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기 전 무학산 산길에서

2020. 1. 20. 09:59제1부· 첫 마음으로




해뜨기 전 무학산 산길에서



오늘이 대한 절기라는데

눈도 추위도 없고

어두운 산길에

개구쟁이 마중나오는구나

새끼를 낳았는지

훌쭉해진 검은 고양이

산중에 살 때

이불 속에서 깨물던

녀석을 챙기려 갔던 길

초승달만 환하구나


저 멀리 눈쌓인 겨울왕국

10만 인파가 몰린

강원도 인제 빙어축제도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떠나질 못하지만

타는 마음은

민중당 당명개정

대의원대회에 가 있고

문중원 경마기수

49재 오체투지에 가 있고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장

삼성해고자 고공농성장

철창 속 양심수들

봉이김선달 북한만화로

국가보안법 희생양

해직당한 교사들

톨게이트 수납원노동자

무기한 단식농성장

시대의 아픔들에 

시인으로서 함께 하려네


어디 한군데 성한 곳 없는

삶의 현장 곳곳을

나다니질 못하지만

아직 해뜨기 전

가까운 뒷산을 오르며

생각을 가다듬는 새벽길

설 대목이 코 앞인데

명절 쇨 걱정부터

앞서는 가난한 살림들을

내 가슴에 품고 산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