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삿일(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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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추야 달은 환하건만
오동추야 달은 환하건만 오늘따라 웬 보름달이 불종거리 상가 위로 환히 떠올랐구나 다시 거리두기 3단계 밤 12까지 영업연장 식당 카페 술집은 되고 노래주점은 안되니 별 차이가 없다는 오동동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장삿일 돌을 굴리는 자영업 소상공인 코로나 희생양이런가 저 밤하늘 달처럼 밝아질 내일은 언젤까 한파까지 닥쳐 더 추워보이는 거리 불평등 사회를 바꾸자는 총파업에 나서야 할까 폐업 개인파산을 앞둔 사람들의 고통이 남의 일이 아니다 시내 중심가도 빈 점포가 하나둘 늘어만 가는 씁쓸한 풍경을 접하니 국화꽃이 핀들 과연 상권이 되살아날지 남모를 한숨을 짓노라
2021.10.19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추석 연휴 달은 밝건만 꿈에 본 고향으로 달려가지 못하는 사람들 코로나 탓에 생활고 탓에 콩가루 집안 탓에 철조망 탓에 성치 않은 몸 탓에 폐업사업장 탓에 무너진 장삿일 탓에 창살에 갇힌 탓에 올해도 돌아가지 못하는 사연인들 하 많으랴 한번쯤 돌아보고 싶은 아픈 마음들에게 평등추석 행복한 추석 보내시라는 귀향 인사가 낯설게 다가오는구나 제사상 차릴 돈도 명절 보너스도 손에 쥐지 못한 채 휘영청 뜬 달을 바라보는 내 이웃들에게 불평등 세상을 바꾸자고 안부전하네
2021.09.19 -
태풍 지나간 뒤 거리에서
태풍 지나간 뒤 거리에서 어젯밤은 번갯불이 번쩍 포탄이 작열하듯 창 밖에 잇따라 치고 명자꽃도 나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항구로 대피한 마산만 배들 태풍 피해는 없을까 걱정도 되더라만 무사히 지나간 모양이다 또 이어진 거리두기 4단계 시내 중심가 간판들도 괜찮아 보인다 갈수록 기후위기란 것을 체감하는 올 여름 저마다 생업마저 위태로워라 밤 9시 시간제한 밤거리는 인적이 끊기고 장사 문닫게 생겼다 저 멀리 무학산 풍경도 우울해 보이는 날 추석채비는 엄두를 못낼 판 비껴가지 않는 재난 앞에 코로나 블루는 길어라 이대로 간다면 불평등의 골은 깊어갈 뿐 뉘라서 세상을 바꿀까 촛불 하나 밝히고 싶어라
2021.08.24 -
저물 무렵 오동동 거리에서
저물 무렵 오동동 거리에서 어제는 밤새 비가 내렸고 오늘은 초여름 더위 불종거리에 저녁노을이 지면 오동동엔 불이 켜지고 명자꽃도 길거리장사 천막을 치고 전을 펼치네 중심상가도 빈 점포들 눈에 띄는 힘겨운 시절 코로나가 끝나면 나아질까 자영업자 650만 시대 영세사업자 얼마나 많은가 다니던 직장 관두고 회사에서 짤리고 사업했다가 실패하고 팔 걷어부친 채 장삿일에 뛰어든 아픈 사연들 누구에겐들 없으랴만 체감경기는 썰렁한 편이네 길거리문화 버스킹 군고구마 군밤 먹거리가 노래방 술집 가득한 밤거리에 눈길을 끌어라 문화광장 소녀상 행사라도 계속 열리면 찾는 발걸음 많아지려나 요즘 같아서야 재난지원금이라도 풀려야 장사가 돌아가지 점포세 재료값 인건비 공과금까지 맞출 걱정에 잠 못 이룰 사람들 타는 심정 뉘라서 알랴
2021.06.04 -
산중텃밭의 소소한 즐거움
산중텃밭의 소소한 즐거움 겨우내 묵혀둔 산중텃밭 꽃대가 올라와서야 배추밭을 갈아엎는다 상추심어 뜯어먹을까 해서 모처럼 둘이 함께 회원골 약수터로 와서 뙈기텃밭을 고르는 명자꽃의 남다른 열정 스트레스도 풀린다 하고 햇볕도 쬐니 좋단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일상 언제쯤 돌아갈지 기약없는 하루를 보내며 오늘만큼은 꽃도 보고 폰카로 사진도 찍는구나 고목엔 벚꽃이 피고 산속엔 진달래가 환하여라 어디 멀리 가진 못해도 고단한 장삿일 쉬고 밥값은 못해도 산길을 걸어 올라오니 찬바람마저 상쾌하더라 마중나오는 개구쟁이 사료도 챙겨주고 약숫물 받고 민들레 머구 한움큼 캐서 돌아온 소소한 즐거움 뉘 알랴
2021.03.22 -
가을 살사리꽃은 피었는데
가을 살사리꽃은 피었는데 임항선 길 저 살사리꽃 옛 추억을 부르는가 회산다리 철길시장 난장 억척스럽게 꾸려가는 장삿일 삶들이 어제 오늘도 이어지는가 임항선 철길에 깃든 보따리상 통학생들 기적소리 아련하여라 회원초등 주변은 온통 아파트숲이 되어 그 시절 흔적조차 찾아볼 길이 없어라 서울 아파트 한채 10억 미친 부동산 집값들 이곳도 투기바람 공사중단 분양저조 꼴사나운 모습이구나 한낮 코스모스 살사리꽃이 피어난 내 살던 동네길을 걸으며 남모를 상념에 젖는가
2020.10.02 -
겨울비에 지는 은행잎이 슬픈 날
겨울비에 지는 은행잎이 슬픈 날 어제는 겨울비가 종일 내리고 은행잎들이 수북히 졌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것들이 어디 나뭇잎들 뿐이랴 연예인 설리 구하라 젊은 여성들이 왜 가슴아픈 사별을 하였을까 악플 스토킹 영상유포 시달림에 그만 세상을 등져야 했을까 웃음보다 눈물이 많은..
2019.12.02 -
비내리는 오동동 코아 앞에서
비내리는 오동동 코아 앞에서 비내리는 오동동 거리에서 중소상인은 노점상은 안녕하신가 물어보아라 빛의 거리 가로등에도 빗줄기는 쏟아지는데 예전보다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지만 어쩌랴 하루하루 장삿일을 쉼없이 이어가야 하거늘 한바퀴 둘러보느라면 문화광장 소녀상 형..
2019.03.10 -
그리움으로 돌아보고 싶은 풍경
그리움으로 돌아보고 싶은 풍경 산중 텃밭에서 호박잎 따는 명자꽃 이 시간만은 홀가분하고 소중하여라 사진 한장에 추억을 새기듯 살아가는 재미도 맛보며 단란한 시절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 어제는 폭우가 쏟아진 이곳 비내리는 무학산이 왠지 정겹게 다가오더라 고단하기만 한 ..
2018.08.28 -
주말을 주말답게 쉬고 싶어도
주말을 주말답게 쉬고 싶어도 명자꽃과 함께 어시장 새벽난장에 갔다가 양배추 말린땡초 상추를 사고 오동서1길 시인의 집에 들어와 다시 자려는데 올여름 폭염 탓에 물가가 3배나 뛰었더라 고등어도 못 사고 오후에 늦게 일어나 밥상을 차리니 산중 텃밭 찬거리보다 푸짐하질 못하네 낮..
2018.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