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기에(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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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는 왜 붉게 피는가
해당화는 왜 붉게 피는가 전라도 완도 신지도 그 섬에 가면 명사십리 해당화가 붉게 피어 있겠지 부마에서 광주로 항쟁의 불길이 타올랐던 내 젊은 날 중학교 국어교사때 강제징용 끌려갔다가 돌아온 노인들 막걸리 한잔 나누며 이야기를 듣곤 했지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소식은 엊그제야 들었네 여수 순천 말고도 작은 섬마을에 불어닥친 핏빛 바람 행여 명사십리를 찾거든 그날의 비극을 길손이여 기억해 다오 학살에 가담한 자들 나주부대든 CIC든 이제는 밝혀야 한다네 역사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할 때이네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빼앗긴 교단에서 진실을 가르치려 했던 국어선생의 후일담 명사십리 해당화가 왜 붉게 피는지 알겠네
2021.03.17 -
동네 뒷산 산길을 오르다가
동네 뒷산 산길을 오르다가 절집 가에 개나리가 피었네 오랫만에 보는 봄꽃이 스쳐 지나간 인연을 떠올려 자못 안쓰러워라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빈집 하나 얻는 것도 인연이 닿아야 성사되는 것 일감도 사랑도 그렇더라 투쟁으로 하루를 열었던 저 80년대 격동의 시절 안정된 직업조차 마다한 채 민주화 혼불을 태웠어라 잠깐 만나고 헤어졌던 이들 돌아보면 인연이었거늘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새삼 안부를 묻고 싶어라
2021.03.14 -
쿠팡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쿠팡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쿠팡의 미국 월가 상장 화려한 입성 뒤엔 고시원거주 새벽배송 40대 쿠팡노동자 과로사가 감춰져 있네 코로나로 상승세 타는 플랫폼 배달노동자 안전이란 위태롭건만 마냥 축하할 일일까 자본의 탐욕은 생명보다 돈일진대 사회적 타살에 애도마저 책임마저 회피하는 쿠팡의 민낯에 기업윤리는 있는가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화물연대와 택배지부 동료 노동자들이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할 그날까지 투쟁을 결의하였다네
2021.03.12 -
땅 투기집단 LH 처벌하라
땅 투기집단 LH 처벌하라 LH가 도둑소굴이렷다 집도 땅도 없이 허리휘는 서민들 원성은 높건만 개발정보를 빼내 투기한 가짜농부 득실대는 토지주택공사 직원들 어찌 이대로 두랴 "땅 내놓고 감옥으로" 분노를 터뜨린 진보당 청년당원들 그 누구보다 막막한 삼포 청년세대 부르르 떨었겠지 투기세력 청산없이는 이게 나라냐 탄식이 절로 일겠다 도둑한테 맡긴 정부도 공범이 아닌가 LH 직원뿐일까 공무원 정치인 차명거래 투기로 제 뱃속만 채운 공공의 적들을 민중의 이름으로 심판할 때만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굽은 세상 바로 펴고 농지를 농민에게 오랜 꿈을 실현하리라
2021.03.10 -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3.8 세계여성의 날이면 "딸들아 일어나라" 사무친 노래를 함께 외쳐 부르곤 했는데 올핸 코로나땜에 행사에 가진 못했어도 얼어붙은 땅 녹아 새싹이 케케묵은 낡은 틀 싹뚝 잘라버리고 노랫소리가 쟁쟁하건만 빵과 장미도 손에 쥐지 못했다 성차별 노동착취도 사라지지 않았다 여성해방 노동해방도 쟁취하지 못했다 남과 북의 여성들 삶 금희와 은희의 운명처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한도 일제잔재 청산도 풀지 못하고 있잖은가 해방과 전쟁 이후 민간인학살 해원도 재심조차 더디고 70년대 80년대 노동판 대학가 시민사회단체 민주화운동 그때 고통받은 숱한 여성들 아픔은 치유되었는가 역사적인 이날을 맞으며 빵과 장미를 위하여 싸웠던 외침을 내 가슴에 되새긴다
