별사면 소식은 영 맘에 들지 않네 한명숙 이석기는 왜 제외되었는지 민생 경제 잡범들만 사면하고 풀어주다니 적폐청산은 간데 없어라 부끄러운 촛불 대신 횃불을 들어야 할꺼나 이제 문재인정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기다리던 첫눈 맞으며 생활의 거리를 호젓이 걸어보아도 내 마음은 씁쓸하여라
2020.12.30 -
조류독감 살처분이 정답일까
조류독감 살처분이 정답일까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것이 저 하늘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뿐 아니다 올 겨울에도 찾아온 조류독감 재앙에 닭 오리 살처분 소식들 코로나까지 겹쳐 더욱 우울하게 하는구나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바꿔야 산다고 "동물과 사람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길봄" 단체가 정부청사 앞에서 "예방적 살처분 금지하라" "공장식 축산기업이 예방 책임져라" 던 기자회견 생생히 되살아오건만 결국 터지고 나서야 예방적 살처분에 급급한 당국 멀정한 농장동물 가축을 질소 아닌 이산화탄소 고통 속에 질식사시키고 애꿎은 생명들을 오늘 또 이리 참담하게 파묻어야 한단 말인가 "평생 A4용지보다 작은 곳에 날개 한번 펴보지 못하고 부리가 잘리고 성장촉진제에 항생제를 맞고 밤도 모르고 살아온 네가 전염병에 취약한 것은 우..
2020.12.28 -
나의 삶이 문학의 길이다
나의 삶이 문학의 길이다 70년대 창작과 비평 80년대 실천문학 지역 무크지 운동 그 세대가 저물어간다 김수영 신경림 시 황석영 남정현 소설 이제 팔순 나이들 후대들은 어디 있는가 반미소설 그의 부고를 접하고 난 문득 치열했던 그날들이 그리워져라 촛불 이후에도 민족민중문학의 한길 우리시대를 노래한 저항시 한 편 아쉽더라 풍자소설이 귀하더라 분단철조망은 지금도 걷힐 줄 모르고 노동자 서민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건만 어찌 이 산하가 소리쳐 부르는 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가 다시 돌아보고 싶은 그때 그 시절의 열정이 내 가슴에 타오르네
2020.12.26 -
장기수 선생의 한생을 돌아보며
장기수 선생의 한생을 돌아보며 지리산에서 총상을 입은 그 마취도 없이 수술하고 빨치산으로 싸우다 포로가 된 인민군 전사 옥중투쟁 37년 장기수로 산 고난의 세월 무엇이 그토록 전향강요에도 굴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게 하였는가 못 다한 투쟁의 한길에서 통일산천 꽃넋으로 숨져간 이름없는 전사들 끝내 고향땅 밟지 못한 채 고문으로 쓰러져 간 장기수 선생들의 한생 6.15 남북공동선언의 그날 송환된 신념의 강자들 아직 돌아가지 못한 이들 분단시대의 아픔이어라 을 집필한 뜻은 숱한 꽃넋들을 달래는 진혼무였지 않은가 지금에사 적아가 손잡고 화해하였다지만 합동위령제를 거행한다지만 이 산하에 맺힌 한들 영화 한편에 사무치는구나
2020.12.24 -
단 한번만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멈출 수 있다면 자살률 1위 산업재해사망률 1위 가계부채 1위 슬픈 오늘을 바꿀 수 있다면 전국민 잠시멈춤! 집합금지처럼 더 이상 번지지 않게 돌이킬 수 있다면 시련을 넘어 자랑스런 소식이 날아들리니 멈출 수 있다면 더 이상 죽지 않게 우리 모두 다함께 투쟁하리라
2020.12.23 -
희망의 빛 안고 함께 가리라
