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기에(101)
-
이른 아침 봄의 길목에서
이른 아침 봄의 길목에서 시린 아침 하늘을 보라 은행나무 숲 위로 기후변화 위기에도 맑고 푸른 저 빛 세상사도 이처럼 아비규환이 사라졌으면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독재든 민주주의든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공동선이 없다면 피 흘려 바꾼들 투쟁은 헛될 것이니 산길을 오르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자 사람의 마을은 더불어 살고 아끼며 같은 방향을 응시하며 함께 일구어 나가는 것 봄의 길목에서 작은 지혜를 깨우쳐라
2021.02.23 -
잃어버린 주머니칼을 찾아서
잃어버린 주머니칼을 찾아서 주말 봄빛구경하러 갔다가 개구쟁이 길냥이에게 생선썰어 밥주다 애지중지 30년 정든 주머니칼을 잃어버렸다 손가락만하지만 냉이 쑥도 캐곤 하였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없다 무학산 둘레길을 되짚어가 회원골 약수터 가는 길 산중텃밭 가에서 앗차 놓아둔 칼을 찾았다 누구는 담배파이프 때문에 적들에게 목숨을 앗기고 누구는 약첩을 찾으러 백두산 수림을 뒤졌다는데 작은 주머니칼이 뭐라고 다시 걸어 올랐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다니 내 잃어버린 젊은 날 심정은 어떠할까 빼앗긴 교단 후회는 없다만 아쉬워지는 마음은 차마 숨길 수가 없더라 참된 봄을 기다리며 산길을 오르내린 오늘이네
2021.02.20 -
사순절 몸보다 마음이 더 춥다
사순절 몸보다 마음이 더 춥다 겨울바람이 몹시도 불었던 밤 사순절 시작 상남성당 재의 수요일 예식을 치르고 그리스도인 본분을 돌아보며 고난의 시기 예수의 삶과 죽음이 던지는 깊은 뜻을 묵상하는 미사 성당 안은 따뜻했지만 그 시각 갑자기 닥친 한파 속 청와대 앞 세월호 농성장 사순절 집중행동 재의 수요일 기도회를 여는 사람들이 생각나더라 사순시기의 참된 의미란 죄의 고백 "회개"일까 불의에 맞선 "저항"일까 세상을 보는 눈을 일깨우는 사회교리가 절실해져라 진정 하느님을 만나는 성시간이란 성당 밖이 아닐까 은총이 필요한 곳은 추운 길거리 고통받는 이들 가난한 이들이 아닐까 오늘 자신에게 묻고 싶더라 우리 그리스도인은 약속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2021.02.18 -
장산곶매 백기완 선생을 보내며
장산곶매 백기완 선생을 보내며 긴급조치 1호 백기완 선생 질풍노도로 달려온 투쟁의 시간들 한 시대가 어느덧 저물어가는가 군사독재 국정농단 폭정의 세월을 다 끝낸 지금 이제 산 자여 따르라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우리 곁을 떠나가는가 87년 대선때는 DJ YS 단일화가 시급하다고 민중후보를 반대했지만 지금은 진보당이 노동자 민중과 함께 굴하지 않고 전진하고 있지 투쟁이 부른다면 그 어디든 싸움터에서 우렁차게 외쳤던 목소리 오종렬 의장처럼 문익환 목사처럼 정광훈 의장처럼 한결같이 앞장섰더랬지 마지막 남긴 당부가 세월호 노동해방 김진숙 꼭 챙기라는 것이었지 숱하게 읽었던 그의 저서들 신영복 글씨처럼 써 먹곤 하였더랬는데 슬픈 부고 앞에서 내 가슴에 굽이치는 강물 대동세상 통일세상 그날을 목놓아 부르노라
2021.02.16 -
어느 하청노동자 죽음 앞에서
어느 하청노동자 죽음 앞에서 설 명절도 쉬지 못한 채 도금업체 폐수 찌꺼기 제거 작업하다 황화수소에 질식돼 40대 가장인 하청노동자가 숨졌다네 먹고 살려다 어이없이 죽어가는 사람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슬픈 노동의 대지에 궂긴 소식만 들려오는가 방독면은 썼을까 안전수칙은 지켜졌을까 재해사업장은 왜 이렇게 많단 말인가 연합뉴스 한 귀퉁이 기사를 접하니 내 가슴에 맺히더라 이름도 남김없이 우리 곁을 떠나가는 불안정노동자들 새하얀 국화꽃 한송이 눈물 한방울 그의 영전에 엎드려 끝없는 산업재해 내 탓이요 가슴치며 삼가 조의를 표하노라
