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집(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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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차피 한배의 운명이니
우리는 어차피 한배의 운명이니 살면서 어느 순간 만나는구나 10여년 전부터 페북으로 소통하던 박금란 시인 어느새 세월이 멀리 흘러 민족 민중 자주를 지향하는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가 되어 오늘 대구갔다가 부산 들르고 문기훈 노동자시인과 함께 마산 시인의 집까지 먼 길을 달려와 주니 반가워라 누군가 이렇게 뛰어야 여럿이 함께 가는 이 길이 험난하지 않고 웃으며 민족의 운명을 헤쳐나갈지니 어언 칠순의 동갑내기 당당한 자주의 민족시인 그 한 사람이 소중스러워라 몸은 못 따라가도 내 마음은 언제나 곁에서 이 산하의 꽃넋들 못다 이룬 염원을 안고 산자여 따르라! 그날 맹세처럼 저 민중의 바다로 우리 강물되어 흘러 가리라
2024.01.08 -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온 날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온 날 명자꽃 합천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왔구나 도시살이를 하더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농촌의 소중한 작물 시장 수급조절 하느라 어디선 무를 갈아엎는단 소식도 들려오니 서글픈 심정이건만 자식 챙기는 부모 마음 월동무에 담겼어라 겨울비 내린 오늘 저녁에는 무김치를 담가 소박한 밥상을 차렸네 자루쌀도 시래기도 양파도 된장도 챙겨다 주는 시인의 집에 쌍백 안계마을 황토밭 농사지어 거둔 그 손길이 둘도 없는 사랑이어라 사는 게 고달파도 무가 서로를 토닥거려라
2023.11.17 -
설 명절 제사상 장을 보면서
설 명절 제사상 장을 보면서 모든 물가가 다 올랐다지만 설날 제사상 차리려 탑마트에 들러 장보는 명자꽃 없는 살림에 명절만큼은 건너뛰지 않겠다는 심사지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은 간소한 제사라도 지내는가 어제는 상남성당 대부한테서 쌀과 묵주를 선물받았는데 이제 최고의 기도라는 미사 드리러 성당 나가봐야지 까치설은 장삿일 쉬고 전 부치고 생선 손질하는 시인의 집 밤은 깊어가건만 내 돌아갈 고향은 어디메인가 구산면 옥계 바닷가 마을엔 산소도 옛집도 없거늘 그냥 중성동 이 자리에서 차례 지내고 절 올려야겠구나 세월호 이태원 유족들은 노상에서 합동차례를 올린다지 불난 강남 구룡마을 주민들은 설도 못 쇨 지경이지 보복정치에 열올리는 정부 공안통치에 끓어오르는 분노 민생 민주주의 평화가 위태로운 3고시대 설 명절 장을..
2023.01.21 -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바람부는 길 위에서 자신에게 묻는다 새 출발을 할 때인가 을 살리고 채무조정하고 미니점포일망정 텃밭 돌보듯 거름도 물도 주며 가꾸어야 할까 부다 약초비누 홍게맛장 무슨 돈이 되랴만 늦깎이로 시작한 자영업 묘미를 알 것 같아 다시 일어서 봐야지 시집으로 버텨 온 지난 세월이 애달픈 날 해당화시인은 이참에 신용회복위원회 문을 두드릴꺼나 단풍이 물들기 전에
2022.09.28 -
일요일엔 텃밭을 일구고
일요일엔 텃밭을 일구고 옛 중성동 빈터를 일궈 동네텃밭을 만들고 상추 치커리 오이 호박에다 가지 방울토마토까지 심고 거둬서 찬거리하고 장마 지나고 폭염 속에 낫들고 잡초 뽑는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코로나 3단계가 임박한 마산에도 문닫는 소상공인들 심정 쓰라리다 산중텃밭에 갔다가 무학산 서원곡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 풍경도 오랫만에 보고 시인의 집에 와서 명자꽃은 저러고 있다 오동동 하루 생업이야 어쩔 수 없이 공치고 스트레스도 풀 겸 텃밭 가꾸기에 공들인다 귀한 꽃을 화분에 심어 놓으면 어느샌가 누군가 가져가도 또 다른 꽃을 심곤 한다 어느샌가 배롱나무에 꽃은 활짝 피었건만 우린 작년보다 힘든 여름을 아슬하게 보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보고 듣는 일상 속에 유일한 취미가 텃밭..
