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16)
-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동트기 전 길을 나선다 숲속의 두 갈래 길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난다 나만의 길을 찾아서 그로 인해 모든 것들이 달라졌을지라도 완주하였을 때 미소지을 수 있다면야 위대한 길이 아니랴 불가능한 꿈을 꾸며 여럿이 함께 걸어왔던 길 그 길 위에 고난은 길동무처럼 따라다녔다 세상을 바꾸자 외쳐 부르며 싸웠던 지난 날들도 추억이리니 나는 오늘 더디가도 가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의 새벽길에 선다
2024.03.10 -
동네 김장하는 날 풍경 하나
동네 김장하는 날 풍경 하나 새벽길에 비는 내리고 계절은 겨울이건만 우리집 김장은 언제쯤 할까 저쪽 윗동네는 한데 어울려 김장나눔 행사도 열었다는데 이제 겨울나기 채비를 서두를 때가 됐지 낮엔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틈틈이 동네청소랑 궂은 일 마다않는 아줌마 노동의 땀방울이 빛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 뚜벅뚜벅 한길을 가는 진보당 일꾼 한 사람 소중히 다가오는 오늘이어라 코로나 독감 유행에 조류독감에 돼지열병에다 월급빼고 다 오른 3고시대 물가고까지 겹쳐 힘들어질 올겨울 나무들도 잎들 떨구며 노동의 대지에 뿌리내리고 새봄을 기다리련만 8시간 노동 저녁이 있는 삶도 정치가 있는 삶도 없이 한파와 맞닥뜨리는 사람들 그늘진 이웃들의 삶을 과연 누가 책임지겠는가 김장나눔 저 손길이 희망을 밝히는 촛불이었으면 ..
2022.11.23 -
어시장 새벽길 동네한바퀴
어시장 새벽길 동네한바퀴 별빛만 파리한 새벽길 어시장으로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 부지런타 더러 장보러 일찍 끌차끄는 식당주인들 청소차가 다니고 환경미화원이 거리를 빗질하는 시간 옛 남성동 선창가 수산시장은 불이 환하고 노점도 전을 펴고 억척스레 삶을 꾸려가는 항구도시 마산을 기억하는 출향인들 추석이면 꼭 들르는 시장 전어축제 열리는 그 푸른 바다가 그리워 고향생각 날 터 처서 지나고 비온 뒤 선선해진 가을 초입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란 오래 그 자리를 지킨 어시장 상인들이 아니랴 때로 동네한바퀴하며 삶의 풍경을 담아 보라
2022.08.25 -
없는 사람들 마음을 보라
없는 사람들 마음을 보라 밤새 귀뚜라미 울고 새벽 바람은 가을 기운이 돈다 세월이 엿같아요 건강하시란 안부인사가 휑한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4단계 또 연장 거리는 더 썰렁하고 자영업은 죽을 판 어디 다니기도 겁나 집콕 하자니 답답한 마음 어찌할까 서민경제도 살림도 바닥을 치는데 한미군사훈련은 끝내 중단하지 않고 평화를 위협하는가 없는 사람들이 코로나 시국을 버티는 깨알 사연들 외면하지 말아라 가만히 있으라 하는 방역대책 언제까진가 새벽길 나서는 발걸음 무거워라
2021.08.18 -
김대장의 무사귀환을 빌며
김대장의 무사귀환을 빌며 저 멀리 설산같이 보이는 흰구름이 오늘따라 왠지 히말라야를 떠올려라 열손가락 장애를 딛고 14좌를 완등한 김홍빈 대장의 생사가 문득 생각켜 안타까워라 하산 중 크레바스에 빠졌다가 구조 도중에 다시 추락했다는 산악인 정상에서 보낸 코로나 극복 메시지가 생생한 새벽길에 지금은 기적이 필요해 눈사태로 실종됐던 사람들 소식도 아팠건만 별이 된 아이를 만나러 눈보라를 헤쳐갔던 세월호 부모의 마음도 그곳에 가면 얼어붙어 있으련만 무사귀환을 기도하는 대통령도 동료들도 참으로 황망한 심정이런가 히말라야 8000m에서 밤을 지샌 김대장의 얼굴 우리에게 희망이거늘 어찌 외로이 내버려두랴 꼭 살아 돌아오라 역경을 이긴 인간승리의 삶 김홍빈 원정대 대장이여
2021.07.20 -
새벽길에 내가 만난 풍경들
새벽길에 내가 만난 풍경들 불종거리 너머 해뜨기 전에 동네 한바퀴 돌아보면 새벽을 여는 사람들 환경미화원노동자 일하고 손수레 끌며 박스 줍는 노인네 굽은 허리 보이고 어시장엔 노점을 펴고 불켜진 곳은 24시 편의점 알바는 밤새워 지키고 식당주인은 장보러 나가고 오동동엔 소녀상 홀로 겨울 찬바람 맞으며 섰고 3.15기념관 건물공사 건설노동자는 작업중이고 까치는 울며 날으고 길냥이는 골목길에 앉았고 비둘기는 먹이찾고 잔가지친 겨울나무들은 봄을 기다리며 섰어라 없는 살림들은 저마다 제수용품 물가 오른 설 차례상 차릴 걱정에 잠 못 이뤄 뒤척일까 소상공인은 대목장 경기가 영 말이 아니라 한숨짓는 설 명절 코앞 새벽길 생활의 하루가 시작되고 고달픈 얼굴들 어른거려라
2021.02.08 -
해뜨기 전 무학산 산길에서
해뜨기 전 무학산 산길에서 오늘이 대한 절기라는데 눈도 추위도 없고 어두운 산길에 개구쟁이 마중나오는구나 새끼를 낳았는지 훌쭉해진 검은 고양이 산중에 살 때 이불 속에서 깨물던 녀석을 챙기려 갔던 길 초승달만 환하구나 저 멀리 눈쌓인 겨울왕국 10만 인파가 몰린 강원도 인제 ..
2020.01.20 -
새벽길, 새날이 동트는 곳에서
새벽길, 새날이 동트는 곳에서 저 새벽달 오랫만이다 간밤 성당 갔다가 관면혼배 레지오 단원과 축하 술 한잔 나누고 목말라 일찍 깨어 석전1동 길을 나오다 만난 나의 오랜 벗이어라 따스한 달빛 속에 잠든 정든 집 지붕 위 재개발 반대 깃발이 불끈 쥔 주먹처럼 봉화산 아래 솟구쳤구나 ..
2015.05.06 -
저 꽃도 내 마음을 아는 듯
저 꽃도 내 마음을 아는 듯 적목련 벌써 피었네 춘분 지나 동네 길가에서 마주친 새봄이여 내 사랑하는 사람 아릿따운 순정인 양 슬픈 이 땅에 함께 살자는 몸짓으로 서로를 끌어안는가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소중한 하루하루 불가능한 꿈을 내 가슴에 품어라 꽃소식 하나 ..
2014.03.22 -
새벽노을에 띄우는 내 마음은
새벽노을에 띄우는 내 마음은 밤새 열대야에 뒤척이다 새벽길 나섰더니 동녘 하늘에 분홍빛 노을이 타네 맘 같아선 산에서 일출을 봤으면 오죽 좋았겠나 싶지만 휴가도 없는 신세라 길 위에서 새벽노을을 촬영하다 보니 동트는 새벽에 가열찬 투쟁정신 으쌰 노래하던 그날들이 문득 ..
201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