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흔적(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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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시는 내게 무엇이었나
그 겨울의 시는 내게 무엇이었나 그 겨울의 시는 고행이었네 흰눈쌓인 철조망 산천 난 분단병을 앓고 있었지 창비 씨알의 소리 민족문학을 찾아 읽었던 젊은 문학도였더랬지 갈색잎 덮인 전방 진지에서 초병을 서야 했던 식민지 군대가 싫었지 그렇게 한 편의 시를 쓰고 헌병대로 남한산성으로 창살 속에 갇혔지 민주화와 통일을 노래한 게 과연 무슨 죄였던가 긴급조치 9호 반공법 악법도 내 가슴에 솟구쳐 오르던 남북통일 열망을 강제로 끌 수 없었지 부마항쟁 광주항쟁을 거쳐 6월항쟁 7,8월 노동자대투쟁 조국통일운동 그날까지 죽 이어져 타올랐지 교단에서 해직되었지만 난 민중시인으로 끝내 살아 못 다한 겨레사랑을 못다 이룬 투쟁의 길을 눈보라 헤쳐가듯 오늘도 전쟁을 치르는 거지 그 겨울의 시는 앞서 눈길을 걸어간 이들 고행..
2023.12.27 -
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삶이란
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삶이란 생의 한가운데 서서 우리의 삶이란 이 가을날 단풍잎처럼 아름다운가 묻자 노동의 땀방울을 흘리며 살아가는 뭇 생명 생존의 긴 대열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 우린 지켜주지 못했다 슬픈 소식들이 오늘도 뉴스에 뜨고 살풍경한 도시들 범죄가 끊이지를 않는다 일하다 죽어가는 노동자들 그 얼마인가 억울한 죽음들은 또 다시 계속되는가 사람사는 세상을 목놓아 외쳐 부르건만 시대의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눈부시고 장엄한 풍경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굽은 세상을 바로 펴는 투쟁의 한길 아니랴 작아도 못나도 최선을 다해 피어나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내 생의 흔적이 우리가 갈 길이어라
2023.10.13 -
심장 속에 남는 그 한 사람
심장 속에 남는 그 한 사람 그가 남긴 글귀를 읽으면서 시대의 스승이었던 한 사람의 삶을 묵상한다 그는 따뜻한 진보였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삶과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일이란 인생의 지혜를 깨우친다 쇠귀 신영복 선생 명저에 담긴 인생역정을 파란만장한 그때를 추억하며 되돌아보는 시간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 자신에게 물어보라 그가 부대껴 간 생의 흔적은 이 산하에 길이 빛나라
2023.04.21 -
박노해의 걷는 독서 단상
박노해의 걷는 독서 단상 진짜배기 글쓰기란 일하는 사람들 산전수전을 다 겪어낸 생의 흔적을 아로새긴 작업이다 비비꼬인 기교들일랑 곳곳에 침투한 제국의 문화들일랑 휘둘리지 않고 우리 것을 올곧게 지켜 노동자 서민의 삶을 민족의 내일을 지향하는 문학의 길이 절실한 글쓰기다 쓰는 것이 삶이 돼서야 어찌 울림이 있으랴 한번쯤 돌아보자 나의 시 나의 삶을
2023.01.14 -
이현상 선생 사령부 트에서
이현상 선생 사령부 트에서 꽃넋들 잠 못 드는 산 지리산 빗점골 이현상 선생의 트 1953년 9월 18일 새벽에 산화한 빨치산 사령관 어언 69년 세월 그 자리에 산국 한묶음 술 한잔 올리노라 해방구 조국통일 전사 총소리가 떠오르는 저 이현상바위 비원이 사무쳐 오는구나 해방정국 시대가 부른 혁명열사의 길을 뒤따라 올라가며 생의 흔적을 기려라 지리산 산죽은 바람결에 그날을 이야기하는가 아흔아홉골 곳곳이 역사의 답사길 아니랴
2022.09.20 -
역사 속에 영원할 김명시 장군
역사 속에 영원할 김명시 장군 항일 독립운동가 김명시 장군 마산 오동동 생가터에 배롱나무 곱게도 피었어라 어릴 적 그녀가 성호초등 학교가는 그 길에도 백일홍은 길동무 하였을까 백마 탄 여장군이었던 독립투사를 기억하고 있을까 희망연대 시민단체가 공들여 찾고 표지석 세운 그 자리를 잊지 말아라 항일의 큰 자취를 남겼던 김장군의 업적을 돌이켜 보며 오늘도 길가다 인사건네는 저 조촐한 생의 흔적 왜 독립유공자 예우를 안하는가 항일의 역사 속에 빛나는 약산 김원봉 선생처럼 자랑스런 애국선열이었거늘 왠지 쓸쓸해 보이는 이곳 배롱나무는 붉게 피어났구나
2022.07.31 -
내가 걷는 길을 돌아보라
내가 걷는 길을 돌아보라 내가 걷는 이 길을 오늘 내일도 걸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노라 남은 시간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자각이 언뜻 떠오르는 날에 한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며 뛰는 젊은 벗들이 있기에 내게 주어진 길 쉼없이 가면 될까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인 것을 새로이 일깨우고 해당화 시인도 다시 한 편의 시를 써내려 가며 지나온 흔적을 발자욱처럼 남길까 명자꽃과 함께 내일 위한 오늘을 노래하자
2021.10.02 -
회원골 느티나무를 아시나요
회원골 느티나무를 아시나요 이른 아침 회원천 가를 걸어 올라가다가 느티나무를 만났어라 수령 5백년 고목 동네를 죽 지켜 온 저 당산나무를 기억하지 회원초등 다닐 적부터 무학산 산행 갈 때도 앵지밭골을 거쳐 하산하다 보면 마주치는 오랜 벗같은 얼굴 지금은 재개발 속에 덩그러니..
2019.02.21 -
하얀 찔레꽃 피는 산길에서
하얀 찔레꽃 피는 산길에서 오늘도 봄비는 내리는데 우린 오두막집에서 낡은 이삿짐을 꾸려라 무학산 숲속엔 뻐꾸기 울고 개구쟁이 길냥이는 그새 새끼들을 낳았네 오동동 골목길 다닥 붙은 좁은 방으로 데려갈 수 있을는지 명자꽃 덕분에 아름다운 사람들 도움으로 해당화 시인의 새 ..
2018.05.16 -
까치집도 시인의 이웃집이라
까치집도 시인의 이웃집이라 까치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시인은 저 까치집 아래 오두막을 거처 삼고 올 겨울 추위를 피하련다 산중살이가 맞춤해 텃밭이랑 은행계곡이랑 둘러싼 대나무숲이랑 개구쟁이 길냥이들이랑 새들이랑 멧돼지랑 어우러져 더불어숲이 되었다 지상의 방 한칸 사..
2017.12.18