2021.02.15 -
없는 살림에 복은 쟁취하는 것
없는 살림에 복은 쟁취하는 것 까치설날 잠시 산에 갔다가 회원골 약수터 물받고 개구쟁이 길냥이 밥주고 시인의 집에 돌아오니 명자꽃은 그새 차례상 장보러 시장엘 다녀왔구나 올 설은 건너뛰자 했건만 못 말리는 제사상 음식 장만 없는 살림에 조상은 챙겨야 복을 받는다지 스마트폰을 켜니 설 인사 페북으로 메시지로 아무도 오지 말래도 마음만은 고향으로 훈훈한 설 잘 보내라고 안부전하네 오늘은 무거운 어깨도 쉬며 민족명절 설맞이를 해야 되겠건만 심란하여라 코로나 블루의 시대 "오늘도 밥값 하셨습니까?" 묻는 말 하나 떠올라 내 마음은 서글퍼져라 지금과 다른 세상을 위하여 민중들은 싸우고 있거늘 복은 쟁취하는 것 명절다운 명절 그려보자
2021.02.11 -
새벽길에 내가 만난 풍경들
새벽길에 내가 만난 풍경들 불종거리 너머 해뜨기 전에 동네 한바퀴 돌아보면 새벽을 여는 사람들 환경미화원노동자 일하고 손수레 끌며 박스 줍는 노인네 굽은 허리 보이고 어시장엔 노점을 펴고 불켜진 곳은 24시 편의점 알바는 밤새워 지키고 식당주인은 장보러 나가고 오동동엔 소녀상 홀로 겨울 찬바람 맞으며 섰고 3.15기념관 건물공사 건설노동자는 작업중이고 까치는 울며 날으고 길냥이는 골목길에 앉았고 비둘기는 먹이찾고 잔가지친 겨울나무들은 봄을 기다리며 섰어라 없는 살림들은 저마다 제수용품 물가 오른 설 차례상 차릴 걱정에 잠 못 이뤄 뒤척일까 소상공인은 대목장 경기가 영 말이 아니라 한숨짓는 설 명절 코앞 새벽길 생활의 하루가 시작되고 고달픈 얼굴들 어른거려라
2021.02.08 -
소금꽃나무의 복직 길을 열어라
소금꽃나무의 복직 길을 열어라 눈보라 몰아쳐도 멈추지 않는 희망뚜벅이의 저 길 세찬 바람을 길동무하며 소금꽃나무 김진숙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쇳덩이 용접사였던 그녀의 한생은 고난의 길이었다 군사독재 시대 민주노조를 지키려다 고문과 투옥 그리고 해고된 지난 시절의 악몽 어찌 악랄한 자본뿐이랴 인권마저 짓밟은 국가폭력이 버젓이 저질러진 과거사를 왜 외면하는가 밤하늘 별마저 분노로 떨고 새벽하늘도 붉게 타는데 정년을 넘기도록 돌아가지 못하는 해고노동자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야만의 시대 아픔이런가 아무도 기적을 말하지 않을 때 눈물 하나가 다짐이 되어 온몸으로 기적을 만들어 가는 스스로 역사가 되어가는 사람들 간절한 소망을 내치지 말라 행여 각서 운운 말고 김진숙의 복직 길을 열어라
2021.02.05 -
농토에 진보의 깃발을 세우고
농토에 진보의 깃발을 세우고 영원한 농민운동가 강병기 그가 꿈꾼 농민세상 어제가 아닌 지금 여기 오늘에서 시작해야 한다던 말이 내 가슴을 울려라 농민없는 농정 식량주권 못 지키는 농업은 죽었다고 말할까 평생 그가 실천하였던 농민의 정치세력화 남북농민대회 30만 농민총궐기대회 이제 남은 자의 몫이어라 녹두꽃의 뜻을 이어 이경해 열사 백남기 열사가 못다 한 싸움의 길에서 어디서든 선봉에 섰어라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경남도청 앞 나락적재 투쟁때였고 그후 민주노동당 행사때였지 내내 잊지 못할 출판기념회 그날은 희망이었지 진보당이 꽃피우는 새날을 그토록 열망하였던 강병기 전농 부의장이여 우리의 고향 농촌을 도시민의 밥상을 생명의 젖줄 우리농업을 지키는 깃발 휘날리며 언제나 우리 함께 가세나
2021.02.02 -
코로나 겨울 빗 속에서
코로나 겨울 빗 속에서 낼 모레가 입춘이라 봄을 부르는 이슬비가 내리네 복수초는 진작 눈덮인 산에 피었건만 내 마음은 겨울 올해 설 연휴까지 거리두기 2주간 연장 슬픈 소식에 무너지는 가슴들 탐욕이 부른 코로나 재앙은 지구촌을 공포로 떨게 하네 서민 살림은 더 힘겨운 나날 어찌 봄마중 가랴 더불어 사는 세상은 아직 멀고 먼 길 잠 못 이뤄 뒤척일 내 이웃 하나 걱정스런 밤이어라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