2021.07.18 -
없는 살림에 복은 쟁취하는 것
없는 살림에 복은 쟁취하는 것 까치설날 잠시 산에 갔다가 회원골 약수터 물받고 개구쟁이 길냥이 밥주고 시인의 집에 돌아오니 명자꽃은 그새 차례상 장보러 시장엘 다녀왔구나 올 설은 건너뛰자 했건만 못 말리는 제사상 음식 장만 없는 살림에 조상은 챙겨야 복을 받는다지 스마트폰을 켜니 설 인사 페북으로 메시지로 아무도 오지 말래도 마음만은 고향으로 훈훈한 설 잘 보내라고 안부전하네 오늘은 무거운 어깨도 쉬며 민족명절 설맞이를 해야 되겠건만 심란하여라 코로나 블루의 시대 "오늘도 밥값 하셨습니까?" 묻는 말 하나 떠올라 내 마음은 서글퍼져라 지금과 다른 세상을 위하여 민중들은 싸우고 있거늘 복은 쟁취하는 것 명절다운 명절 그려보자
2021.02.11 -
까치소리에 깃든 내 마음
까치소리에 깃든 내 마음 새벽녘 까치소리가 나를 깨우네 옛 마산형무소 자리 은행나무 위에 둥지를 튼 까치가 오늘은 웬 반가운 소식이라도 전하려 온 걸까 감옥에 갇혔을 때 아련한 기다림처럼 가슴설레게 하던 그 까치소리 오동서1길 시인의 집 거처에서 다시 듣는구나 세월은 멀리 왔어도 내 가슴에 타는 통일염원은 고난의 역사를 딛고 가로막힌 철망을 거둬 온겨레가 해방춤 덩실 출 그날은 꼭 오리라
2021.01.13 -
봉선화에서 커피 한잔 시켜 놓고
봉선화에서 커피 한잔 시켜 놓고 봉선화 주점이 카페로 바뀌었네 창동 오동동 커피숍 많은데 옛 중성동에도 또 개업했구나 하긴 사랑이 그린 세상 정원이 잘 가꾸어진 곳이라 창동예술촌 찾는 사람들 낮으로 밤으로 들르는 명소더라 개업날 카푸치노 한잔 시켜놓고 사진 몇 컷 찍었네 자영업 무얼 해야 살까 내 딴엔 궁리도 해 보면서 주인장이 돌리던 떡도 먹었네 동네 한바퀴 하다 보면 스타벅스 대형커피숍 소리없이 들어서 있어 내심 놀랬고 창업했다 폐업했다 반복하기는 식당 주점처럼 애닯건만 그만큼 커피 인구가 많다는 건가 80년대 다방 전성시대가 이곳 마산에도 돌아온 것일까 시인의 집도 북 카페로 새로 꾸며야 할 때가 되었나 남몰래 머리 속에 그려보았다네
2020.07.14 -
텃밭 첫 수확 소소한 행복 맛보기
텃밭 첫 수확 소소한 행복 맛보기 사월초파일 생일밥 챙겨 먹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집 명자꽃의 밑반찬 봉사 따라갔다가 오동동 길거리장사 거들고 새벽녘에 시인의 집에 들어와 뉴스를 보니 황금연휴에 제주도 강원도 관광인파가 코로나를 무색하게 만들었네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
2020.05.01 -
다시 칼바람 겨울이 온다
다시 칼바람 겨울이 온다 회색빛 겨울하늘이다 모과나무도 끝물 배롱나무는 빈 가지다 간밤 센 바람소리에 가을이 바삐 지나가고 있었다 마산 창동예술촌 골목길 안쪽 시인의 집 폐우물 속에 빠졌던 새끼야옹이 개구쟁이도 코를 훌쩍이는 추운 날이 시작됐다 길냥이도 시인도 시련의 계..
2019.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