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인생역정을 기록하며

2013. 5. 30. 05:04◆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2부 새벽달

 

 

 

시인의 인생역정을 기록하며

 

 

정작 내가 민족문학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은하수가 뜨고

눈보라 아우성치던

전방 군복무때다

창작과 비평을 애독하며

분단으로 인한 고통

통일의 길을

고민하다가 징집됐다

시 한 편 쓰기란

역량이 미숙했지만

초병근무 중

후렛쉬로 문고판도 읽고

수첩에 시도 썼다

철조망에 가로막힌

남북산야가

아프게 다가왔다

155mm 곡사포

M16소총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통일이 돼야지

머릿 속을 맴돌았던

78년 말 강원도

국어교사 문학청년은

시가 무척 그리워

급기야 사고를 쳤다

야전병원에서

차분히 돌아보며

편지지에 써 내려간

남북통일 시

지금은 외우지 못해도

흰옷입은 겨레의

분단 고통을

선 민주화 후 통일을

노래한 작품이었다

부치지도 못한 채

79년 초 겨울

덜컥 체포됐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그 시절 고난은

광주항쟁 진압직후

80년 7월

교사해직과 함께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70년대 민족문학은

내게 시련을 안겨줬지만

시대가 변했다 해도

미완성인 채

무엇을 쓸 것인가

또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