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다시 겨울 속의 봄(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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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길 멀고 험해도
노동자의 길 멀고 험해도 살을 에는 오늘밤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영하 20도 한파였다지만 여기 굴하지 않는 사람들 노조법 2조 3조 개정 노란봉투법 제정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 안전운임제 법제화 무기한 단식농성장은 칼바람 맞으며 "국회는 답하라!"고 탄핵촛불처럼 분노의 아우성이 친다 얼어 죽고 굶어 죽고 맞아 죽어도 끝끝내 지켜야 할 것은 전태일 정신이런가 열사들과의 약속이런가 동지애를 가슴에 품고 의연히 맞서는 노동자의 단결 투쟁 함께 가자 이 길을 일하는 사람들의 땀방울 노동이 제 권리 누리는 내일의 햇새벽은 태양처럼 밝아오리니 그날이 올 때까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승리의 미소 지으리라
2022.12.18 -
흰눈 속의 동백꽃 피는 오늘에
흰눈 속의 동백꽃 피는 오늘에 호젓한 산길을 걷고 싶은 날 송년회도 잠시 미뤄두고 남도의 동백꽃 보러 강진 다산초당으로 떠나볼까 백련사 마당에 핀 흰눈 속의 붉은 꽃 한송이 꽃넋의 함성이런가 오월 시민군도 머물다 갔던 남도의 황톳길을 걷다가 다산초당에서 쉼하며 목민심서 실사구시 그 뜻을 발자취에 새겨 볼꺼나 누구는 동백꽃 피는 오늘 그 오늘 하루는 시가 되고 싶다고 노래하였거늘 동백꽃 닮은 사람들 시대의 숱한 상처꽃들을 겨울바람 속에서 소리높여 불러보아라 얼어붙은 눈덩이를 헤치고 피어난 지독한 사랑을 내 가슴에 간직하고 살리라
2022.12.16 -
한 고교생의 죽음 앞에서
한 고교생의 죽음 앞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먼저 간 친구들 끔찍한 악몽을 겪으며 이태원 참사 그날이 소스라치게 떠올라 몇 번이고 시달렸을 트라우마가 끝내 한 고교생을 죽음으로 내몰았구나 전쟁 후유증처럼 깊숙히 박힌 상처를 어찌 치유할까 사상자 303명 중 생존자들을 외면말라 더 늦기 전에 별이 된 자식이 보고파 피울음 흘리는 유족들도 살펴라 살아서 진실을 밝혀 다시 서야겠건만 유서조차 없이 이리 허망히 떠나다니 너의 영전에 국화꽃 한송이 놓는 내 마음에도 슬픈 거리에도 함박눈 내리는구나
2022.12.14 -
장작불에 콩을 삶는 풍경 하나
장작불에 콩을 삶는 풍경 하나 오랫만에 무쇠솥 보니 반갑네 합천 고향집에 김장하러 엄마한테 간 명자꽃 페이스북에 사진 여럿 올렸구나 내 살던 옛집 부엌에도 가마솥이 걸려 있었더랬건만 장작불에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드는 풍경 하나 사라진 줄 알았더니 대나무숲 두르고 표고 키우는 그곳은 향수가 어렸어라 돌아보면 아픈 사연 많건만 화마를 딛고 지은 집 마당 한구석에서 달구어지는 저 무쇠솥이 당산나무처럼 정든 고향집을 지키고 있구나
2022.12.12 -
도시의 그늘진 삶들을 위하여
