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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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산중텃밭 밤마실
비내리는 산중텃밭 밤마실 탈출하고 싶었던 유신시대 난 부산에서 전라도로 갑갑한 대도시를 떠났지 교사 초임 발령 시골마을 광양군 진상중학교 백운산 아래 밤별만 빛나고 인적 끊긴 숨죽인 동네 문학도의 방랑벽이었을까 낯설은 광주 무등산으로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갔더랬지 정상 레이더기지 빨간 불이 왠지 분단의 아픔같았던 그해 밤마실이 아득하여라 오늘은 무학산 자락 명자꽃이 대파 심어 놓은 산중 뙈기텃밭으로 초여름 밤비를 맞으며 호젓이 밤마실 다녀왔건만 개구쟁이 길냥이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없네 비가 내리는 밤이면 시내 중심가도 썰렁해 장삿일은 쉬는 것만 못하지 가문 대지를 적시는 단비같은 밤마실이 아쉬워 사람의 마을에 웃음꽃 피어나는 공동체가 그리워라
2022.06.15 -
택배파업에 늦어도 괜찮아
택배파업에 늦어도 괜찮아 캣차우 쿠폰 8장 모아서 보냈더니 길냥이 줄 사료가 반송되었단다 택배파업으로 택배처에서 제품을 돌려보낸 것 산중 개구쟁이도 텃밭 길냥이들도 밥먹으려 기다리겠건만 늦어도 괜찮아 분류작업 택배수수료 사회적 합의조차 지키지 않는 CJ택배 탓이지 택배노조의 파업은 정당하고 응원해야겠지 불안정 노동 비정규직 서러운 분노가 터진거지 과연 누가 고객을 볼모로 잡고 있는가 캣차우 사료 늦게 온대도 난 택배노동자 편이야
2022.01.05 -
텃밭에 명자꽃과 다녀와서
텃밭에 명자꽃과 다녀와서 시린 바람 부는 시월에 이른 한파가 닥친 회원골 산중 뙈기텃밭에는 휘영청 달이 뜨고 새벽에 서리 내리면 배추도 깻잎도 얼겠네 일요일 장사는 쉬고 명자꽃과 끌차를 끌고가서 은행나무숲 은행알 줍고 약숫물 받아 왔다 개구쟁이 어미는 가고 용케 새끼 한마리 살아 밥을 챙겨 먹는구나 블로그 방문 통계를 보니 박형규 목사 출판기념회가 눈에 띄는 주일이네 우리시대 종교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는구나 해당화 시인에게는 시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쉼없이 쓰고 책 대신 SNS에 올린다 찬바람 불어도 산중 공기가 참 맑더라
2021.10.17 -
약수터 은행나무 숲속에서
약수터 은행나무 숲속에서 회원골 은행나무 위에는 까치가 둥지를 틀고 무학산 둘레길 약수터에는 작은 계곡가에 은행알들 수북하구나 폐질환 혈액순환에 좋다 해서 약술을 담궈 한두잔 마시곤 했지 무학농장 가는 길에는 샛노란 탱자알들이 떨어져 한움큼 주워 왔더랬고 산중텃밭 가꾸며 개구쟁이 길냥이 밥주고 계곡에 손담그면 도롱뇽 알도 보이던 기억이 새록새록하여라 이제 개발제한구역마저 부동산 투기판이 돼 버려 임야를 사서 나무숲들 싹 밀어버리고 농장을 만드는 사람들 행여 몇 년 후면 사라질 풍경이 될까 봐 내 카메라에 담아두어라
2021.10.13 -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딜까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딜까 입추날 오라는 비는 안 오고 계곡물도 말라버렸네 산중 텃밭도 목마르고 저 상사화도 오늘 넘기기가 힘들지 모르겠구나 이곳에 두고 온 개구쟁이 어미는 어디 가고 새끼만 달려 나오는구나 코로나 4단계에 폐업 소식들 잇따라 들려오는 올 여름 휴가철이라 북적이더만 집단감염 델타변이가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니 지역 행사 축제도 취소되고 사람들 만날 일이 조심스러워진다네 숲속 산길을 내려오면서 바닷가에서 바람이 불어와 무더위를 잠시 식히며 약숫물 한잔 마시는 주말 야간 통금보다 일찍 인파가 끊기는 도시의 밤 열대야에 잠 못 들고 페이스북을 열어 보며 시인이 할 일을 찾아야겠네