희망의 빛 안고 함께 가리라 코로나로 잃은 것 많아도 찬바람 속 성모상 아래 성탄트리 구유는 희망이라 하느님이 사랑임을 믿는 신자들에게 대림시기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추운 겨울날 "가장 가난한 이에게 우리의 손을 내밉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탄 메시지를 묵상하며 고난받는 사람들을 비추는 빛이 내 마음 속에 들어오길 간구하노라 우리시대의 세월호들 이제는 어둠이 걷히고 감춰진 진실이 밝혀지기를 소리높여 외치노라 전쟁의 포성이 사라지고 평화가 깃들기를 함께 간절히 기도하노라
2020.12.19 -
1979년 그해 젊은 날을 부르며
1979년 그해 젊은 날을 부르며 누가 먼훗날 군사법정에서 재심 무죄를 받았단 소식이라도 접하는 때면 난 41년 전 그날이 자다가도 언뜻 떠올라 군용트럭에 실려 겨울바람 맞으며 잡혀간 남한산성 감옥이 생생하여라 겁없던 청년문학도가 쓴 통일시 한 편이 뭐라고 반공법은 봐주고 긴급조치 9호 징역 2년 아무래도 억울한 그 시절 지금도 분단병을 앓지 최전방에서 초병을 서며 틈틈이 문고판을 읽곤 했던 젊은 날의 열정이 철망 앞에서 고뇌하며 분단독재를 거부했어라 재심 보상으로 과연 치유될 수 있을꺼나 갈라진 이 산하 곳곳에 사무친 아픔들을 어찌하랴 화해와 통일의 길로 오도가도 못하는 남북산야 웬 국방예산은 증강되고 미군주둔비는 줄곧 인상압력을 받는 판이니 자주없이 통일없다는 외침이 하나 틀린 말 아니어라 아직도 의..
2020.12.17 -
아무도 몰랐던 죽음 앞에서
아무도 몰랐던 죽음 앞에서 당신이 비껴간 그 자리 사각지대 엄마가 숨진 지 5개월이 지나서야 대한민국의 부촌 서초구 다세대주택 한켠에서 발견되었단 뉴스 발달장애 아들은 노숙자로 거리를 헤매다 가까스로 복지사에게 털어놓은 사연 서글프고 서글퍼라 "우리 엄마는 몸마비로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 라는 주검 옆 공책의 문구가 우리를 울리는구나 주거급여 기초수급자 모 장애등록 안된 아들 폰요금도 공과금도 밀렸던 서울살이 모자의 비극을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뭔가 해줄 수 있었을텐데 복지사의 안타까운 탄식이 휑한 가슴을 치는구나
2020.12.15 -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는 오늘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는 오늘 주말 랜선집회에 참석하고 코로나 시대에 맞서 이제 익숙한 것들과 다른 방식을 선택할까 보다 이석기 석방 유튜브 1시간에 2만 2천 구독 실시간 채팅은 쉴 새 없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방역수칙 지키며 모인 진보당 당원들과 시민들 소성리에도 드라이브 스루 현장 목소리 실감나더라 영상 만들고 편집하는 새로운 것이 필요하더라 남북해외도 이처럼 랜선집회 이루어지면 오죽이나 좋을까 언뜻 떠오른 나의 바램 이번 성탄 연말 특사 양심수들이 감옥문 열고 장기수가 고향가고 과거사로 고통받은 이들이 한을 풀 수 있게 하라 랜선집회는 계속되리니
2020.12.13 -
명동성당 들머리 시국선언
명동성당 들머리 시국선언 서명한 지 하룻밤 사이에 오만한 정치검찰 퇴진 검찰개혁을 위한 천주교 평신도 7천인 시국선언이 이루어졌다 박정희 유신독재 때면 긴급조치 9호로 갇혔고 명박근혜 국정농단 때면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정의의 외침 가톨릭행동 내심 나도 놀랐다 코로나 재앙이 걱정돼 비대면 가정예배 유튜브로 미사를 보며 요즘 잠시 쉬는 중이지만 길 위의 신앙고백같은 그리스도인의 실천 바로 공동선이 아니랴 인권주일 사회교리 주간 대림 신년에 떠올리는 거리로 나서라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 새삼 가슴 울컥하더라 깨어 있는 평신도들의 힘 교회도 우리도 새로이 일깨워 주는구나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