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라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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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는 날
시가 내게로 오는 날 비가 오려나 싶을 때 내 몸이 쑤시던 흐린 날 아침 옥상 상자텃밭에 수박 하나 신기하게 달렸네 간밤 잠을 설쳤어도 안개 속의 시가 나에게로 올 때처럼 갈피를 못잡던 마음이 편해져라 오늘은 뭘 쓸까며 고민하는 창작혼을 뉘라서 알랴만 시인은 시를 쓸 때 행복을 느끼지 사람사는 세상을 외쳐 부르며 공동체를 일궈 가듯 노동의 대지에 깊이 뿌리내려라
2022.07.13 -
또 한번의 겨울 길목에 서서
또 한번의 겨울 길목에 서서 입동 지나니 비 내리고 무학산은 비안개 자욱한데 단풍잎은 하나둘 지기 시작하네 안간힘으로 버티던 가을은 저만치 물러가고 다시 시련의 겨울이 내게도 오고 말았는가 기다림은 계속되고 새로 일어서야 할 시인의 집 살림살이는 고단스럽구나 적폐청산 제..
2018.11.08 -
무거운 점심값을 어찌 하려나
무거운 점심값을 어찌 하려나 대학생들이 구내식당에서 공기밥만 덜렁 시켜 한끼를 때운다는 뉴스다 오른 물가가 야속하네 도너츠 빵도 햄버그 치킨도 편의점 삼각김밥도 덩달아 뛰어버렸건만 책임지는 자 하나 없어라 최저임금 인건비 탓인가 재료비 인상 탓인가 밥 사먹는 일조차 망..
2018.03.07 -
차라리 저 초승달에 묻고 싶은
차라리 저 초승달에 묻고 싶은 꽃샘추위를 맞는 은행나무 사이로 초승달이 떴네 시장경기는 좀체 나아지지를 않는다는데 김밥도 짜장면도 500원씩 다 오르고 소주도 1000원 올려받아야 한다지 먹는 것부터 줄이는 서민들의 살림을 뉘라서 알아줄까마는 저 비수같은 달은 성난 얼굴로 경제..
2017.03.02 -
꽃샘바람에 눈보라는 휘날리고
꽃샘바람에 눈보라는 휘날리고 매화는 피었는데 눈바람 몰아치는 2월 29일 4년에 한번 돌아온다는 날 꽃샘추위가 휩쓰네 문 밖 텃밭의 길냥이는 새끼들 다 잃고 홀로 봄눈을 맞는가 당신 목욕간 사이 난 휘날리는 눈보라를 마주보며 섰지 웬지 맺힌 한처럼 쏟아지는 저 눈송이가 아득한 ..
2016.02.29 -
걸음을 멈춰 이름을 불러주는 꽃
걸음을 멈춰 이름을 불러주는 꽃 올해도 능소화는 피었구나 담장 높다랗게 서서 누군가를 기다린다더냐 무학산 산행갔다가 중리쪽에 하산해 임항선 철길따라 걸으며 만난 적 있는 분홍빛 꽃이여 올여름도 시인과 함께 긴 장마철을 나 보자 꽃말이 애달픈 사랑인가 사무친 그리움인가 가..
2015.06.27 -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정도 지난 시각 홀가분하게 안개낀 석전동 밤거리를 걸으며 생각한다 또 한 권의 두툼한 시집을 내야 할 때가 됐는가고 전자책 몇 권도 블로그에 올렸건만 행여 모를 웹사이트 에러가 불안해지고 시인 주머니야 텅 비었어도 밤새워 쓴 나의 시편들이 혼자만의..
201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