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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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곰국을 챙겨 먹고
새벽녘에 곰국을 챙겨 먹고 참 오래 전의 일이구나 낮과 밤이 뒤바뀐 글감옥 웹 작업을 할 때 학비노조 한 사람 시인이 하얀 밤 지새우며 끼니 거르는 줄 알고 곰국 찬거리를 챙겨주던 기억이 나네 오늘은 당신이 차려 준 소뼈 고아낸 곰국을 새벽녘에 먹고 컴 앞에 앉았어라 어디 밥 한끼뿐이랴 시도 거르지 않고 쓰야 내 할일을 하는 거지 외식 물가 무서운 요즘 집밥 한끼가 새삼 소중스러워져라
2024.01.06 -
시가 내게로 오는 날
시가 내게로 오는 날 비가 오려나 싶을 때 내 몸이 쑤시던 흐린 날 아침 옥상 상자텃밭에 수박 하나 신기하게 달렸네 간밤 잠을 설쳤어도 안개 속의 시가 나에게로 올 때처럼 갈피를 못잡던 마음이 편해져라 오늘은 뭘 쓸까며 고민하는 창작혼을 뉘라서 알랴만 시인은 시를 쓸 때 행복을 느끼지 사람사는 세상을 외쳐 부르며 공동체를 일궈 가듯 노동의 대지에 깊이 뿌리내려라
2022.07.13 -
시인의 인생역정을 기록하며
시인의 인생역정을 기록하며 정작 내가 민족문학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은하수가 뜨고 눈보라 아우성치던 전방 군복무때다 창작과 비평을 애독하며 분단으로 인한 고통 통일의 길을 고민하다가 징집됐다 시 한 편 쓰기란 역량이 미숙했지만 초병근무 중 후렛쉬로 문고판도 읽고 수첩에 ..
2013.05.30 -
초승달이 칼날처럼 빛날 때
초승달이 칼날처럼 빛날 때 시인인 내가 어느새 안부 걱정받을 세월이 돼 버렸나 형님 별일없습니까 낯익은 목소리 요새 안보인다며 어디 아픈지 묻는 전화를 받다니 잠시 뒤 형수가 유동렬씨 괜찮나며 무슨 일 생긴 듯 시인을 챙겨주니 밥은 하루 한끼로 떼우고 술 한잔 내 거처 아는 이..
2013.05.07 -
블로그북 시집 <유랑>을 펴 내며^^
유랑 유동렬 시집 유랑.pdf 지난 여름 12번째 시집을 출판하고 틈틈이 써 둔 시편들을 또 한 권의 블로그북 시집 <유랑>으로 묶어 둔다. 도시살이 안정된 거처도 없이 유랑하는 시인이 보고 느낀 바를 시로 표현한 것들이다. 특히 대선 전후의 민중의 삶과 투쟁 그리고 진보당 이야기 또..
2013.03.27 -
제비산에 깃든 추억 있다면
제비산에 깃든 추억 있다면 저물무렵 육호광장에서 제비산으로 올랐다가 눈덮인 무학산을 목에 건 카메라에 담으며 옛 추억에 젖었다네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살림의 흔적은 꼬불꼬불한 산동네 골목길 낡은 슬레트집들에 한처럼 서렸구나 민중의 문학을 꿈꾸며 북마산 회산다리로 해서..
2012.12.15 -
시인의 흔적을 시로 남기며
시인의 흔적을 시로 남기며 허리에 파스 한 장 붙이고서 눕다 배낭이 무거운 탓인가 도심 속 유랑 중 빌딩에서 모텔로 시인 거처를 옮기고 침대에 잠시 쉬니 어깨 허리 모두 아픈갑다 깊은 산에서 비박하듯 침낭 하나로 겨울을 버텼댔는데 이제 조금 낫다 지금도 고공철탑에서 국회 담벼..
2012.11.30 -
한가윗날 자신을 돌아보며
한가윗날 자신을 돌아보며 창동에 온 지 석 달째다 옥탑방같은 5층에 잠시 머물며 시 쓰고 창동예술촌 이모저모 지역사회 행사를 카메라에 담아 블로그 포스팅한다 옛 동네 고양이들에게 먹이도 갖다 주며 왔다갔다 보낸 날들 프리랜서 원고료가 시집만큼 도움돼 해묵은 통장을 살려 한..
2012.09.30 -
오월은 서정적으로 오지 않는다
오월은 서정적으로 오지 않는다 달빛은 처절히 밝구나 그 해 오월에도 무등산을 비췄을 달 5.18 항쟁이 장렬하게 끝난 뒤 계엄군 검문 속 양덕 고속터미널에 내리자 포근히 안기고 싶은 내 고향의 품이 세월이 가도 잊히지 않네 저녁무렵 교원동 옛집에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무학산 산..
2012.05.05 -
저렇게 마지막 힘을 다해서
저렇게 마지막 힘을 다해서 12월의 마지막 단풍잎 오고가는 사람들 가슴을 물들이는가 타오르는 그리움처럼 빛을 발하는 얼굴 애달픈 사랑이려니 누군가를 오래 기다려 서성댈 창원역에 초겨울 달은 밝구나 은행잎은 져도 내년에 또 다시 피어나리 한결같은 희망으로 다들 바쁘..
2011.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