2021.08.07 -
장맛비 내리는 텃밭가에서
장맛비 내리는 텃밭가에서 회원골 작은 텃밭에 장맛비는 내리고 상추 물 안줘도 되겠다 7월 내내 온다는데 명자꽃 길거리 장삿일 공치게 생겠네 서울에선 폭우 속에서 원천봉쇄를 뚫고 이대로 죽을 수 없다 참을 수 없는 아우성으로 노동자 대회를 성사시켰다는 소식 코로나는 끝없고 불평등 세상은 갈등의 골 깊어가네 재난지원금이라도 어서 풀려야 나아질까 사각지대에서 한숨짓는 사람들 올여름 어찌 버틸까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쌓여만 가는데 보수양당 정치 아래 희망이 희미하네 장맛비 쏟아지는 밤 저 산중 뙈기텃밭 하나 개구쟁이 챙기는 일 소소한 즐거움이런가 비바람 속에 푸른숲이 술렁이네
2021.07.04 -
부활절 앞둔 봄밤의 달에게
부활절 앞둔 봄밤의 달에게 겨울초 씨앗을 뿌려놓은 산중텃밭에 둘이서 달구경 하며 올라왔다 간밤 세찬 비에 벚꽃잎은 날려 쌓이고 밤공기는 선선한데 예전에 보이던 멧돼지도 고라니도 흔적이 없네 오두막집에 두고 온 길냥이 개구쟁이 마중나오는 약수터에서 물담고 내려오는 길 오늘따라 봄밤 달이 밝네 부활절 앞둔 주일이라 고난을 겪는 사람들 아픔을 나누며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 잊지 않고 함께 하는 4.16 세월호 참사 7주기 진실은 인양되었는가 이 시각도 청와대 앞 농성장을 지키는 유족들 슬픈 밤하늘 달을 보며 그리운 이름들 사무치게 부르고 있을까 나는 저 달을 보며 간절히 빌 기원은 무엇인가 내딛는 발걸음 무거워라
2021.03.29 -
잃어버린 주머니칼을 찾아서
잃어버린 주머니칼을 찾아서 주말 봄빛구경하러 갔다가 개구쟁이 길냥이에게 생선썰어 밥주다 애지중지 30년 정든 주머니칼을 잃어버렸다 손가락만하지만 냉이 쑥도 캐곤 하였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없다 무학산 둘레길을 되짚어가 회원골 약수터 가는 길 산중텃밭 가에서 앗차 놓아둔 칼을 찾았다 누구는 담배파이프 때문에 적들에게 목숨을 앗기고 누구는 약첩을 찾으러 백두산 수림을 뒤졌다는데 작은 주머니칼이 뭐라고 다시 걸어 올랐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다니 내 잃어버린 젊은 날 심정은 어떠할까 빼앗긴 교단 후회는 없다만 아쉬워지는 마음은 차마 숨길 수가 없더라 참된 봄을 기다리며 산길을 오르내린 오늘이네
2021.02.20 -
회원골 산중 달빛 산책길에서
회원골 산중 달빛 산책길에서 때로 호젓이 달빛 산책 풀벌레소리 들으며 작은 계곡가 약수터에 들러 물 한모금 마시고 산중 대나무숲 속에 사는 검은 고양이 개구쟁이 먹을 것 챙겨주고 둘레길 아래 산길 한바퀴 올 추석은 맘 편히 환한 보름달 볼 수 있을까 찾아볼 곳 적잖은데 고마운 이들도 장기농성 사업장도 성당 미사도 지역사회 문화행사도 몸이 따르질 않으니 늘 미안한 심정뿐이어라 부지런한 명자꽃 덕에 차례상은 차리고 조상제사 지낼 수 있을까 별 하나 달 하나 오늘밤 벗삼아 걷자니 지난 겨울 멧돼지 고라니 살아들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더라
2020.09.26 -
해뜨기 전 무학산 산길에서
해뜨기 전 무학산 산길에서 오늘이 대한 절기라는데 눈도 추위도 없고 어두운 산길에 개구쟁이 마중나오는구나 새끼를 낳았는지 훌쭉해진 검은 고양이 산중에 살 때 이불 속에서 깨물던 녀석을 챙기려 갔던 길 초승달만 환하구나 저 멀리 눈쌓인 겨울왕국 10만 인파가 몰린 강원도 인제 ..
202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