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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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가도 사향가는 울리고
세월은 가도 사향가는 울리고 정화수 한 그릇을 떠다 놓고간절히 비는 마음이여집을 떠나 천리길 오를 때문 앞에서 눈물흘리며잘 다녀오너라하시던 말씀 귀에 들려라 바람 불고 달빛 밝은 날이면더욱 그리운 고향집어머니는 늘자식걱정에 애를 태웠네다들 어디 가고너만 돌아왔느냐 우시던그 목소리 쟁쟁하여라 꿈결에도 잊지 못할 고향아그리운 산천 다시 볼고난의 세월 몇몇 해던가오늘도 어머니는사립문에 기대어 서서저 멀리 고갯길 바라보네
2024.07.08 -
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치며
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치며 장맛비 속에 사람들은무심히 흘러가지만어머니는 매일 피켓을 들고분향소 천막을 지키며19살 청년노동자자식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진상을 밝히라고처절히 울부짖는구나서울 마포대교를 행진하던특성화고 학생들깃발이 되살아오건만열악한 일터 결국 터질 게터졌다는 말인가근무 시작한 지 2시간만에유독가스 사고라니그러고도 증거인멸하는 사측우리를 분노케 하는구나고인의 일기장을 보니오호라 먹먹합니다공장 위로 장마는 몰려오고청년의 힘든 삶은나아질 줄을 모르는가마른 잎 다시 살아나듯이함께 세상을 바꾸는그날이 어서 찾아오기를간절히 두손 모으며19살 청년노동자의 영전에하얀 국화꽃 바치노라
2024.06.30 -
과거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순 없다
과거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순 없다 4.11 민주항쟁 그날 그 자리 김주열 열사가 떠오른 마산 앞바다는 아우성치는가 우린 추모만 하질 않나 4월혁명 도화선이 되었던 참혹한 주검 앞에서 어머니는 목놓아 통곡하였다 세월은 멀리 흘러 왔어도 과연 마산은 바뀌었는가 4월에서 5월로 철쭉꽃은 붉게 피련만 우린 열사정신을 잇고 있는가 굴욕외교 친일매국 일삼는 공안통치 검찰독재를 우린 망각하고 있질 않나 그저 돌아오는 계절이 돼서야 추모할 시간이 어딨냐고 싸워야 한다던 그날의 외침을 우린 잊지 말아야 하리니 4.11 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3.04.11 -
노동자의 영원한 어머니
노동자의 영원한 어머니 한 시대가 저무는가 처절했던 70년대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그날 이후 노동자의 영원한 어머니였던 이소선 여사가 이제 아들 곁으로 쉬러 떠난다 노동자가 부르면 언제나 달려간 따스했던 어머니가 동지들 곁을 떠난다 그 얼마나 모진 세월이었으랴 노동자는 하나다 정규직이..
2011.09.05 -
오동동에 가면 아구찜이 있다
오동동에 가면 아구찜이 있다 아구는 말려야 진짜라지 겨울 덕장에 내걸고 된장을 넣어야 제 맛을 보게 된다는 이씨아저씨 6.25 때 국끓여 먹었다는 못 생긴 아구생선을 육십년대 중반에 들어 비로소 아구찜 했다는데 어머니가 국수를 팔면서 아구국 함께 끓였던 집안 이야기 들어보니 오동동 한결 정..
2011.04.18 -
어머니! 어머니! 오늘 마침내
어머니! 어머니! 오늘 마침내 23년 만에 당신을 묻습니다 산 자들의 가슴 속에 우리들 노동자의 심장에 대우중공업 정경식 동지를 바람찬 솥발산에 모여 민주노동자장을 치룹니다 민주노조 밑거름이 돼라고 어머니는 말을 건네며 흙을 덮고 절을 올립니다 지금은 두산DST가 돼 버린 공장 정문 노제를 ..
2010.09.09 -
내게 더불어삶이란 무엇인가
내게 더불어삶이란 무엇인가 꽃이 진 뒤에야 깨닫습니다 텃밭의 철쭉꽃 장미꽃 환한 얼굴을 그리워합니다 이제 방울꽃 봉선화 범의귀 어성초꽃이 피었습니다 빈터를 가꾼 이 덕분이죠 날이 밝으면 새들이 찾아와 오동나무에서 지저귀는 석전동 산 지가 오랩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둥지 튼 이곳에서..
2010.06.23 -
그리운 것들은 길 위에 남아 있다
그리운 것들은 길 위에 남아 있다 무학산에 오르니 나를 일깨운 건 길마다 깃들인 추억이었네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조심하며 앵지밭골을 거쳐 서마지기 정상까지 갔다가 섬들과 산줄기를 보고 소망돌탑 아래 개나리동산에 모여 시산제를 모두 함께 올리고 완월폭포로 하산하던 오솔길에서 하염없..
2010.01.25 -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새벽 5시 비가 내리네 저 빗줄기를 따라 이내 마음도 흘러라 잊지 못할 그리움처럼 방울방울 맺히는 울 어머니 얼굴이여 반찬가게 꾸려 자식들 키우며 공부시킨 그 은공을 어찌하랴 병든 몸으로 하염없이 빗방울 바라보던 이름없는 민중이여 강산이 바뀐들 변할까 효도 한번 못..
2008.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