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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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
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 비내리는 텃밭가에 피어난도라지꽃이 반가워라장마철 극한기후 다 이겨내고노동의 대지 위에보랏빛 꽃을 키워냈구나이른 아침에 문을 열면마주치는 환한 얼굴보기만 해도 좋은 텃밭 하나상추 깻잎 3배 오른물가고에 우린 길러 먹으니소소한 행복 아니랴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가난한 시인에게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심심산골 아니어도작은 텃밭에 뿌리내린 꽃오미란의 예술영화도라지꽃 노래가 들려오는 듯잘나도 못나도자기 고향이 제일인 것처럼억센 삶 도라지꽃이어라
2024.07.18 -
오동동 다리 옛 복개천에서
오동동 다리 옛 복개천에서 비 개인 이른 아침에 교방천을 따라 오동동 다리까지 내려가니 87년 복개천 그 자리 자유시장 아케이트 허름한 술집이 기억나지 6월항쟁 격전지 데모가 끝나면 들르던 그날의 해방술잔이 그리워 저기 오리떼 노니는 교방천은 알고 있을까 악착같이 살려고 판자조각 덧대서 꾸며놓은 포장마차도 생각나 지금은 어떻게들 지낼까 비안개 서린 무학산은 항쟁의 역사를 생생히 간직하고 있으려니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도 무심치 않으려나 생태하천 길을 걸으며 산책하는 사람들 최악의 경기 침체 속에서 연휴 끝난 출근길 내 마음도 무거워라
2023.05.31 -
여름꽃 피는 무학산 산길에서
여름꽃 피는 무학산 산길에서 돌나물꽃도 초롱꽃도 지고 폐암자 바위 위에 메꽃 여름꽃이 피었구나 꽃말이 수줍음이란 연분홍꽃 논에 논둑에 곧잘 핀 밥 메 메꽃 가늘고 긴 뿌리 삶아 먹고 떡 해 먹은 구황식물이었다 그러지 작년에 난 그 자리를 보니 잎도 꽃도 살아 있더라 이른 아침 산길에서 두 사람은 뱀딸기도 따 먹고 연신 꽃사진만 찍어라 코로나로 미뤘던 사월초파일 행사에 바쁜 무학산 서원곡 주변 절 등산객들은 줄지어 올라가도 우린 오월 끝자락 철쭉꽃 수선화 붓꽃을 담아라 꽃처럼 연인처럼 사랑해 주라고 아껴 주라고 넌지시 말건네는 메꽃 길 위의 반가운 벗이런가
2020.05.31 -
때로 거꾸로 보며 살고 싶은
때로 거꾸로 보며 살고 싶은 작은 계곡 물 속에 비친 겨울나무가 고와라 조약돌 깔린 그곳에 도롱뇽알도 가재도 물장구도 함께 살던 봄날 풍경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때로 거꾸로 보는 자연 사람 세상사가 돈 앞에서 물질이 돼 버린 뭇 생명들을 다시 돌아보아라 젖줄인 쌀도 4대강도 잃어..
2019.02.27 -
내 마음의 까치소리 들으며
내 마음의 까치소리 들으며 이른 아침 문 밖에서 까치가 울어예네 비는 종일 내릴 거라는데 반가운 소식이 내게 날아드려는가 언젠가 가슴 속에 사무치도록 들려왔던 저 까치소리 붉은 벽돌 담장 너머 자유의 몸짓처럼 간절하게 압제의 사슬을 끊고 싶었던 그날 시인은 하얀 방에 갇혀 ..
2012.05.14 -
마산에 내리는 첫눈
마산에 내리는 첫눈 이른 아침 쌀처럼 새하얀 알갱이 눈이 내리는 길 마산역에서 양덕을 한바퀴 돌아 수출공단까지 걸으니 함박눈이 막 쏟아지구나 팔용산도 희부옇게 눈발에 가린 첫눈 풍경을 보니 내 마음 포근타 얼마만이더냐 만나고 싶던 그리운 얼굴인 양 품 속에 안겨라 오..
2012.02.13 -
내가 텃밭에서 만난 것들
내가 텃밭에서 만난 것들 이른 아침 그곳에는 꽃들도 곱지만 상추 고들빼기 취나물 찬거리가 넘쳐난다 씨앗을 뿌리면 어느새 싹이 트고 자라 길러먹는 남새들 절로 입맛이 동한다 애써 심지 않아도 질경이 돌나물 머구 범의귀 민들레 텃밭 가득 자랐다 이름모를 야생화도 풀씨가 날라와 여기저기 피..
201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