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11)
-
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
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 비내리는 텃밭가에 피어난도라지꽃이 반가워라장마철 극한기후 다 이겨내고노동의 대지 위에보랏빛 꽃을 키워냈구나이른 아침에 문을 열면마주치는 환한 얼굴보기만 해도 좋은 텃밭 하나상추 깻잎 3배 오른물가고에 우린 길러 먹으니소소한 행복 아니랴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가난한 시인에게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심심산골 아니어도작은 텃밭에 뿌리내린 꽃오미란의 예술영화도라지꽃 노래가 들려오는 듯잘나도 못나도자기 고향이 제일인 것처럼억센 삶 도라지꽃이어라
2024.07.18 -
둘이서 소박한 밥상 앞에서
둘이서 소박한 밥상 앞에서 입맛없을 때 쑥국 끓여서 초벌부추 겉절이에 정구지찌짐 쪽파무침 텃밭 상추쌈을 차려 놓고 봄향기를 맡으며 둘이서 먹는 늦은 아침 고단한 몸이 한결 가뿐해라 우리 이렇게 산다오 제철 남새가 보약이지요 국밥 한 그릇 할까 하다가도 주저하는 물가고 외식 한번 못해도 명자꽃이 합천 고향집에 갔다가 캐 온 봄나물 없는 살림에 찬거리삼으니 소소한 행복이구나 생명의 봄을 맛보는 밥상이 하루를 버티는 힘이어라
2024.03.18 -
상자텃밭 봄동에 비는 내리고
상자텃밭 봄동에 비는 내리고 입춘 앞두고 사람의 마을에 겨울비가 내리는 주말 상자텃밭의 봄동도 젖고 해당화 시인도 젖는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여야 정권교체처럼 반복한 봄동 채소 반찬삼아 된장에 찍어 먹으니 달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 상자텃밭에서 길러 먹으니 찬거리로 요긴하다 요즘 농촌은 인구절벽 탓에 생필품 상점도 드물다지 자급자족할 수밖에 도시농업 텃밭 하나 소중한 고물가 시대가 아닌가 산전수전 겪는 세상살이도 봄동처럼 단맛 났으면 내 마음도 한결 가벼우리 소소한 행복도 함께 누리리
2024.02.03 -
국밥 한 그릇 소소한 행복
국밥 한 그릇 소소한 행복 새벽 3시 국밥 한 그릇 둘이서 외식한다 학창때는 점심 건너뛰고 시집을 샀더랬지 장날엔 가마솥에 푹 끓인 돼지국밥을 먹었지 명자꽃 장삿일 마치고 모처럼 맛보는 추억어린 서민음식 시인이 좋아한다니까 합천돼지국밥 5천원 하는 식당을 차리겠단다 온몸이 다 아픈 노점상 오래 할 것 못되지 심야시간 불종거리에서 국밥 한 숟갈 뜨며 오늘 하룻일을 마치고 바람찬 집으로 간다
2023.12.25 -
그곳에 가면 붕어빵이 있다
그곳에 가면 붕어빵이 있다 거리에 은행잎 날리고 찬바람 부는 날 붕어빵 굽는 손길이 따뜻하고 아름다워라 천원 한장으로 추억의 간식을 맛보며 소소한 행복 누려라 산다는 것이 뭔지 물가고에 울고 싶은 우울한 시절에 우리 위로받을 권리가 저 붕어빵 하나에 깃들여 있어라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힘이 돼 주었던 붕어빵 노점 성탄 트리처럼 서서 휑한 가슴들 속에 함께 살자고 희망의 메시지를 한 봉지 안겨 주어라
2023.12.11 -
까치집 하나에 눈길 머물고
까치집 하나에 눈길 머물고 겨울 서원곡 계곡 위에 아슬하게 놓인 까치집 하나 경이로워라 옥탑방보다 높이 나뭇가지 물어다 지은 자연 그대로의 거처 홈리스가 보기라도 한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 이런 데서 어찌 사냐고 무시하지 말아라 쓰레기시멘트 아파트보다 전세사기 빌라보다 한결 맘 편히 지내거든 눈비가 쏟아지고 칼바람 부는 날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는 어미까치의 모성애가 새삼 놀랍더라 아침이면 반가운 소식일랑 알리는 까치소리 남몰래 가슴을 설레었네 관해정 은행나무 지나 무학산 둘레길 들머리에서 마주친 까치집 하나 내 눈길 머문 풍경이어라
2023.11.21 -
붕어빵에 사랑 하나 행복 하나
붕어빵에 사랑 하나 행복 하나 붕어빵은 소소한 행복이다 전선줄 윙윙 울던 밤 시린 손 호호 불어가며 굽던 일하는 손이 생각난다 끈질긴 생존의 숨결이 배인 붕어빵은 착한 사람들이 길거리에 서서 먹는 추억의 노점 간식이다 재료값이 다 올랐다지만 천원 한장으로 맛볼 수 있는 사랑 하나가 붕어빵이다 욱 하고 싸우는 이도 없다 평화가 깃든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이 즐겨찾는다 차별없이 한입 먹는 고소한 붕어빵 굽는 풍경은 아련한 고향의 향수이다
2023.09.23 -
노란 배추꽃 핀 텃밭가에서
노란 배추꽃 핀 텃밭가에서 포클레인이 파 헤쳐논 공터 겨울에 뿌린 배추씨가 어엿이 꽃대가 올라왔구나 봄동 잎을 뜯어다 쌈 싸먹으니 찬거리로 요긴하더라 천둥번개 치고 비오는 일요일 마침 지리산 의신마을 대성리 산불도 잦아들었다지 꽃샘추위 강풍에 가슴졸였는데 다행이야 작은 풀꽃들 얼굴을 내민 철거된 집터 귀퉁이에 피어난 노란 배추꽃이 반가워라 동네 바깥 멀리 가지 못해도 흙길 흙손 보기가 귀한 도시살이에서 텃밭 하나가 소소한 행복을 주려니 상자텃밭이라도 가꿔야겠네 노동의 대지 산에 들에 싹 틔우는 봄을 어찌 막으랴
2023.03.12 -
텃밭 하나 있다면야
텃밭 하나 있다면야 겨울 끝자락에서 봄동을 만나다 찬이 없어도 된장에 찍어 먹으니 봄맛이구나 철거된 집 귀퉁이 혹독한 겨울 이겨내고 노동의 대지에 악착같이 자랐네 없는 살림에 밥상을 채워 주니 물가고도 한시름 더는 듯 빈 땅 텃밭 봄동이 소소한 행복을 맛보게 하는구나
2023.03.01 -
더불어숲이 그리운 여름날
더불어숲이 그리운 여름날 그마나 뒷산 숲이 있기에 바람쐬러 산책하고 고단한 심신도 챙기니 산딸기 맛보는 산길에서 뭇 생명의 숲이 소중한 줄 알겠더라 파헤쳐지고 사라지는 숲이 너무 아쉬워 도심 속의 나무 한 그루 골목길 꽃 한 송이 허투루 볼 게 아니더라 새소리 풀벌레소리 들리는 사람의 마을이 정겹게 다가오는 여름날 잠시 시름을 떨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 우리가 부대끼는 세상도 더불어숲을 이루어 서로 그늘이 되어 주고 수박 한쪽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다면 소소한 행복이 아니랴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