도시의 그늘진 삶들을 위하여 눈이라도 뿌릴 것같은 주말 마지막 은행잎들은 길가의 바람에 날리고 시내 중심가를 오가는 사람들 노포나 대형마트로 가서 지갑을 여니 작은 점포들이랑 추억의 먹거리 노점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과거의 오늘도 힘들었지만 앞으로도 더욱 추워질 서민의 삶들이 서러워라 닥쳐오는 한파는 없이 사는 이들에게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거늘 도시빈민들 어찌 살까 남몰래 흐르는 눈물 앞에 더불어삶의 내일을 겨울 속의 봄을 과연 기약할 수 있을까 가난한 자의 복음이 성탄 캐롤처럼 울려 퍼질까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날 분노의 촛불이 활활 민심의 광장에 타올랐으면 절망의 땅 위에 서서 불평등 세상을 뒤엎으리
2022.12.10 -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저들에겐 약속도 대화도 안전운임제도 아랑곳없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노동자들을 내몰고 있다 엄동설한 속에서 총파업의 깃발을 올린 화물연대 노동자들 권력과 자본이 한통속으로 탄압의 칼날을 휘둘러도 물러설 곳이 없다 더이상 잃을 것도 없다 끝없는 위협이 계속되어도 포기할 수 없는 투쟁 더 큰 하나로 뭉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서
2022.12.08 -
평양의 첫눈 풍경을 대하며
평양의 첫눈 풍경을 대하며 평양에도 첫눈이 내렸단다 눈꽃 사진 찍는 시민들 내 사는 곳과 다르지 않건만 내년이면 정전 70년 남과 북은 총부리 겨눈 채 포성소리만 요란하구나 전쟁으로 득볼 자 누구인가 평화만이 살 길이란 것 핵참화는 공멸이란 것 우리는 간절히 원하건만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어느 전선에서 터질지 몰라 지구촌이 위태로워라 민중의 삶은 여전히 곤궁하고 생존권 투쟁은 절박하건만 북핵타령 선제공격으로 한반도가 안녕할 수 있을까 설레는 첫눈은 내렸어도 내 맘은 겨울공화국이구나
2022.12.05 -
어린왕자 꽃에게 말을 걸다
어린왕자 꽃에게 말을 걸다 꽃에게 말을 거는 어린왕자 서로 관계를 맺고 길들이고 있는 저 풍경 오래 기다린 사랑이런가 긴 여행을 끝내고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온 행복한 시간이런가 혼자만 잘 살면 뭐가 좋아 더불어숲을 이루는 사람사는 세상이 어린왕자의 꿈이 아니던가 진보장미 한송이를 키우며 마음을 주고받는 끈질긴 심지 하나 눈보라 속에서 돌 우에서 꽃을 피우는 민중들 한결같은 염원 아니랴
2022.12.03 -
내 맘같은 겨울나무에게
내 맘같은 겨울나무에게 잎을 다 떨군 겨울나무 풍경을 바라보면 내 가슴이 짠해진다 올겨울 살아남기 위하여 뿌리로만 버티는 이 땅의 노동자 민중들 생존의 아우성같아 없이 사는 이들에게 호구지책마저 단속하고 빼앗는 가진 자들만의 공화국 불평등 세상을 갈아엎어야 하리 코로나 방역도 각자도생 민생도 국가는 없었던 약육강식의 나라 내 맘같은 겨울나무 꽃피는 새봄이 오기까지 죽지 말고 버텨라 더불어삶을 노래하라
2022.12.01 -
최전방 이등병의 죽음 앞에서
최전방 이등병의 죽음 앞에서 갈색잎들 쌓인 깊은 산 속 강원도 최전방 초소에서 이등병이 총상으로 숨졌다 "나라를 지키러 갔다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던 부모들 절규가 아직 생생한데 또 다시 비극이 터지다니 분단병에 속절없이 죽어간 병사들 그 얼마이던가 징병제 대신 모병제를 하든지 뉴스에 뜨던 가혹행위 괴롭힘 비관 극단선택일까 소중한 아들 딸들이 병영에서 전시도 아닌데 어찌하여 의문사로 돌아와야 하는가 시대 흐름에 맞추는 민주적인 병영문화는 선전용이었는가 "원인 미상의 총상"으로 가족에게 날아든 슬픈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아라 총부리 맞댄 최전방 초소엔 이 밤도 칼바람만 부는가
202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