2021.03.09 -
파밭 가에서 무엇을 노래할까
파밭 가에서 무엇을 노래할까 김수영 시인은 파밭 가에서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라고 세번 되풀이하며 노동의 대지를 뚫고 나온 묵은 사랑을 벗겨내고 새 사랑을 맞는 힘 푸른 새싹을 노래했더랬지 해당화 시인은 파밭 가에서 동네텃밭 가꾼 명자꽃 쪽파를 무쳐 밥상 위에 쑥국과 함께 반찬해서 먹으니 어쩐지 힘이 솟더라고 길러먹는 남새를 노래하네 도시농사란 게 실감나데 생산비 못 건진다는 고향산천 우리 농사꾼들 심정을 헤아려보기도 농민없는 농정의 세월을 떨쳐버리고 바꾸자고 농토 위에 진보의 깃발을 꽂고 아스팔트농사를 지은 지 몇몇 해가 흘렀던가 농민수당도 재난지원금도 여전히 사각지대 아닌가 낡은 것을 잃고 새것을 얻는 파밭 가의 시상이 내게도 예사롭지 않더라고
2021.03.05 -
고향의 산 무학산에게
고향의 산 무학산에게 무학산아 잘 있느냐 서원곡 입구에서 너에게 안부를 전하네 전라도 객지에서 돌아왔을 때 나를 반겨맞던 산 무등산만큼 추억이 숨쉬는 정든 산 서마지기 학봉 굽이치는 능선부터 샛길 계곡까지 안 다녀본 길이 없지 생활에 쫓기느라 뜸했지만 반가워라 밤새 비 쏟아지고 날씨는 흐려도 어김없이 봄은 왔고 매화꽃이 보이네 저 산중턱 바위 틈에는 진달래도 피었겠지 봄나물도 솟고 널 찾는 이 많겠구나 석전 봉화산에서 정상까지 올랐다가 쌀재고개로 하산하는 종주산행길에 우리 다시 만나자
2021.03.02 -
사각지대 사람들과 함께 살자
사각지대 사람들과 함께 살자 길거리 장사하는 이들에게 진달래 피는 봄은 멀다 행여 코로나 확진자라도 다녀갈까 조바심하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점상 뛰는 재료값에 매출도 영 말이 아니라건만 결제땜에 쉴 수도 없는 고단한 노동 장삿일 뉘 있어 알아나 주리오 뒤늦게서야 4차 재난지원금 한시적생계 50만원 노점상 일용직에게도 정부가 지급 결정했다니 나로선 다행스러운 일 국가가 사각지대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 돈보다 더 희망이 생겨라 어저께는 합포구청에서 웬 노점단속이 다 나오고 창원시의회 문순규 경제복지여성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해서 상생으로 상권활성화를 이루어 함께 살자고 페이스북 밴드에 창동 오동동 부림시장 전통상가 소감을 올렸더라 명자꽃 당신과 인증샷도 댓글 토론이 불붙은 뒤 생계형 노점 합법화 조례..
2021.02.28 -
보름달에 비는 소원 하나
보름달에 비는 소원 하나 저기 도시의 보름달 떴네 아침에 이슬비 그친 뒤 창동 오동동에도 저마다 소원 하나씩 비는 정월 대보름달 썰렁한 거리를 비추네 난 무슨 소원을 빌까 그리운 이름들을 부르며 "조국통일"을 외쳐라 오도가도 못하고 꽉 막힌 남북산야에 참된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하여라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자칫 총포성을 부를까 걱정스러운 코로나시대 산다는 게 팍팍하건만 전쟁비용 줄여서 전국민 복지를 늘여라 간섭없이 우리 민족끼리 부강한 한반도를 이룰지니 소성리 사드도 그만 평택 미군기지도 그만 강정 미해군기지도 그만 세균실험실도 그만 핵무기도 이 땅을 떠나라
2021.02.26 -
광기가 춤추는 세상을 바꿔라
광기가 춤추는 세상을 바꿔라 노래방 사장이 목숨 끊었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며 아내가 슬퍼하네 오늘도 일가족이 뛰어내렸다는 비보가 쉴새없이 들려오는 이 땅 PC방 창업의 꿈마저 코로나에 무너지고 빚만 남아 회생 파산인가 명동 중심가 상가마저 텅 비어버린 자영업 현실 노동자는 구조조정 해고가 일상이 돼 버린 헬조선의 광기가 넘쳐나라 재료값도 못 건지는 사각지대 노점상 늘상 산재사고에 노출된 플랫폼 배달노동자 식량주권 지키는 농민들은 재난지원금도 없이 잔인한 봄을 맞는구나 생활물가는 널뛰듯 하고 영끌 빚투에 환장한 고장난 한국사회를 보라 야만의 약육강식 갈등 속에 가장 고통받는 이들이 누구인지 한번 돌아보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코로나 탓일까 우리 탓일까 광기는 멈추어야 한다네
202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